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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집중분석] 3. 타임오프 교섭과 쟁의행위 사이
묻지마! 따지지마! "전임자임금 파업은 불법"
 
전국노조
 
올해 7월1일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금지되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Time-Off) 제도가 시행된다. 노동부는 최근 매뉴얼을 발표했고, 노동계와 경영계도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의 노사 관계자들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타임오프’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데다, 면제시간이나 인원을 어떻게 정할지 좀체 감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법률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매일노동뉴스>가 타임오프를 집중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례와 판례, 제도 도입 취지 등을 분석해 타임오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편집자>
 
[게재 순서]
1. 7월1일 '단협 대혼란' 시작된다
2. 노조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
3. 타임오프 교섭과 쟁의행위 사이
4. 사업 또는 사업장과 복수노조, 애매한 경계
5. 전임자·면제자만 노조활동 하나

전임자 처우 조항을 놓고 지난 3월부터 줄다리기를 벌여 온 부산지하철 노사는 최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이번주 중으로 조합원에게 합의안을 설명하고 인준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이후 파업 고비에 섰던 부산지하철 노사가 어렵사리 합의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한도)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사는 타임오프 한도와 관련해 합의한 게 없다. 노사는 단협과 별도로 체결한 합의안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관련 있는 단협은 노조법 부칙 제3조에 근거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인 2010년 11월16일까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후 단협 개정방향은 노조법 범위 내에서 노사가 별도 합의해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2010년 11월17일부터 시행한다 등 두 가지 원칙만 명시했다. 노사 모두 시간을 벌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데 공감한 것이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되지만, 금속노조를 제외하면 이달 말까지 전임자 처우 문제로 파업을 벌이는 사업장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부분 사업장은 부산지하철처럼 일단 주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당초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 노동절 집회에서 "2선 지도부를 구축하고 구속을 각오하는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한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차분한 분위기다.
 
전임자수가 대폭 줄어드는 한 공기업의 노조 관계자는 “개별 사업장 파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조합원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어서 실제 파업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일찌감치 "전임자임금을 이유로 파업할 경우 불법"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임단협, 모든 파업은 불법?
 
노동부는 올해 초 개정 노조법 설명자료를 통해 "임단협이 결렬돼 임금을 비롯한 다른 근로조건 사항과 함께 전임자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파업의 주된 목적과 관계없이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에서도 "전임자임금 관련 요구가 있는 파업은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타임오프 제도는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노사는 이에 따라 단체협상에서 전임자 처우 조항을 어떤 식으로든 다뤄야 한다. 노사 간 입장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전임자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파업은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미 금속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노동부는 지난 14일 “금속노조의 파업이 겉으로는 임금인상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노조 전임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일괄 파업인 만큼 정당하지 않다”며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파업 주동자와 참가자들은 민·형사상 책임과 불이익을 볼 수 있는 만큼 파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노동부가 불법의 이유로 들고 있는 노조법 제24조제5항은 명시적으로 7월1일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전임자급여 지급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한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더군다나 노동부는 노동행정 주무부처일 뿐 사법기관이 아니다. 파업의 법 위반 여부는 법원의 권한이다. 노동부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 상황에서 경총은 노동부가 금속노조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하자마자 노조 지도부를 형사고발했다.
 
타임오프 한도 거부하는 ‘막무가내 사용자’ 어떻게 막나
 
경주의 ㅎ호텔 노사는 최근 타임오프 협상을 벌여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에는 조합원 110명이 가입해 있고, 전임자는 2명이다. 타임오프 한도(100~199명)를 적용하면 최대 3천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은 “타임오프 고시는 상한선이므로 조합원수가 110명에 불과한 사업장에서는 이를 다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버텼다. 노사는 결국 전임자를 1명으로 줄이되, 2천800시간을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중소사업장은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도 타임오프 한도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다른 사업장의 합의수준을 지켜본 뒤에 추가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아예 협상을 거부하는 곳도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교섭 한 번 못해 보고 14일 조정신청을 냈다. 지금까지 총 7차례 노조가 교섭요청을 했지만 사용자들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측은 노조가 타임오프 고시를 넘어선 유급 노조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견례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고의적으로 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그럼, 기아차 사측을 처벌할 수 있을까.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원회 법률지원센터)는 “전임자 조항을 놓고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해도 노조가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기아차지부의 조정신청도 노동위원회가 ‘조정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각하하거나 교섭 미진으로 인한 행정지도 처분을 내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고발하더라도 ‘비교섭대상’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기아차지부가 파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인데, 지부의 파업은 노조법 제24조제5항에 따라 불법파업(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덧붙여 사측이 노조 지도부와 파업참가자를 고소·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업무방해죄로 인한 구속은 물론 막대한 금전적 손해배상 책임마저 져야 한다.
 
"타임오프 한도 내 파업은 합법"
 
경영계는 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단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로만 보지 않는다. 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총은 회원사에 배포한 ‘근로시간 면제제도 적용 관련 교섭지침’에서 “노조가 전임자급여 지급을 요구하거나 근로시간면제 초과 인정을 목적으로 파업을 진행하는 경우 강행법규 위반”이라며 “단체교섭 요구안에 이러한 내용이 들어 있으면 ‘금지 교섭대상’임으로 통보해 삭제하고, 교섭을 거부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노조간부·파업참가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고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임자급여 지급금지가 강행법규라 하더라도 노조법 제24조에 따라 사용자는 전임자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 김기덕 변호사는 “대부분 노조가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 전임자를 축소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개정 노조법이 전임자수를 제한하거나 전임자 지위를 제약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노조가 전임자 처우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노동부가 임의로 ‘근로시간면제자’라는 별도 지위를 만들어 전임자와 분리해 사용하면서 현장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국장(변호사)은 “대기업에 전임자 축소가 집중된 데다 쟁의행위마저 억눌러, 대기업노조들은 임금인상을 통해 전임자처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오히려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Q & A]  무급전임자 근태관리 정당한가 

-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임자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할 경우 불법인가.

"구체적인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합법일 가능성이 많다. 노동부는 전임자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노조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에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손실 없이 노조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는 범위의 급여 지급을 요구·관철할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근로시간 면제한도 범위 내에서 전임자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한 파업의 정당성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와 인원에 합의한 뒤 사측이 전임자 출·퇴근과 외출 등에 대한 사용계획서 제출을 요구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나.

"전문가들은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측은 법원 판례(대법원 2000다23297)를 근거로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한 무급 노조전임자도 출·퇴근에 대한 사규를 적용받기 때문에 출·퇴근과 외출 등에 대해 사용자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임자의 경우 고용관계는 유지하되 최소한의 근로제공 의무를 면제받는 근로자로 보고 있다. 사용자의 근태관리는 법적 정당성을 갖는다. 무급전임자의 사용종속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 한해 근태 관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사입력: 2010/06/28 [11:49]  최종편집: ⓒ kdfun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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