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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화원취재(노동과세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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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547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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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47살에 "인간'됐어요”
(2008-03-24 14:01:18)


서울 종로2가 55세 환경미화원 "이봉주" 조합원을 만나다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 뜨고 있다.

이번 18대 총선에 현직 환경미화원 3명이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사상 최초다. 홍희덕(전국민주연합노조 전 위원장) 후보가 이미 민주노동당에서 비례대표로 전략 공천된 바 있다. 이후 지난 15일 강원도 지역후보로 이성국 지부장(속초)과 염우철 정치부장(강릉)이 결정됐다.

2006년 경기도노조에서 조직 변경한 전국민주연합노조는 조합원만 2,600여명. 이중 1,600여명(62%)이 민주노동당원일 정도로 정치의식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생활쓰레기 수거 일이 민간위탁(용역)으로 점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근육통과 허리디스크 등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노동과세계에서는 가장 열악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는 종로구 창신2동을 직접 취재했다. <편집자주>


가장 열악한 곳, 종로구 창신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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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기자/노동과세계

지난 3월20일 오후 4시40분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5분을 걸어 창신2동 환경미화원 컨테이너 탈의실에 도착. 우선 이곳에 부착된 민주노총 총선 홍보물이 눈에 띈다. 노동자 한 분이 청소차량에 시동을 건다.

창신2동은 4명의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를 담당한다. 부산(부산진구)에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 5개월째인 이봉주 씨(55). 그는 민간위탁업체인 ‘평아실업’에 소속돼 있다. 서울 지역의 환경미화원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소식을 노조로부터 듣고 올라온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부산에서 그는 근로조건 개선투쟁으로 유명하다. 2001년 지급받던 학자금을 주지 않아 노조를 설립했다. 이후 2년간의 투쟁을 거쳐 당시 구청 쪽 직원과 50% 이상 차이 나던 봉급수준을 85%까지 끌어올리는데 주역을 담당했던 그다.

창신2동의 주택은 거의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대부분이다. 낙산공원의 가파른 고개를 주변으로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러다보니 환경미화원들에게는 고역이 이만저만 아니다. 청소차량이 일일이 들어갈 수 없어서 도로 쪽으로 쓰레기들을 내다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창신2동은 유난히 계단이 많은 오밀조밀한 동네다. 산세를 끼고 가구가 늘어서 있기 때문. 동대문 의류시장에 하청 납품 소규모 주택형 공장이 많은 곳도 특징이다. 그래서 의류 생활폐기물 쓰레기도 덩달아 많이 나온다. 하루에 많을 땐 4~500개의 쓰레기봉지가 나온다. 한 개의 무게는 30~40Kg의 무게에 육박한다.

도심에서 먹고 소비하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

일명 ‘쓰레기와 함께 하는 사람들’인 이곳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남들 퇴근할 때 일을 시작한다. 아파트 생활이 많은 요즘이고 보면 오밀조밀한 재래식 단독주택 골목에서 쓰레기 수거 일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파른 계단을 네다섯 번 오르내려야 도로 쪽으로 쓰레기를 모을 수 있다. 매일 10Km 이상 걷는 셈이다. 10분 수거하는 데도 숨이 차고 땀이 밸 정도다. 쓰레기는 일요일에 양이 가장 많다. 아무래도 휴일에 먹고 마시고 내놓는 쓰레기가 많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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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2동 거주하는 한 할머니가 격려의 말을 건내고 있다.ⓒ이기태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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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기자/노동과세계

이 씨는 쓰레기를 치우면서도 “안녕하세요” 하며 주민들과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주민들도 “수고 많습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도심에서 먹고 소비하는 쓰레기들을 치워야만 다시 일상은 돌아간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기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환경미화원 일에 전혀 개의치 않는 이 씨에게는 대학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다. 그 딸도 지금은 전국민주연합노조에서 총무 일을 해주며 서울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딸이 이제 세상 물정을 알게 될 것 같다”며 흐뭇해하는 이 씨. 그에게 딸은 항상 불안한 존재였다. 아버지가 노조 일을 하며 세상을 알게 된 것처럼 딸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 인상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하라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친숙하던 부산에서의 일을 접고 이곳 서울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개인의 역량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이곳에 올라온 이유를 덧붙인다. 그의 용기와 소신에는 아직까지도 전혀 변함없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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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기자/노동과세계


민간위탁업체 환경미화원들, 구청의 50% 임금수준에 ‘골병’까지

하지만 막상 창신2동에 올라와 보니 열악하기 짝이 없음을 그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한창 좋을 때는 15명이 일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4명이서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노동 강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얘기다. “모두들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는 하소연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도 ‘복대’를 차고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고역이다. 무게는 족히 20리터가 넘게 나간다. 들기도 힘들다. 양손으로 그저 들고 옮겨야 한다. 그럼에도 아프다고 소리도 못 내는 실정이다. 잘릴까봐 산재요청은커녕 병원에도 제대로 갈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종로구에는 민간위탁 4개 업체 110명 정도가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다. 종로구청 직원들은 주로 가로수 정비작업이나 무단투기 쓰레기를 치우거나 적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재활용 담당도 구청직원이 주로 하는 일이다. 기사 포함 5명 정도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민간위탁업체 노동자들은 종로구청 직원에 비해 임금이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야간수당이나 시간외수당 정도 합쳐야 60% 될까 말까”라며 그는 말한다. 여름철 음식물 쓰레기에는 구더기까지 나온다. 비위가 거슬리는 이런 일들은 막걸리 한 잔을 걸쳐야 할 정도로 고역 중의 고역이다.

일을 한지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도로에 내놓는 1차 수거작업이 마무리된다. 이런 일에는 ‘동선’을 아는 게 관건이다. 처음에 일을 할 땐 헤매게 된다. 그러다 차츰 골목들이 익숙해지면서 시간이 단축되게 된다. 쓰레기는 매일 빼지 않으면 ‘민원’이 들어온다. 민원이 들어오면 사측에서는 “빨리 치워라”만 되뇐다는 것이다. 사람이 부족한 이유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형편이다. 특히 의류용 생활폐기물 쓰레기는 부피가 큰 데다 무거워서 매일 빼지 않으면 민원이 빗발치는 이유가 된다.

민간위탁 청소업체 시스템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업체들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봉투를 팔아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봉투 값은 정체돼 있고 이는 곧 임금이 저하되는 이유가 된다. 그러다 보니 10명이 구조조정 돼 지금처럼 4명이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종로구청에서는 7,500만원을 들여 ‘원가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그는 언급한다. 원가조사 후 예산이 지원될지가 결정되는 모양이다.

“47살에 인간이 됐어요”

1시간30분이 지나자 청소용 트럭이 쓰레기를 가득 싣고 이 씨 쪽으로 달려온다. 이 씨의 동료인 김 씨가 다른 구역에서 이미 같은 방식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온 것이다. 이제 이 씨가 도로 쪽으로 모아놓은 쓰레기를 차에 실을 순서다. 쓰레기 수거 일은 2인1조가 능숙하게 호흡이 맞아야 일이 수월하다. “그래도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그는 미소를 짓는다.

쓰레기 봉지를 차곡차곡 쌓는 일도 ‘노동달인’의 척도다. 그만큼 한 차에 많이 실을 수 있어야 시간도 단축되고 소기의 일을 시간 내에 마치게 되기 때문이다. 보통 퇴근 시간이 새벽2시로 잡혀 있지만 1시 반에 있는 마지막 첫 차를 타기 위해서는 일을 서둘러야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꼬박 새벽4시반 첫 전철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에 할증내고 택시를 이용해 퇴근하는 것도 ‘쥐꼬리’만한 봉급에 경제적 부담이 된다.

이 씨가 일했던 부산에서는 근로조건 개선투쟁으로 주5일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 주6일제다. 휴일은 고작 토요일 하루 쉰다. 일은 일요일 오후5시부터 한 주간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여기 서울도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져야한다”며 이 씨는 은근히 자신감을 내보인다. 현재 종로구에는 조합원이 100여명이나 된다. 영등포와 성북 지부 등에서도 조직화가 진행 중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종로는 서울의 심장부이자 상징적인 지역으로 통한다. 서울지역에만 150개 민간위탁 청소업체에 6~7천 명 정도가 일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국을 따지면 2만여 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조직의 대상들이다. 그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는 무척 망설였다. 개인결단을 하긴 했지만 아내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서울 와서 몸이 아플 때 가장 힘들었다”고 실토한다. 그만큼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한다. 몸 아픈 것이 인정도 되지 않는 현실에 그는 더욱 서글퍼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 없다”며 그렇게 다독이며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다. “조직은 현장 속에 들어가서 해야 한다”는 일념이 그를 이곳에 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민주연합노조의 부위원장이자 직접 쓰레기 수거 일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인 이 씨는 ‘조합원 교육’을 거듭 강조한다. “47살에 인간이 됐다”며 그는 겸손해 한다. 그만큼 ‘노조’를 알게 된 것이 그에게는 남다른 자부심으로 통하는 인상이다.

근로조건 개선투쟁에 기대는 ‘희망’

종로구는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지역이다. 하루 200만 명 정도가 유동인구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다보니 쓰레기양도 많은 편이다. 퇴근시간 겸 밤이 되자 행인들과 오토바이, 차량으로 도로가 붐비기 시작한다. 이때 쓰레기를 차에 싣는 작업을 함께 벌이며 행인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쓰레기봉투를 트럭에 던지며 “어, 어~”하며 김 씨가 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운전자와 보조자가 그만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트럭 짐칸에 던지는 것도 요령이다.

밤8시경 동대문 쪽 도로 한쪽은 쓰레기 집결지가 된다. 창신동, 숭인동, 인희동 등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담당 청소노동자들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온다. 이곳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수거하는 대형 컨테이너도 있다. 분주한 도심 도로 한쪽에서 넘쳐나는 쓰레기들을 분류하는 야간의 모습은 가로등의 불빛들과 함께 퀴퀴한 냄새로 뒤범벅이 되기도 한다.

이 일이 일단락되면 이제 의류 생활폐기물들을 수거하는 일이 남았다. 이제 가장 힘들다는 일만 남은 셈이다. 밤9시경이면 식당들도 문을 닫는 시간이다. 이후에 나올 음식물 쓰레기도 만만찮은 일이다. 지금까지 치운 각 가정별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좁은 골목길을 모는 청소차량 운전솜씨도 달인에 속하는 범주다. 주차돼 있는 좁은 골목길을 서슴없이 누벼야만 쓰레기들을 제대로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 어~” 소리와 함께 운전자와 보조자가 호흡을 맞춰가며 전진과 후진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대문 집결지에서 인희동과 충신동 쪽을 맡고 있는 한 환경미화원 노동자는 “회사에서 차량을 주지 않아 개인 차량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160만원 봉급 받아봐야 한 달 평균 차량 유지비에만 50만원이 나간다고 그는 귀띔한다. “1년 만 버티자”며 했던 것이 “어느 새 2년으로 바뀌었다”며 근로조건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남아 있는 이유라고 그는 말한다.

정부→시청→구청→민간 ‘위탁’ 시스템의 현실

밤10시경이 되자 이제 의류용 생활폐기물을 어깨에 메고 차에 싣기 시작한다. 창신2동 골목마다 소규모 봉제업체들의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분주하다. 곳곳마다 2~3명의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그들의 노동은 하루 의류용 생활폐기물 쓰레기들을 쉼 없이 내놓는다. 이 쓰레기들은 고스란히 환경미화원 청소노동자들의 신경통과 근육통을 만들어내는 노동으로 연결된다.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미싱 앞에서 불을 밝히며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측은하면서 한편으론 원망스러울 법도 하다.

기자가 의류용 생활폐기물 쓰레기봉지를 한번 메 봤다. 처음에는 일어서기도 버거웠다. 겨우 차량까지 옮겨 차에 실었다. 이런 일을 노동자들은 한 차에 5~60개 씩, 이를 많을 때는 4~5번 싣고 옮겨야 한다. 무게가 많은 것은 50~60Kg 나가는 것도 있다는 얘기다.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 곳은 차량 쪽으로 메고 걸어 나와야 하는 이중의 고충도 따른다. 그야말로 ‘노가다’가 따로 없는 셈이다.

쓰레기 수거 일은 원래 ‘나라 일’에 속한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일을 시청→구청→민간위탁 청소업체로 넘어온 시스템이 지금의 모습이다. 업체 사장 중에는 ‘타워팰리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민간위탁 청소업체는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양상이다.

10여명 이상이 해야 할 일을 4명이 하고 있는 창신2동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에게 남은 것은 근육통과 신경통, 허리디스크뿐이다. 그마저도 내색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기자가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겁기만 하다. 오늘도 시계는 자정을 향하고 있다. 또 내일은 해가 뜰 것이다. 먹고 마시고 남겨진 쓰레기들은 또 하루 청소노동자들의 근육에 의해 비워지고 어디론가 옮겨지게 될 것이다.

<글=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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