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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 집중분석] 4. 사업 또는 사업장과 복수노조, 애매한 경계
전임자 뺏기 경쟁에 내몰린 '1사 다수노조'
 
전국노조
 
올해 7월1일부터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금지되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Time-Off) 제도가 시행된다. 노동부는 최근 매뉴얼을 발표했고, 노동계와 경영계도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의 노사 관계자들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타임오프’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데다, 면제시간이나 인원을 어떻게 정할지 좀체 감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법률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매일노동뉴스>가 타임오프를 집중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례와 판례, 제도 도입 취지 등을 분석해 타임오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편집자>
 
[게재 순서]
1. 7월1일 '단협 대혼란' 시작된다
2. 노조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
3. 타임오프 교섭과 쟁의행위 사이
4. 사업 또는 사업장과 복수노조, 애매한 경계
5. 전임자·면제자만 노조활동 하나

기업의 인수·합병 이후 단일 기업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설립돼 있거나, 하나의 법인체이지만 공장별로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단위가 따로 존재할 경우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한도)는 어떻게 적용될까.
 
“공장이 2개고 각각 노조가 설립돼 있어요. 노사는 타임오프 문제로 싸우지 말자고 의견을 모은 상태입니다. 2개 노조의 전임자를 기존대로 보장하기로 한 거죠. 노동부의 집중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 적당한 합의방식을 고민 중입니다.”(A사 ○○공장노조 위원장)
 
A사는 노사가 타임오프 적용을 둘러싼 복잡한 기류에 휩쓸리지 말자고 결정한 케이스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전임자임금 문제를 놓고 소모전을 벌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에 따르면 이른바 ‘1사 2노조’처럼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결성돼 있는 경우 각 노조의 조합원수를 모두 더해 이를 기준으로 타임오프를 적용해야 한다. 또 각 노조가 자율적으로 타임오프를 배분해 사용하도록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면서 다수 교섭단위의 교섭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복수노조를 인정한 정부가 타임오프 적용 과정에서는 현존하는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단일 기업이 공장·연구소·사무실·영업소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사업’을 기준으로 조합원의 규모를 산정해 타임오프를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개정 노조법 제24조4항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수를 고려해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사업’·‘기업’·‘법인체’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사업장’을 ‘사업’의 하위 개념으로 사용했다.
 
노조끼리 알아서 결정하라?
 
노동부의 논리대로라면 단일 기업 안에 노조가 몇 개든, 공장이 몇 개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총 조합원수에 맞춰 타임오프를 적용하면 그만이다. 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면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현재 195명인 전임자를 2012년 6월30일까지 18명으로 줄여야 한다. 18명이 울산·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전국 430여개의 판매지점과 23개의 서비스센터를 관할해야 한다. 하영철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주야 맞교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경우 전임자들이 당직을 서며 조합활동을 해 왔다”며 “18명으로 전체 사업장을 관리하라는 노동부의 주장은 사업장별 특성과 근무형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끼리 알아서 전임자를 나누라는 얘긴데, 전임자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조끼리 원만하게 협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건흥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사무처장의 말이다. 대한항공에는 조종사노조와 일반노조가 설립돼 있다. 두 노조의 조합원수를 합치면 1만1천명여명이다. 노동부의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면 2만8천시간(풀타임 전임자 14명)을 적용받는다. 이 사무처장은 “두 노조 모두 전임자를 한 명이라도 더 두고 싶어 하는데, 노동부 매뉴얼에는 분쟁 없이 전임자를 나눠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며 “회사측은 두 노조의 조합원수에 비례해 전임자를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수가 적은 조종사노조는 풀타임 전임자 14명 중 2명만 확보할 수 있다.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 소수노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다수노조(교섭대표노조)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한 노조법 조항은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이 처장은 “이 문제로 쟁의행위를 벌이면 불법이라고 하니, 노조 간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조합원수에 비례해 전임자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사회보험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가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례는 좀 다르다. 사회보험지부는 지난해 12월 임금·단체협상에서 전임자를 18명 두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이 단협은 2년간 효력이 유지된다. 직장노조는 최근 사측과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직장노조에 전임자 4명을 제안한 상태다.
 
노동부의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면 두 노조를 합쳐 총 11명의 전임자를 둘 수 있다. 직장노조에 4명이 부여될 경우 나머지 7명은 사회보험지부의 몫이 된다. 유재길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해 체결된 단협이 2년 뒤 만료되면, 18명의 전임자가 다시 7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조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면 타임오프 관련 논의는 더욱 어려워진다. 철강업체 B사는 현재 3개 공장에 2개의 노조가 설립돼 있다. 평소 두 노조는 조직확대 사업 등을 놓고 갈등을 벌여 왔다. 노조 간 협의를 통한 타임오프 배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탈법 부추기는 타임오프 매뉴얼
 
이처럼 혼란이 빚어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국장(변호사)은 “노동부 매뉴얼이 노동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기업의 노사는 자기 사업장의 현실을 반영해 현실적으로 복수노조를 인정하거나, 지역별·업종별협의체를 강화해 왔다”며 “정부가 이러한 역사와 경험을 무시하고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니 마찰음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적지 않은 사업장의 노사가 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이면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C사의 노조 위원장은 “노사 모두 기존에 해 오던 관행이 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가 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회사측과 공장별로 전임자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별로 경영조건이 엄격하게 분리된 대기업의 사내하청노조나 소산별노조·영세노조는 타임오프 한도 고시를 조직확대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기아자동차 사내하청노조의 경우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하면 전임자수가 현재의 5명에서 43명으로 늘어난다. 조합원수가 50명 미만인 영세노조나 사용자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갈등이 벌어진 항만예인선노조도 합법적으로 전임자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발전노조는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자회사에 속한 노조들이 하나로 뭉친 소산별 노조다. 노동부 매뉴얼에 의하면 5개 사업장별로 타임오프 한도의 인정범위를 따져야 한다. 그럴 경우 현재 13명인 전임자는 25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발전 노사의 갈등양상을 볼 때 노동부의 해석처럼 전임자가 대폭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5개 발전사 사장단은 지난해 11월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금은 무단협 상태다. 전임자급여 지원 등 채무적 부문의 효력은 상실됐다. 김현동 발전노조 사무처장은 “회사가 전임자를 25명으로 늘리라는 노동부의 해석을 수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노동부의 치밀한 관리·감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형동 국장은 “노동부는 이익잉여금이 남아도는 대기업(기아자동차)에 감독관사무실을 차려 놓고 탁상행정을 벌일 게 아니라 절실하게 전임자를 원하는 영세노조들이 사용자로부터 횡포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감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Q&A] 타임오프 한도내 전임자 교섭요구 사용자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 소산별노조가 조합원 50명 미만의 소속 분회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타임오프 고시 범위 내에서 전임자를 달라는 교섭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했다.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나.

"회사가 타임오프 범위 내의 교섭마저 거부했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조는 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거나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또 해당 노조의 조합원수가 50명에 못미친다면(예 : 20명), 그에 맞게 타임오프를 축소해(예 : 하루에 한 시간) 요구할 수 있다."

- 전임자 문제를 비롯해 임금인상 등으로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는 노조가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7월 이후 ‘무급 전임자’들로 지명파업을 벌인다면, 불법파업인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등 절차를 밟았다면 지명파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단, 파업의 목적이 ‘전임자 처우 보존’에 맞춰질 경우 노사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업 수위에 따라 대량해고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사입력: 2010/06/28 [11:52]  최종편집: ⓒ kdfun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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