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노동자로 산다는 건, '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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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07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3.8 세계여성의 날 100년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8일 시청앞에서 열렸다. "여성에게 차별없는 일자리와 당당한 삶을"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일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싸워온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남겨진건 수많은 고소와 고발뿐이었어요. 단지 일하게 해달라고 한 것밖에 없었지만... 이 땅의 여성노동자로 산다는 건 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KTX여승무원이 척박한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 대목이다.
일하게 해달라고, 차별없이 대우해달라고 요구하며 여성노동자들이 세상의 기득권과 싸운지 100년이 됐다. 1908년 미국뉴욕에서 146명의 여성노동자가 불에 타 쓰러진 이후 3월 8일 여성노동자 1만 5000여명이 루트거스 광장에서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달라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처우는 달라진 것이 없다. 그냥 일하게 해달라고 250일을 넘게 싸우고 있는 이랜드-뉴코아 여성노동자, 간접고용과 외주화에 반대해 2년을 넘게 투쟁 중인 KTX여승무원, 벌써 천일 가까이 농성 중인 기륭 분회. 이뿐이랴. 무수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싸움의 중심에 여성노동자들이 선두에 있다.
여성노동자의 64.4%가 비정규직...열악한 노동환경과 성별 양극화에 내몰려
민주노총에 의하면 현재 여성노동자 64.4%가 비정규직이며 5인 미만 영세사업장노동자까지 합하면 이중 여성노동자의 비율은 77.7%라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성별 양극화에 내몰린 상황인 셈이다.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10년을 꼬박 근무해도 월급 100만원에 만족해야 한다. 남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아이를 유산해도 쉴 수 없고, 육아휴가는 꿈도 꿀수 없는 상황이다. 작업장에서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분리직군제가 만들어져 승진, 승급도 봉쇄되고 있다.
1000일 가까이 사측과 싸우고 있는 기륭전자분회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여성노동자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노동사회연구소가 2006년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를 살펴보면 남성 임금을 100이라 했을 때, 여성은 64였다. 즉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가 36%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 임금과 비교해 42%밖에 되지 않았다. 여성, 특히 비정규여성의 차별적 대우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수치다.
이러한 남녀 노동자간의 차별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에서 남녀 노동자간 차별이 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노총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의하면 세계 여성은 남성에 비해 16%가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표했던 수치 그대로인 36%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그루지아,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에 이어 네 번째로 격차가 큰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해결 촉구를 위해 3.8 세계여성의 날 100년을 맞아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8일 서울 시청에서 개최했다. "여성에게 차별없는 일자리와 당당한 삶을"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각계 여성뿐아니라 시민사회, 노동, 환경, 문화, 학계, 대학생 등 167개 단체가 함께 했다.
차별없는 일자리와 당당한 삶을 위해 함께 싸우자
빨간 망토를 입은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이날 채택된 ‘3.8 세계여성의 날 100년 여성노동자 선언문"에도 '차별없는 일자리"와 "당당한 삶 보장"은 주요 화두였다. 참석자들은 선언문에서 "사회양극화 심화로 인한 저임금과 빈곤에 허덕이는 여성들이, 간접차별로 얼룩진 여성노동의 굴레를 벗어 던지기 위해 이제 비정규 차별 철폐 투쟁과 여성노동권 쟁취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간접고용 외주화 반대 ▲보육료 자율화 반대, 보육 공공성 강화 ▲노동, 복지, 문화, 환경 모든 분야에서 성평등 정책 강화 ▲남북 여성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실현 ▲여성노동자를 국회 진출 등을 선언했다.
대회가 진행된 시청에는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이에 여느 대회와는 달리 대회가 열리는 한쪽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돼 있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배려였다.
행사에서는 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나와 노래를 개사해 부르는 노가바 공연이 진행됐다. 또한 화학섬유연맹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아카펠라로 부르는 공연도 치러졌다. 대회 마지막에는 "차별철폐"라 적힌 풍선탑을 쌓는 상징 의식도 진행됐다.
한편 이날 행사 뒤에는 서울시청에서부터 청계광장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차별철폐라고 적힌 비닐통에 노란색 풍선을 넣고 있다. |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전략공천 대상자 5명이 옆의 사람 어깨를 주무르라는 사회자의 지시를 듣고, 직접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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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끝내고 이들은 시청에서부터 청계천쪽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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