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정열사 추모사업회장 /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위원장 전순영
전날 비가 많이 왔습니다.
가뜩이나 슬프고 한스럽고 원통하고 얼굴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데 비까지 왔습니다.
열사가 가시는 길 슬퍼하는구나..
돌아가시면서까지도 비정규직 우리 아저씨들 걱정하시면서 가야된다고 아저씨들 만나러 가야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보 김헌정입니다.
열사여 정말 싫습니다.
그리 아저씨들을 걱정했으면 본인 몸부터 챙겼어야죠.
많이 아파도 티낸 적 없고, 힘들어도 괜찮다, 나보다는 동료를 더 많이 생각하고 챙기고..
정말 좀 더 가까이, 좀 더 많은 시간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남기고 가신 열정과 패기 노동자 주인으로..
열사의 뜻 새기고 새기고, 배우고 배우고, 실천하고 실천하고,
국민세금 가지고 장난하는 비리공무원들 빗자루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비리온상 민간위탁 예산낭비 부패척결 입에 달고 다니셨죠.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열사가 염원하던 기간제/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민간 위탁된 업체들 재직영화, 노동자 세상,
우리민족끼리 통일.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합니다.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노동시장을 자본가 입장에서만 대변하는 정부
실패한 신자유주의 아직도 표방하고 있는 정부
부패한 정부는 무능한 정부, 더 이상 정부가 아닙니다.
다시는 열사 없는 나라
노동자 중심 되는 나라
우리민족끼리 통일된 나라
열사 정신계승으로 노동자 주인되는 세상 만들어 갑시다.
열사의 염원 통일된 조국에서 만나자고 약속해주셨습니다.
동지여 한발씩 나갑시다.고맙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한상균
김헌정동지의 약력을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1964년에 태어나서 2010년 5월에 영면하시기까지 수십 줄의 역사만으로도 노동운동가로의 삶이 더할 나위 없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낍니다. 구속과 수배를 반복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만하던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를 민주노총의 조합원으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동지의 삶을 기록한다면 수천페이지를 쓰고도 모자랄 것입니다.
김헌정동지가 노동운동, 대중운동의 올바른 길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김헌정동지가 언제나 올바른 관점으로 노동운동을 진전시켜왔던 힘은 소외받는 노동자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김헌정동지가 청소노동자의 동지가 되어 청소노동자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고 투쟁해 온 업적은 민주노조운동의 귀중한 역사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희망을 일구어냈던 김헌정 열사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비정규노동운동이 끊임없이 강화되어 왔습니다.
2015년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사악한 노동자 착취는 쉬는 법이 없어서 민주노총도 쉴 틈 없이 투쟁해왔습니다. 올해 위원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총파업 조직화에 전력을 쏟으면서 어려움도 많지만 조합원을 믿고 노동자를 믿으면 승리한다는 확신으로 힘차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김헌정열사와 수많은 노동열사들께서 가르쳐준 승리의 진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김헌정동지!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내고 쟁취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김금수
오늘 우리는 5년 전 2010년 5월 4일, 우리 곁을 떠나가신 김헌정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마침 세계노동자들이 함께 기념하는 축제일이자, 단결과 투쟁을 다짐하는 노동절입니다. 노동자들이 ‘만국 노동자의 단결’과 ‘모든 착취와 억압의 철폐’라는 일치된 목표를 내걸고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뜻 깊은 날, 우리는 김헌정 동지의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고 깊어 그지없이 안타깝게 생각하며, 김헌정 동지가 살아생전에 걸어왔던 역정과 동지가 남기고 가신 뜨거웠던 동지애, 그리고 이상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김헌정 동지가 노동현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7년 서울 신창동 소재 신창섬유였습니다. 그 뒤로 미원공장에 취업했다가 삼영모방에 들어가서는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했습니다.
1988년 겨울부터 1989년 여름에 걸쳐 서울북부노동상담소에서 활동했으며, 1989년에는 ‘덕계노동자사랑방’을 설립하여 신성통상노동조합 결성을 비롯하여 지역 노동운동을 지원했습니다. 1997년에는 ‘경기북부노동정책연구소’를 세워 동두천시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김헌정 동지와 나와의 인연은 덕계노동자사랑방 시절부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으니, 약 20여년에 걸친 세월이었습니다. 우리의 질긴 인연은 그렇게 계속되었습니다.
김헌정 동지는 1999년에는 의정부지역시설관리노동조합을 지원하며 준법투쟁을 주도하였고, 2000년에는 경기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경기도 노동조합은 고양시청을 비롯하여 경기도 자치단체들 소속 상용직노동자와 환경미화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을 확대하면서 경기도 지방자치단체들과 집단교섭을 벌였습니다.
그 이후 경기도 노동조합은 전국적으로 조직을 확대하여 2006년에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와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2009년에는 전국민주환경시설일반노동조합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였습니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은 그 동안 노동조합 조직․운영에서 그 어떤 조직보다도 현장조직을 튼튼히 꾸리고 일상활동을 충실하게 전개해 왔으며, 노동조합원들의 권리와 요구 관철을 위해 줄기찬 투쟁을 추진하는 한편,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습니다.
김헌정 동지는 네 차례에 걸친 구속을 비롯한 갖가지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2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한결 같이 노동형제들과 고통 받는 민중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김헌정 동지가 추구했던 이상과 가치의 실현은 이제 산자들의 몫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헌정 동지와 뜻을 같이 했던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합원들, 이 땅의 깨어있는 노동형제들, 사회변혁운동을 자기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 땅의 진정한 민주화와 민족자주통일을 소망하는 사람들, 인간조건의 실현으로 평등사회를 일구고자 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큰 전선을 형성하여 권위주의적 지배 권력과 분단세력, 반민족․반민주세력과 대결해 나가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김헌정 동지가 추구해 왔던 열망과 가치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김헌정 열사 5주기 추모제에서 우리는 열사의 소망과 이상이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되살아나길 간절히 바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바람과 다짐을 담아 김헌정 열사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 고문 정의헌
동지여, 다시 한 번 민주노조의 함성으로 부활하소서!
김 헌정 동지여!
세계 노동절 125주년의 날을 맞이하여 더욱 큰 그리움으로 동지를 불러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동지가 온 몸으로 사랑했던 민주연합노조의 조합원들과 전국 각 지역의 일반노조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지의 조합원들과 저희 일반노협 조합원들이 함께 손잡고 더욱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동해방과 조국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안고 떠난 동지가 생전에 그토록 고대해마지 않았던 두 조합원들의 만남은 역사적 필연입니다. 동지의 염원을 현실역사 속에서 실천해나갈 주체는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일어나 더 큰 단결과 더 강력한 투쟁으로 썩은 세상을 바닥에서부터 갈아엎을 민주노조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자본과 정권도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민주노조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벌여왔던 역대 정권과 자본가들의 탄압은 끝도 없이 펼쳐져 왔고 갈수록 포악해져왔습니다.
비통스럽게도 지금 우리 국민들은 천하에 몹쓸 박근혜 정권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을 큰 불행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행태를 보십시오. 국정원 관권개입과 대선공약 줄파기도 모자라 아무 죄 없는 아이들 수백 명을 팽목항 앞바다에 수장하고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가족과 국민을 조롱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진실 은폐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재벌 배불리기에만 골몰하여 더 낮은 임금, 더 자유로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정책 강행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파단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민주노조운동의 숨통을 끊어놓겠다고 설쳐대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과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심정으로 지난 1년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김헌정 동지!
지난 4월 24일 우리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떨쳐 일어나 자본독재 박근혜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나갈 것을 선언했습니다. 개악정책 저지를 넘어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는 그 날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이 싸움은 그동안 우리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의 보루였던 민주노조운동의 사활이 걸린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패배하면 87년 대투쟁을 통해 이 땅에 노동자의 희망으로 등장했던 민주노조운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고 우리 노동자들은 87년 이전의 암흑 같은 노예노동자의 처지로 되돌아갈 것이고, 이 싸움에서 승리하면 절대다수의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대중적이고 계급적인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부활로 전진할 것입니다.
이 싸움에서 여기에 모인 민주연합노조와 지역일반노조 동지들의 역할이 크고 막중합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자본과 정권이 ‘경제 살리기 고통분담’ 명분으로 수백만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총 공세를 감행했을 때 오직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염원 하나로 세운 민주노조운동의 깃발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켜내 마침내 가장 어려운 처지의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4.24 총파업으로부터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는 날 까지 줄기차게 만들어나갈 민주노총의 투쟁은 바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노동자들이 용기를 내어 떨쳐 일어날 때 온전하게 승리할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승리하는 민주노총 투쟁을 만들어낼 주역들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김헌정 동지여!
메이데이는 8시간 노동을 위해 목숨 받쳐 싸운 선배 노동자들의 위대한 투쟁정신을 기리는 것과 함께 세계 노동자들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으로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단결하는 정신을 북돋우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동지들이 메이데이 정신으로 몹쓸 박근혜 정권에 맞서 힘차게 투쟁할 수 있도록 큰 용기를 주시고, 언제나 보다 낮은 곳을 향하여 손을 내미는 참된 민주노조운동 동지로 서로 격려하며 어깨 걸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지금 여기에 모인 우리 조합원 동지들은 이 땅 노동자의 절대다수인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일원으로서 이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고 민주노조운동으로 일어섰던 28년 전 그 뜨거웠던 여름의 함성을 꿈꾸며 달려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떨쳐 일어나 민주노조운동의 주인으로 새롭게 나서는 날을 앞당기고, 마침내 모든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문을 열겠습니다.
김헌정 동지여!
그날의 희망찬 함성과 함께 부활하는 동지를 다시 만날 것입니다.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 의장 이선인
존경하는 김헌정 동지의 열정을 기리며
일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한 동지의 열정과 희생에 경의를 표합니다. 동지의 얼굴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을 즈음에 간부들과 같이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습니다. 간부들에게 동지의 살아생전 노동자들을 위해 살아오신 삶을 얘기해주고 비문에 새겨진 동지의 얼굴을 보고 가물했던 동지와의 첫 만남과 토론하며 막걸리잔 함께 부딪쳤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노동자 서민의 길을 오롯이 걸었던 이제는 고인이 된 동지의 걸어 온 길을 추모해봅니다.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몸이 부서져라 열정을 바쳐가며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길, 노동자의 길을 걸어 오셨기에 현재의 민주연합노조가 진일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노동해방은 아직 오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억압의 세상을 끝장내고 반드시 인간해방 세상을 쟁취해 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2008년 그 추운 겨울 눈보라 치던 원주시청 노숙파업투쟁 현장에 찾아와서 연대발언 하시던 동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지난 지금 산천은 녹음이 시작 되었고 살아 계셨다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조합원 조직 및 교육에 매진하고 있을 동지를 생각하며 동지가 걸어 간 길을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가려 노력하겠습니다.
동지의 얼굴이 아른 거릴 때, 때로는 지치고 끝이 안 보이는 투쟁에 좌절할 때 가끔 찾아뵙고 동지가 가셨던 열정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습니다. 부디 동지가 못다 이룬 노동해방의 길에 후배들이 복무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세요. 노동자가 하나 되는 통 큰 단결로 선배 열사들의 노동자정신을 계승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 회장 박승흡
김헌정 열사 5주기를 맞이하며
다시 5월입니다. 오월이 오면 우리는 비정규노동자운동을 이끌고 사회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조직하고 투쟁하고 모든 것을 바친” 그 한 사람이 그리워 마석 모란 공원으로 갑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김헌정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허나, 올 해 열사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왜 일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픔과 슬픔, 분노와 상처를 보듬어 주고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상식의 나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시민, 노동자와 유가족을 폭력으로 짓밟고 연행하는 경찰국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경찰국가는 ‘노동시장구조개선’이라는 참으로 어려운 말로 포장된 ‘학살의 칼’을 노동자에게 마구 휘두르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뿌리째 뽑아내고 자본․재벌에게 해고의 자유를 넘치게 보장해주는 것이 ‘노동시장구조개선’의 맨 얼굴입니다.노동자를 위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 기득권을 누려온 친일세력이 친미에 더해 이제는 아무 부끄럼 없이 기를 펴고 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꽃다운 아들과 딸을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비하하는 일베 집단과 남북의 화해․평화를 위협하는 대북전단살포 집단, 이 극우패륜집단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거리낌 없이 사는 세상입니다. 이 경찰국가는 하나의 국민을 종북 딱지를 붙여 두 개의 국민으로 나눠 억압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열사께서 계신 오월의 저 푸르른 하늘을 보며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김헌정 열사여, 당신은 상식의 나라를 원하셨습니다. 김헌정 열사여, 당신은 노동자의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는 나라를 위해 저항하셨습니다. 김헌정 열사여,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전진하셨습니다. 김헌정 열사여, 당신은 외세에 굴종 않는 자주의 나라, 민족의 평화통일을 꿈꾸셨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소외된 자의 눈물과 슬픔을 가슴으로 품어 주었습니다. 당신은 늘 투쟁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와서 마지막까지 함께 계셨습니다. 당신은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가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그 자존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당신은 단결만이 살 길이요 연대만이 더 큰 단결을 이루는 지름길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김헌정 열사여, 이 몹쓸 경찰국가를 무너뜨리고 노동자와 서민이 인간답게 사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큰 힘을 우리에게 주옵소서!한 치의 흔들림 없이 “우리 모두 김헌정이 되어” 굳건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열사여, 오월의 봄꽃으로 부활하시어 막걸리 한 잔 걸치시고 해방춤 한 판 어깨 걸고 신명나게 추셔야 합니다.
김헌정 열사 한양대 동문 고형권
헌정아! 봄이다.
세상은 온통 봄이다.
거리는 "벚꽃이 흩날리고 여수밤바다에 봄이 왔다"고 흥얼거리는
대중가수의 목소리로 숨이 막힌다.
봄은 그렇게 또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왔다.
헌정아 그래 봄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봄이다.
후줄근한 청바지를 입고 뒷짐 진 작은 뒷모습
유독 반짝이던 눈이 초롱하던 너를 처음 본
그날 오월의 한양대 그 봄이다.
헌정아!
막걸리 한잔을 입에 물고 민중가를 부를때면
너는 오월의 메이퀸보다 더 빛났다.
그래 네가 농민춤 춤사위로 훌쩍 뛰어오르면
광대의 발끝이 하늘에 닿았던
그래서 한마당의 햇살이 현기증을 일으키고 부서지던
봄이다. 오월의 왕십리의 봄이다.
봄이다. 우리의 황홀했던 봄이다.
그 봄이다.
헌정아! 봄이다.
그 봄을 기억하니?
신당동 첫 거리시위 때
허공을 가르던 호루라기 소리에 벅찬 가슴을 억누르고 뛰쳐나간 그 소리를
기억하니?
"독재타도 민주쟁취"
그 소리를 기억하니?
그래 그 봄이다.
자식에게는 통일된 조국을 물려줄 것 같았던
그래서 감옥소 푸른 옷이 훈장처럼 빛났던 그 봄이다.
헌정아 그 소리를 기억하니?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시인의 음성처럼 작업장에 메아리친
"노동해방 민중해방"
작업복의 푸른 물결이 거리를 덮었던
그 소리를 기억하니?
청소부에서 민주노조 조합원으로 우뚝 선
조합원들과 빛나던 승리를 일구어낸 그 봄이다.
그래 헌정아
우리의 빛나던 승리의 그 봄이다.
헌정아!
너와 같이 만끽했던 그 봄이다.
2015년
다시 봄이다.
헌정이 네가 우리 곁을 떠난지 5년 된 봄이다.
봄은 왔건만 우리의 봄은 오지 않았다.
헌정아 대답해라!
우리의 봄은 어디로 갔느냐?
너의 그 찬란했던 봄은 어디로 간 것이냐?
우리는 어디서 봄을 찾아와야 하느냐?
우리는 봄을 잃고 숨막히다.
우리의 봄은 차가운 바다속에 가라앉고
우리의 폐 속에 차가운 바닷물이 몰려 들어와 숨을 쉴 수가 없다.
우리는 봄날에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엄마 손을 놓쳐 버린 아이처럼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너의 이름만 부르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봄을 시기하고
떨어지는 벚꽃만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우리의 봄날은 간다.
5년 전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우리의 봄도 같이 떠나갔다.
봄은 왔건만
봄은 없다.
봄은 없다.
봄은
없다.
헌정아!
네가 암덩이와 싸우며 지킨 우리의 봄은 어디로 간 것이냐?
억울하고 원통하다.
네가 네 번의 징역살이를 버티며 지켜낸 그 봄은 어디로 간 것이냐?
억울하고 원통하다.
헌정아!
보고 싶은 친구야
네가 다시 와야겠다.
돌아와라 친구야!
살아서 돌아와라.
너와 함께라면 우리는 항상 든든했다.
너와 친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행복이었다.
친구여!
다시 너와 함께 그 봄에 서고 싶다.
겨울 찬바람을 뚫고
끝내 우리 곁에 다시 다가올
우리의 그 찬란한 봄을
너와 같이 다시 서고 싶다.
봄날. 친구를 부른다.
헌정아
보고 싶다.
살아서 돌아와라.
헌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