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참된 노동자 김헌정 열사는 진달래 꽃잎 지듯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우리들의 귀엔 아직도 열정을 다바쳐 연설하는 열사의 음성이 귀에 들리고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열사는 참으로 불의한 자본과 정권에 분노하고 항거하는 삶을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이 땅의 힘없는 사람들,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그냥 두고 보지 못했습니다. 부르지 않아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달려가 고통을 함께 나누고 도움을 주고싶어 했습니다. 열사는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다 돌아가시면 누구보다도 마음아파 했습니다. 투쟁연단에서 돌아가신 환경미화원들의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부르며 애통해했습니다.
열사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정권도 자본도 열사를 두려워했습니다. 열사는 환경미화원이 해고 걱정 없이 죽지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10여년간 노동조합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어 환경미화원들은 비로소 ‘노동자’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노동자가 된 환경미화원들은 열사와 함께 투쟁이 있는 곳 어디든지 녹색 조끼를 입고 달려갔습니다. 한미 FTA,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자동차 집단해고 등 연대 투쟁에서도 투쟁의 맨 앞자리에 서서 기꺼이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남북 노동자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북쪽의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열사가 만들고 싶었던 세상은 바로 통일된 세상, 해방된 세상이었습니다.
열사가 꿈꾸었던 자주평화통일과 노동해방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열사는 10년간의 헌신으로 우리에게 노동조합이라는 조직과 소중한 동지를 유산으로 남겨주었습니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벌였던 민간위탁 중단과 고용안정 쟁취 투쟁에서 나아가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보장을 위한 조례개정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환경미화원 건강권 실현을 위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 환경미화원의 작업환경을 알리고 개선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열사는 죽는 순간까지 비정규 노동자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노조 만들었다고 졸지에 작업장에서 쫒겨난 비정규 노동자들, 사업주가 바뀌었다고, 계약이 종료됐다고 무더기 해고된 용역업체 환경미화원들, 열사는 고통속에서도 비정규 문제를 첫 번째 화두로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 때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조언을 구할 누군가가 없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때마다 열사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열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정표를 보여주고 더 큰 길을 열어주던 열사가 더욱 그립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합니다.
열사가 이루고 싶어했던 꿈, 자주평화통일과 노동해방을 위해 우리가 김헌정이 되어야 합니다.
열사처럼 헌신적으로, 열사처럼 뜨겁게 정권과 자본에 분노하고, 동지의 어깨를 믿으며 우리가 함께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야합니다.
참된 노동자 김헌정처럼 일하고 사랑합시다.
그리하여 마침내 통일세상 해방세상을 가져오는 그날까지.
우리의 발걸음은 동지와 함께 결코 멈출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결의와 다짐을 참된 노동자 김헌정 열사앞에 바칩니다.
2011년 5월 4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