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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어 분신 택한 떡볶이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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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23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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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어 분신 택한 떡볶이 노점상

올해 들어서만 12번 단속...무엇이 그를 분신으로 내몰았나

차성은 기자
mrcha32@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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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떡볶이 노점상 분신자 인터뷰
  • 촬영, 편집 홍민철


13일 오후,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던 안00(여, 42)씨는 매우 좋지 않은 기분과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가슴이 떨려왔다. 낮에 노점을 하러 나간 남편의 얼굴에 그늘이 져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요새 들어 부쩍 잦아진 노점단속에 남편이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내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만든 것이 안씨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엄습한 불안감이 현실로

남편은 평소에 “노점 단속이 나오면 당신까지 욕 먹고 험한 꼴 당한다”며 노점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래서 안씨는 남편이 저녁식사를 해야 할 때만 한 두시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떨려와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안씨는 오후 3시경 남편의 노점이 있는 분당구 서현동 풍림아이원 오피스텔 앞으로 향했다.

안씨는 남편의 트럭과 10여 미터 떨어진 오피스텔 건물 뒤에 숨어 남편을 지켜봤다. ‘괜한 걱정이었나?’ 남편은 평상시처럼 노점을 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도 잠시, 5분쯤 후에 단속반원 6~7명이 들이닥쳤다.

단속반원들이 단속을 하려하자 남편이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내지 말아주십시오.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노점 트럭에 거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단속반원들은 아랑곳 않고 조리 기구를 끄집어냈다. 남편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실랑이가 일더니 단속반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가 도착했다. 뛰어가서 무슨 일인가 보고 싶었지만 평소 남편의 태도 때문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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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현장에 남은 전씨의 물품
ⓒ 민중의소리

그런데 갑자기 트럭 주변에서 불길이 솟았다. 남편이었다. 남편이 온몸에 불이 붙은 채 고통을 호소하며 인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뭔가를 외치는 것 같았다. 남편은 “노점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외치며 그렇게 5미터 정도를 걸어가다 결국 쓰러졌다.

깜짝 놀란 안씨가 남편을 부르며 뛰어가 맨손으로 불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소방관들이 소화기를 뿌려대도 쉽게 꺼지지 않았고, 그렇게 불길은 1분여 동안 타올랐다. 트럭 옆에는 남편이 자신의 몸에 부은 것으로 보이는 휘발유통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남편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고, 안씨 역시 불을 끄다가 2도 화상을 입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미래에셋플레이스 건물 앞 인도에서 발생한 노점상 전00(46)씨의 분신을 목격한 부인 안씨의 증언이다.

지난 2005년부터 3년 동안 이곳에서 떡볶이, 순대 등의 분식 노점을 해온 전씨는 구청의 노점 단속에 저항하며 미리 준비한 20리터들이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전씨는 분신 직전 자신의 노점 트럭에 건 현수막을 통해 정부, 분당구청, 노점단속 민원을 제기한 미래에셋플레이스 관계자에게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묵살됐고, 그는 결국 분신을 선택했다.

사건의 개요

분당구청에 따르면 구청 단속반 5명(구청공무원 3명, 공익 2명)이 전씨의 노점상을 단속한 것은 13일 오후 3시 27분경이다. 단속반들은 인근지역을 순찰 단속하다가 전씨의 노점을 단속해달라는 민원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단속반들이 전씨의 노점을 단속하려 하자 전씨는 단속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걸고 생계를 위해서 노점상을 할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단속반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버너 등의 조리기구를 제거하려하자 전씨는 20리터 들이 기름통에 들어있는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구청의 노점상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분당구청 도시미관팀장 이00씨는 전씨의 분신 위험이 높은 급박한 상황임에도 전씨를 설득하기는커녕 단속을 강행하겠다며 강경입장을 밝혔고 결국 실랑이 끝에 전씨는 4시경 준비한 라이터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소방대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응급처치를 한 덕분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바로 근처의 분당 제생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이후 서울 강남의 베스티안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12번 단속, 70여 일간 2일 간격으로 단속하기도

전씨 노점에 대한 단속은 올해 들어서만 12번이나 실시됐다. 분당구청의 단속 내역에 따르면 1월 2·5·7·30일, 2월 13·19·21·26·28일, 3월 3·5·11일에 단속을 했다. 약 70일 동안 2~3일 간격으로 단속반들이 들이닥쳐 말 그대로 전씨에 대한 ‘집중·표적’ 단속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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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00씨가 올해들어서만 12번이나 노점 단속을 당하도록 민원을 제기한 "미래에셋플레이스" 건물
ⓒ 민중의소리
이렇게 전씨의 노점에 단속이 집중된 이유로 부인 안씨는 노점 옆 건물인 미레에셋플레이스 측의 민원제기를 들었다.

미레에셋플레이스는 2년 전 이곳에 공사를 시작해 관리실이 들어오고, 3월초에 골프숍 등 상가가 들어섰다. 상가 분양을 앞둔 미래에셋 측에서는 자신의 건물 앞에 단 하나 있는 떡볶이 노점상이 맘에 안들었는지 계속해서 구청에 단속 민원을 제기했다.

원래 건물 정문쪽에서 노점을 하던 전씨는 건물주의 입장을 생각해 후문쪽으로 옮겼다. 노점 트럭도 차도에 주차해 전혀 인도를 차지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전씨의 트럭이 위치한 차도는 4차선으로 교통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고, 인도도 6미터 정도나 되어 떡볶이를 찾는 손님이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통행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쩍 단속이 늘었고 최근 보름동안 단속의 횟수와 강도가 더 심해졌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보름간 5번이나 단속이 일어났다. 또 전에는 단속을 나와도 장사를 못하게 막고, 노점 트럭을 이동하게 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욕 등 모욕적인 말 뿐만 아니라 매번 가스통이나 조리기구 등을 빼앗아 갔다.

부인 안씨는 건물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사정도 해봤지만 관리사무소로부터 ‘상부의 지시이기에 계속 단속 민원을 넣을 수 밖에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민중의소리>가 민원 제기 이유나 횟수에 대해 묻기 위해 미래에셋플레이스 건물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지만 관리사무소는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급박한 상황 속 무리한 단속, 현장책임자 “주변 시선 곱지 않았고, 단속원 질타 목소리” 인정

단속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갔다. 안씨는 “몇일 전에는 단속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오늘은 이 정도지만 내일부터 또 나오면 내가 장사하게 두나 봐라. 싹 쓸어가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고 했다. 급기야 휴일을 제외하곤 굳은 날씨에도 쉬어본 적 없는 전씨는 분신 전날인 12일은 장사를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 전씨는 분신 때 트럭에 걸었던 현수막을 준비했다.

단속을 책임졌던 분당구청 관계자는 13일 단속 당시 상황에 대해 “사전 준비가 필요했을 현수막과 휘발유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전00은 극단적 행동을 감행해 당해 장소에서의 영업권을 인정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단속에서 사실상 물리적 단속이 거의 없었고 폭언도 오가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일부 단속원을 질타하는 소리도 나타났다”며 당시의 단속이 주변 시민들의 질타를 받을 만큼 무리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전씨가 단속에 저항하며 온 몸에 휘발유를 뿌렸고, 이것을 본 단속반원들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차까지 불렀으면서도 결국 전씨의 분신을 방치한 것은 분명한 잘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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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00씨 노점 트럭의 잘려나간 가스 호스. 구청 단속반이 가스 호스를 자르고 가스통을 압수해갔다.
ⓒ 민중의소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가난밖에 없어서...”

안씨의 여동생인 안00(35)씨도 전씨의 노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떡볶이 노점을 하고 있었다. 형부의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온 처제 안씨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형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근처의 노점은 대충 쫓기만 하면서 유독 언니네 노점만 7~8명이 몰려다니며 집중적으로 단속해 형부가 이렇게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에셋의 계속된 민원 제기로 형부가 분신까지 했는데도 미래에셋은 트럭을 견인해가라고 견인차를 부르기까지 했다”며 구청과 미래에셋 모두에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누가 노점을 좋아서 하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가난밖에 없어 자매가 둘 다 노점상을 하고 있다”며 더욱 눈물을 흘렸다.

“아빠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단다”

전씨 부부는 성남시에서 대학 2학년인 딸, 고3 아들과 함께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내며 생활하고 있다.

원래는 식당을 했으나 3년 전 4천만 원의 빚만 지고 이곳에서 노점을 해왔다. 딸의 한 학기 등록금 350만원, 아들의 분기별 학비 50만 원 등 꼭 들어가야 할 교육비만도 천만 원에 달한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노점 장사를 나갔다. 남편이 노점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통에 안씨는 집에 남아 장사할 때 필요한 음식마련이나 설거지 등을 해왔으며, 남편이 저녁식사를 할 때만 어쩔 수 없이 일을 도와줬다.

안씨는 “오로지 애들만 위해서 살아왔다”고 했다. 옷을 사거나 일 외의 외출을 한 적도 전혀 없었다. 부모의 사정을 아는지라 아이들도 용돈을 많이 받아가지 않아왔다.

안씨는 아직까지 남편의 사고 소식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빠를 능력이 없어 죽으려고 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다. 안씨는 남편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아이들만을 위해 살아왔다. 아이들이 아빠를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 노점상 전00씨가 분신 직전 자신의 노점 트럭에 건 현수막 내용

  • 정부, 분당구청, 미래에셋증권 관계자께서는 힘없는 한 가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3년 전 자영업 실패의 아픔을 안고 4가족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떡볶이를 팔아서 자식들 양육과 생계를 이으며 살고 있는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능력이 부족한 가장이지만 자식들만은 저처럼 힘들게 살게 하지 않으려고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바램마저도 미래에셋증권과 분당구청이 짓밟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자신들 소유와는 무관한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분당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단속반을 나오게 해서 범칙금을 물게 하고 차 안 집기류를 빼앗아 가게 합니다.

    단속반들은 당신이 장사를 할 수 있게 그냥 놔두는지 두고 보라는 등 단속반의 횡포에 하루 하루가 낭떠러지를 향해 밀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부와 분당구청, 미래에셋 관계자께서는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내지 말아 주십시요. 저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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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00씨가 분신 직전 노점 단속에 항의하며 자신의 트럭에 건 현수막 "저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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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00씨의 노점 트럭 내부. 전씨가 팔다 남은 떡볶이, 오뎅, 순대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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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00씨의 노점 트럭은 차도에 주차해 있고, 인도도 넓어 사람들의 통행에 별다른 불편을 주지 않고 있다.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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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후 병원에 입원중인 노점상 전00씨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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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점상총연합 회원 200여명은 14일 노점 단속으로 전00씨를 분신에 이르게 한 분당구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