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현장]서울동작(을) 김지희 '서민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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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12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서울동작(을) ‘이상하게’ 뜨고 있다.
‘대선 대리전’이라는 말도 나돈다. 상징적인 두 인물 때문이다. 정몽준과 정동영 후보가 이들. 전략지역을 노리는 ‘공중전’ 양상이 고조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여성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역주민들은 참신함과 당참에 눈길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김지희 후보다. 여성후보 출현이 이곳에선 드문 일이었고, 그런 점에서 동작(을) 주민들도 여성후보와의 만남 자체를 풋풋하게 바라본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주민들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특히, 탈분당사태에 따른 혼란성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 지역을 지키는 민주노동당 당원은 1백여 명 정도. 탈분당 혼란 속에서 그나마 당을 지키고 총선에 이바지하려는 당원들이 버티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김지희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별들의 전장터"에서 노동문제를 쟁점화시키기 위한 김 후보의 열정이 지역을 흔들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서울동작(을) 선거운동 현장을 찾았다. 지금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편집자 주>
△서울동작(을)에 출마해 유세를 벌이는 민주노동당 김지희 후보. 사진=이기태기자 |
총선을 닷새 남겨놓은 4일 아침 7시 사당역 10번 출구가 소란하다. 출구 입구에서 “잘하겠습니다”라는 구호가 끊이지 않는다. 1번(정동영)과 2번(정몽준) 후보 선거운동원들이다. 두 진영이 나란히 서서 거의 동시에 ‘꾸벅’ 인사를 해댄다.
‘YMCA" 개사곡이 귀에 들어온다. 울산병원 임금체불로 고소를 당하고 MBC 여기자 성희롱 사태로 발목이 잡힌 기호1번 한나라당 진영 선거차량에서 흘러 나오는 곡이다. 출마후보들 현수막이 도로가에 즐비하다. “000을 바치겠습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재벌, 특권 정치에 맞선 당당한 여성후보 김지희” 모습도 보인다.
출구를 막 빠져나오자 주황색 모자와 티를 입은 운동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민주노동당 운동원들이다. “기호4번 김지희”를 연신 외쳐댄다. 1, 2번 진영이 운동원들을 출입구 별로 분산시킨 반면 민주노동당은 선거차량과 함께 일제히 한 곳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서로 다르다.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는 김지희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4번이다” “김지희가 왔다꾸나~”를 함께 부르며 흥을 돋운다.
이런 와중에 바쁜 출근길에 나선 주민들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다. 민주노총 총국 성원들이 가세하자 선거운동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이웃 동네(서초구을) 민주노동당 박천숙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유세 이동 중에 들어 김지희 후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선거유니폼을 따로 입지 않은 총연맹 성원들도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려 부산한 모습이다. 과거에 유니폼을 입지 않고서도 ‘참신’하게 해왔던 민주노동당 모습이 순간 스쳐지나간다.
김지희 “엄마 맘으로, 여성 힘으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김지희 후보, 오늘따라 더 신이 나는 모양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을 찍어 달라”며 끊임없이 외치는 소리 속에 이 시대의 절박함과 절절함이 묻어난다. 출근 시민들 발걸음이 부쩍 많아진다. “동작 주민 손으로 선택해 달라”라며 짤막하게 연설하는 운동원들 틈으로 민주노동당 김지희 선대본 운동원들이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되받고 “기호4번, 김지희” 구호를 외치며 율동을 벌인다.
“어제(3일) (선관위 주최 서울동작(을))후보토론회 갔었는데 정몽준, 정동영 후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며 유권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두 후보를 비판하는 김지희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 희망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시라”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이곳 동작‘을’은 동작‘갑’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동작‘갑’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동작‘을’은 격전장을 방불케 한다. 어제는 ‘성희롱’ 사건으로 정몽준 후보가 MBC 여기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져 그야말로 지역은 떠들썩하다.
오전8시35분, 김지희 후보와 선대본 관계자 등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모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하루 일정에 대한 토론을 하고 공유한다. 선거운동원과 후보의 하루 동선이 다르다는 사실도 일러준다. 토, 일요일 선거운동은 오후2시에 모여도 된다는 말에 운동원들이 “역시 주부들을 생각해준다”며 웃음을 짓는다.
“평상시에 잘 하면 팍팍 찍어주겠다”
아침 10시, 김지희 후보가 사당1동 주민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한 치킨 집 주인은 “파이팅!”이라며 김 후보를 격려한다. 이번에는 한약방을 찾았다. 한의사 앞에서 “약 기운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 분위기가 금세 환해진다. 건어물 가게 여주인은 “여자가 나와야지”하며 여성후보에 대한 지지도 내비친다.
한 보석가게 주인은 “왜 둘이 싸우느냐!”며 “다른 정당과 다른 게 뭐 있느냐”고 호통을 친다. 이에 김 후보는 “잘 하겠습니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한 여성 부동산업자는 “손이 왜 이렇게 조그맣고 한 손에 쏙 들어 오냐”며 “남자들은 악수할 때 손을 꼭 쥔다”고 말한다. 그동안 남성 정치인들이 동작‘을’ 지역을 장악해왔음을 알게하는 대목이다.
이번에는 미용실을 찾았다. 이곳에선 한 여성이 “여자후보 처음 봤다”며 “처음 투표권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김 후보는 “(그럼)4번을 콱 찍어 달라”고 찍는 시늉을 선뵌다. 한 수선집 사장은 “(민주노동당이)정책을 바꿔보라”는 훈수도 곁들인다.
김지희 후보가 칼국수 가게에 들렀다. 한 중년손님이 김 후보를 반갑게 맞는다. 김 후보가 “재벌이 국수 먹는다고 서민 되지 않는다”고 운을 띄우자 손님은 “열심히 해 달라”며 응원을 보낸다. 건강식품가게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김지희 후보에게 ‘생유산균’을 건네기도 하고, 주방물품을 파는 가게 주인은 “평상시에 잘 하면 팍팍 찍어주겠다”고 말한다.
한 식당 한 주인은 “노동의 ‘노’자도 싫다”며 “요즘 시대에 데모해서 살기 힘들어졌다”고 불평한다. 한 벽지가게 주인은 “등록금 내려준다고 하면 얼른 찍겠다”고 말하자, 김 후보 수행원은 “등록금 인하 공약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고 알려준다. 김지희 후보가 숨 쉴 틈 없이 이어진 아침 유세를 끝내고 점심때쯤 선거사무실에 도착하자 강원도의 노조 조합원이 보낸 피자 6판이 배달돼 있다. 운동원들 저마다 감동하는 낯빛이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가 김지희 후보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현장을 찾았다. 사진=이기태기자 |
거물 정치인들의 혼탁한 선거 사이로 발산되는 ‘그녀의 신선함’
오후2시, 김지희 후보는 상도동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네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분당했다지, 그러면 헷갈려 안 되지”라고 우려를 표시한다. 유치원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에게 김 후보는 “애 키우기 쉽지 않은 시대”라며 학부모들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김지희 후보는 유세중 생수를 거듭 들이킨다. 하루에 생수 2~3병으로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단다.
상도동 세탁소 아저씨가 “정치인들 말뿐이지...”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다. 김지희 후보는 “그래서 제가 왔습니다”라며 정겨움을 표시한다. 보수정당들과 민주노동당은 정말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싶은 표정이다. 돈까스 가게 주인은 “시장이 죽고 있고 장사가 안 된다”며 “그동안 민주당에서 ‘살리겠다’는 말만 했지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다. 또 “정몽준씨도 이곳 사람이 아닌데, 어떨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쉰다.
오후3시, 김지희 후보는 선거차량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한다. “민주노동당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왔다”며 “서민 딸로 자라온 제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오후4시, 상도동 유세를 끝내고 김 후보는 차 안에서 잠시 쪽잠을 청한다. 반시간 지날 무렵 김지희 후보는 남성시장에 도착한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를 맞는다. 시장 앞에서 유세가 시작됐다. 천영세 대표와 김지희 후보가 남성시장 상인들,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을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악수를 나눈다.
김지희 후보가 “엄마 맘으로, 여성 힘으로”를 말할 때마다 눈웃음을 짓는 주민들 모습이 인상적인 서울동작‘을’ 지역구. 보수정당 후보자들에 대해서만 언론들이 관심을 표시하고 있지만, 보수정당 정책이 실종된 이곳에서 민주노동당 김지희 후보가 서민정책을 말하고, 노동정책을 쏟아낸다. 그녀의 당당함과 참신함이 착실히 스며들고 있는 서울동작(을). 투기적 개발심리를 부추키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 맞선 김지희 후보가 무서운 속도로 서울동작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 서울동작을 지역구는 어떤 곳?
유권자는 7만7천여 세대, 총 15만4천여 명이다. 총 인구는 19만 여명. 태반이 서민들이다. 전통적으로 호남세가 강한 지역이다. 과거 5번 치른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단 한 차례 승리했고 선거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메뉴인 ‘재개발’ 이슈를 걸고 민주당이 주로 지역을 장악했었다. 18대 총선에도 후보 7명이 출마해 경쟁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뉴타운 개발, 특목고 3개 설립,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작구’를 공약을 내놨다. 재벌후보에 대한 관심이 크고, 여론을 끌어가는 분위기다. 중앙대 뒷산 개발과 동작동 국립묘지를 근린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와 경계를 이루는 동작구는 ‘강남 덕 좀 보자’는 정서도 깔려 있다. 아파트는 별로 없고 달동네가 많은 편이라 재개발지역과 주택조합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총신대, 숭실대, 중앙대 3개 대학교가 위치해있다.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교육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한편, 사당, 상도, 흑석시장 등 재래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재개발’ 문제로 서민들이 쫓겨나야 할 상황도 조성되고 있어 지역주민들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에 시장 통에서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4, 7호선 전철이 있어 발전가능성은 아주 높은 편이다. 호남출신 주민들이 40% 가량이나 되지만 재개발되면서 외지인들도 상당히 유입됐다. <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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