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민주연합노조 소식 3호_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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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주연합노조 조회641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민주연합노조 소식 2021년 3호_210510
2021년 5월 10일 (월)
▶ 주요소식_① <군위는 지금> 군위군청 농성 45일, 이제는 군수퇴진 투쟁으로
▶ 주요소식_② 4.27 판문점 선언 3주년 노동자 민족자주 공동행동
▶ 주요소식_③ 131주년 맞은 세계 노동절...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결의대회 개최
▶ 주요소식_④ 5월 3일, 故김헌정 열사 11주기 추모제 열려
▶ 주요소식_⑤ 호남지역본부, 본부 사무실 개소...지역본부 확대강화 포부 밝혀
▶<특별기획-명사기고> 김세창의 으랏차차 : 들추지 말아야 할 것은 첫사랑 얘기, 방귀껴 놓은 이불, 남의 아픈 속만이 아니다
▶<특별기획-명사기고> 명숙의 인권산책 : 이름에 대하여
▶ 노동조합 주간일정
▶ [알림]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10만 국민동의청원 안내
주요소식_① <군위는 지금> 군위군청 농성 45일, 이제는 군수퇴진 투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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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청의 농성이 오늘자(5.18)로 45일을 맞았다. 전면파업에 들어간지도 벌써 27일차. 하지만 군위지부 조합원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단결된 모습으로 뜨거운 투쟁의 열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중이다. 약 70여명의 조합원들이 한달반 여가 넘도록 투쟁대오를 지키는 상황. 군위의 투쟁은 온갖 차별을 넘어 만인이 평등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투쟁으로 우뚝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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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지부의 투쟁이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흔들림없이 조합원들을 믿고 나아가는 지부 집행부의 역할도 컸지만, 먼길을 마다치 않고 투쟁 현장에 함께해준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들의 연대와 동지의식 덕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노동조합은 군위지부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강원경북충북지역본부 차원의 확대간부결의대회를 개최하는 것 외에도 노동조합 결의대회를 배치하거나 본부/지부별로 군위 투쟁에 결합하는 등 함께 투쟁 하는 중이다. 지난 5월 11일에는 <군위지부 전면파업 20일차! 파업투쟁 승리!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확대간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으며, 이 날 자리에는 강경충본부 외에도 경기본부와 호남본부, 전국지부 등에서 각각 간부들이 참석하였다. 약 100여명 가량이 참석한 이날 총력투쟁 결의대회는 13시 30분에 시작하여 약 4시까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함께 파업가에 맞춘 율동과 깃발 문선 등을 선보였고, 올 상반기 파업투쟁을 승리한 태백 및 삼척지부에서의 결의발언과 각 지역본부별 지부장단의 발언 등이 있었다. 군위지부 박희숙 사무장과 영월지부 엄병만 조합원이 함께 몸짓공연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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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지난 5월 12일과 13일에는 군위지부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각각 경북도청과 군위군청 앞에서 열렸으며,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위지부는 불법행정을 비호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및 박성근 군위군수권한대행을 규탄하고 공무직 및 기간제 노동자 처우 개선,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군 지도부의 결단 등을 촉구하였다. 또한 교섭을 회피하고 투쟁 상황에 책임있는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 군민들과 피해 조합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발표할 것에 대한 요구 등이 담겼다. 그 밖에도 군위군의 차별행정 개선을 위한 군 지도부의 결단과 보건소/CCTV통합관제센터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을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조합원들은 군위투쟁의 내용과 경과 등을 담은 선전물을 만들어 장날을 맞아 군민들에게 배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군위군청과 경북도청 농성 외에도 김영만 군위군수가 복역중인 대구교도소 앞 집회신고를 내고 투쟁의 수위를 높여 총력투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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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름 초입에 다다른 탓에 날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지만 햇볕아래 우뚝 선 조합원들의 투쟁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간의 교섭 등을 보았을 때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군위군수가 여전히 군정의 상당수에 개입하고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군위지부 조합원들은 군청 앞에서의 농성 외에도 군위군수의 퇴진 투쟁을 벌이는 등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이 사태의 총 책임자인 군수가 문제해결의지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군위군의 책임회피가 더 큰 투쟁을 맞닥뜨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부디 지금이라도 군위군이 피해 조합원들과 군위군민 앞에 잘못을 시인하고 각종 차별행정, 불법과 비리 등에 대해 시정할 것을 약속하여 사태 해결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
주요소식_② 4.27 판문점 선언 3주년 노동자 민족자주 공동행동
지난 4월 27일 오전 10시, 광화문 인근의 미대사관 앞에서는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노동자민족자주공동행동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날 자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함께 속해있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노동본부 주최로 열렸으며, 각 노총의 통일위원장을 비롯하여 각 노총 산하 연맹, 노동조합의 통일위원장 등이 참석하였다. 민주일반연맹의 경우 양성영 부위원장(통일위원장 겸직)이 참석하였으며, 우리 노동조합은 권동순 경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을 포함하여 고양, 광명, 시흥지부 등에서 총 7여명이 참석하였다. 다만, 서울시의 방역지침에 따라 기자회견은 각 단위 대표자들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나머지 참가자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인근에서 자회견 발언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 등의 순서를 통해 "판문점 선언이 3년이 된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남북관계 파행과 적대적 대북정책 등의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권을 강한 목소리로 규탄하였다. "북미간 합의와 남북합의 이행촉구, 한미 합동군사훈련 지속 등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시 남북관계가 파탄날 것을 경고한 지난해"를 언급하며 "판문점선언을 외면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통령이 스스로 말한 마지막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에 진정성을 보이라"며 새로운 대외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총 김은형 통일위원장 또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과북이 평화와 번영으로 화합했다는 신호를 확인한 민중들의 바람'때문임에도 현 정권이 민중의 평화에 대한 열망에 역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9인씩 거리를 유지한 채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벌였다. 각각 굴욕적한미동맹 폐기, 한반도 내정간섭하는 미국규탄, 주한미군주둔비 비준거부 촉구, 국방비 증액하는 정부 규탄 등의 피켓을 들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행진을 마무리한 참가자 일동은 약식으로 정리발언 순서를 가진 뒤 오늘의 자리를 마쳤다.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민주일반연맹 양성영 부위원장(통일위원장)은 "민족과 민중을 기만한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국회에서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미국이 시비거는데 입장하나 내지 못하는 정부"라며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우리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노동자가 앞장서서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완수할 것에 대해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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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소식_③ 131주년 맞은 세계 노동절...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결의대회 개최
지난 5월 1일, 131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대회 지역대회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집중 형태의 노동자대회 진행이 어려워지자 전국 동시다발 지역대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 또한 이런 전체 흐름에 맞추어 기본적으로는 각 지역대회 참가를 기본으로 하였고, 현재 투쟁중인 전주에서 지역대회 시작 1시간 전인 13시,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결의대회>를 개최하여 전주지부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고 조합원들의 투쟁의 열기를 모아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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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회 및 노동조합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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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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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회)
이날 전국의 각 지역대회에는 강원대회 183명, 충북대회 32명, 경기대회 25명 등이 참석하였고, 전북대회 및 노동조합 결의대회가 열린 전주에는 127명의 임원 및 조합원이 참가하였다. 상대적으로 집합인원 제한이 빠듯한 경기의 경우,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 도청오거리에서 각 단위별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이후 산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형태로 노동자대회가 진행되었다. 그 밖의 강원/충북/전북 등의 대회는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거리두기 등을 유지하며 집중 집회 형태로 대회가 진행되었다.
노동조합 결의대회가 열렸던 전주에서는 현재 약 한달 여간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전주지부의 (투쟁)경과보고 및 투쟁사를 비롯하여, 김성환 위원장의 대회사, 민주일반연맹 김유진위원장의 격려사, 톨게이트지부의 몸짓공연 등이 있었다. 이어 전주의 생폐 현장대표자들의 인사 및 전주지부 박용병 지부장의 결의발언, 행진 등의 순서로 대회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의 자리에서 전주지부 간부 및 조합원들은 가열찬 투쟁에 대한 결의를 밝히며, 동시에 전주시의 책임 있는 행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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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를 틈탄 자본의 노동자 착취로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재난시기 해고금지를 포함한 고용보장, 불평등 제도를 타파하고 사회대전환을 위한 총파업 성사를 위한 전국 각지에서의 목소리가 모여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주인으로 우뚝 서는 세상을 안아오길 고대한다.
주요소식_④ 5월 3일, 故김헌정 열사 11주기 추모제 열려
지난 5월 3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故김헌정 열사의 1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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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추모제에는 우리 노동조합 김성환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지역본부 임원들, 지부 임원들을 비롯하여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와 민주일반연맹 김유진 비대위원장, 강동화 수석부위원장, 이성일 사무처장 등의 외빈이 참석하였다. 약 60여명의 참가자들은 열사의 11주기 추모제를 맞아 각자의 결의를 다지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사의 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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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례와 내외빈 소개 뒤 김성환 위원장의 인사로 추모제가 시작되었다. 김성환 위원장은 "자본과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감싸주지 못하고 더 짓밟고 더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김헌정 동지가 생전에 외치신 차별철폐, 민간위탁 폐지, 직접고용을 위한 동지의 의지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각 현장에서 열사의 마음을 새기고 실천해갔으면 좋겠다"며 열사 정신 계승의 필요성을 굳게 되새겼다. 또한 "지금도 열사가 우리 곁에 있는 것 같다"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열사정신을 꼭 계승해가자며 참가자들 앞에서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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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순서는 유형봉 호남지역본부 본부장의 열사약력보고였다. 그 후에는 예년과 같이 통일운동의 원로이자 <통일광장>의 대표인 권낙기 대표의 추모사, 김유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의 추모사가 있었다. 추모사에서 권낙기 대표는 코로나 상황에도 열사의 11주기 추모제에 참가한 간부/조합원들을 보며 "생활질서와 조직에의 복무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하며, "세월이 지나도 심장을 두드리며 기억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헌정 열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며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든 행동은 더 나은 역사를 위해 복무해야하며, 사물을 정확히 바라보고 미래로 가기 위해 기질과 이론을 모두 겸비해 나가야 한다"며 간부들의 학습과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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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부 추모사로 최승덕 경기지역본부 본부장, 김정복 前부위원장, 윤기철 의정부지부 지부장의 추모사가 있었다. 이후 2021년 새로 임기를 시작한 신임지부장단(해남, 담양)의 인사와 김헌정열사추모사업회에서 선정한 장학생 선정보고 및 장학증서 수여를 마친 뒤 약식 제례와 참가자 헌화 순으로 추모제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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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헌정 열사는 경기도노동조합 초대 및 2대 위원장,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1~3대 부위원장 등을 지냈고,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하며 투쟁하던 중 연행 및 구속이 되기도 하였다. 앞장서서 민주노조 운동을 위해 싸워 온 열사는 지난 2010년 5월 4일, 향년 만45세의 짧았지만 불꽃같았던 생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추모사>
윤기철 의정부지부 지부장
김헌정열사님 오늘은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지 11년째 되는날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도 우리 곁에 계신것 같습니다!
열사님! 잘 쉬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곳에서도 투쟁하고 계신가요. 전 아직도 우리를 이끌어 주시고 교육시키며 왜 노동자가 투쟁과 교육 그리고 연대를 해야 함께 살 수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참된 교육의 선생님이라 생각합니다.
작은키 외소한 몸이지만 당당한 열사님의 보면서 강자한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배풀어 주머 안아주고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런 열사님을 존경하며 때론 아이처럼 투정 부렸죠! 저랑 의정부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간부의 자세는 어떻게 임하는지 역할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 였죠! 솔직히 겁도 나고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한 숨 크게 쉬고나면 성장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오늘 추모식에 민주연합동지들 그리고 내외빈이 함께 참석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말 합니다. 내가 김헌정이다, 내가 민주연합 조합원이다! 우리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쳐 주신 참된 노동자 김헌정 열사님 저 하늘나라에 계서도 우리와 함께 잡은 손 놓치 않으셨죠! 저도 열사님을 찾아뵐때 부끄럼 없이 투쟁하고 뵙겠습니다.
승리 할때까지 연대 하겠습니다..
2021년 5월 3일 김헌정열사님의 동지
윤기철 드림. |
주요소식_⑤ 호남지역본부, 본부 사무실 개소...지역본부 확대강화 포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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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호남지역본부는 전라남도 구례군에 새롭게 위치하게 된 호남지역본부의 사무실 개소식을 진행하였다. 호남지역본부는 사무실 이전 전까지 전주지부의 사무실과 호남지역본부 사무실, 민주일반연맹 전북본부 사무실을 공동공간에서 사용하고 있었으나 각 지부 및 본부의 운영과 미조직 전략사업지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보금자리로 터를 옮기게 되었다. 새로이 사무실을 연 구례군은 전북지역과도 비교적 거리가 가깝고, 전남의 여타 시, 군 지역에서도 멀지 않으며 2021년 호남지역본부 미조직 전략 사업을 목표로 하는 광주광역시와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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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개소식에는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하였다. 우리 노동조합 김성환 위원장과, 사용우 사무처장을 비롯하여 전남권익노동센터 문길주 센터장과 구례군 공무원 노동조합, 공공연대 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에서도 각각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그 밖에도 호남지역본부 각 지부들의 간부들 등이 자리에 함께하였으며, 약 40여명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저마다 축하의 인사와 사무실을 새로이 여는 포부 등을 밝혔다.
내외빈 소개에 이어 축사로 개소식 순서의 포문을 연 김성환 위원장은 “예전에 혼례를 올릴 때, 날이 궂으면 그 부부는 평생 잘 산다고 했다.”면서, “오늘 개소식에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부니 호남지역본부가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징조임에 틀림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호남지역본부의 유형봉 본부장은 “위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호남본부가 2,000명을 넘어 10,000명이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조직하고 또 투쟁하겠다.”며 지역본부 확대강화에 대한 호남지역본부의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자리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각각 축사를 하였고, 인사말이 모두 끝난 후에는 약식으로 고사를 지낸 뒤 참가자들이 고사 음식을 나눠먹는 등 순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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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 마음으로 출발하는 호남지역본부의 결의대로, 2021년 한 해가 조직 강화와 확대의 새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특별기획-명사기고> 김세창의 으랏차차 : 들추지 말아야 할 것은 첫사랑 얘기, 방귀껴 놓은 이불, 남의 아픈 속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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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자랑할 것도 보람찬 것도 있지만 흉허물도 만들어 지게 됩니다.
나무에는 대개 옹이가 있는데 이건 흉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흔적이라고 합니다.
햇빛을 더 많이 받고 더 튼튼한 줄기로 되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인 거죠.
옹이는 보기에 따라 아름다운 무늬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보기 싫은 흠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옹이라는 것은 그 누구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삶을 되돌아 보게 하고 숙연하게 만드는 교훈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옹이가 많든 적든 그런 나무가 산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노조에는 돈이 없어 많이 배우지 못한 형님도 계시고, 술버릇이 안 좋은 동생도 있고, 식당을 운영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도 계시고, 일류대학을 나온 딸을 둔 아버지도 계시고, 몸이 불편한 자녀를 둔 부모님도 계시고, 사회에서 경단녀(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로 불리던 누이도 있고, 싱글 맘이 된 누이도 있습니다. 이 분들이 모여서 노조를 합니다. 아무런 옹이도 없이 비단결 같이 매끄러운 인생을 살아 온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딴 세상 얘기를 해 볼까요?
무슨 장관을 임명한다고 하면 청문회를 하고, 선거철이 되면 후보간에 공개토론을 합니다. 선거법 위반이니 무슨 청탁사건이니 하는 수사발표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아, 벌써부터 욕이 나온다구요?
이런게 터집니다. 탈세, 상납, 분식회계, 비자금, 노조파괴 공작 매뉴얼, 위장폐업, 먹튀 ,,,, 끝도 없습니다.
이런 건 뿌리채 걷어 내야 할 암적 요소들입니다. 그렇지만 서로 돌봐주고 밀어주고 이끌어 주고 짜고 치고 갈라 먹는 거대한 ‘갑’의 구조에 얽힌 놈들이라 잘 밝혀지지도 않고 그 무슨 증거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도 그리 쎄지 않습니다.
1965년 6월 22일에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위한 정치자금 만들려고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과 배상, 약탈 문화재 반환문제,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배상청구, 독도 영유권 등을 눈감아 줘버리고 한일국교정상화에 도장을 찍는 어이없는 굴욕적인 일을 저질렀습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에서 미국은 항공모함을 이동시키고 학살 군부의 병력이동을 방조하여 전두환의 집권을 지원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었습니다. 배가 침몰한 이후 구조자는 단 1명도 없었습니다. 304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국가는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사고 수습과정의 의혹은 왜 밝혀지지 않는지,,,, 일본에서 18년 이상 운항하던 낡은 여객선을 들여와 선령제한을 2009년도에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800톤이 넘는 구조변경을 무리하게 하여 운행을 했다는거 아닙니까.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 먹고, 박정희는 역사를 팔아 먹고, 그 딸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평화를 팔아 먹은 거죠.
우리가 살면서 들춰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세상 그 자체가 의혹투성입니다. 노동·민주·통일 등 운동을 하다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 열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 분들의 진상도 밝혀져야 합니다. 담요 털 듯이, 버선 까발기듯이 세상을 거꾸로 뒤집지 않으면 정의와 양심의 진실은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바라며 온갖 수모와 차별을 감내하며 전쟁터같은 현장에서 살아가는 노동조합의 동지간에는 들춰서는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오늘 제목이 무엇입니까.
『들추지 말아야 할 것은 첫사랑 얘기, 방귀껴 놓은 이불, 남의 아픈 속만이 아니다.』입니다.
사춘기 시절 친구집에서 놀다가 방귀 껴놓고 꼭 이불을 들추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몰매 맞죠.
신혼 첫날 밤, 술김에 첫사랑 얘기를 무심코 했다가 그 다음 날 이혼당했다는 전설같은 얘기를 옛날 선데이서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남의 아픈 속을 자꾸 들춰내면 그 사람은 뺨을 맞든지 왕따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86년 어느 교도소에서 있은 일입니다.
기결수(재판절차가 끝나 형이 확정된 사람)들은 구치소에 있는 미결수때 보다 운동시간이나 운동공간이 조금 풀립니다. 운동장 한 켠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에구 깜짝이야. 어디서 씨가 날아 왔는지 텃밭에 개똥참외 하나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 얼굴 보는 듯한 애틋한 마음으로 개똥참외에 인분도 덮어 주고 지극정성으로 키웠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더 씨알이 굵어졌는지 물어 보는게 살아생전 부모님 안부 묻듯 소중한 일과로 자리 잡을 정도였습니다.
에구머니나. 어느 날 개똥참외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게 아닙니까!
그 사동의 좌장 되는 분이 진상조사에 나섰고 일일이 사람들을 면담하여 확인해 보았으나 개똥참외를 겁 없이 따먹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똥 발라놓은 참외를 교도관들이 따 먹을리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몇일이 지나 밝혀졌습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진상은 이러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저번 주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어머님을 잠시만이라도 뵐 수 있도록 교도소 측에 귀휴를 몇 번 간청했지만 묵살 당했습니다. 매일 울었습니다. 행여 울음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봐 얼굴을 담요에 묻고 울었습니다. 제가 정신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먹다 만 참외가 제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동지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어떤 책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으랏차차 동지들!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좌장되시는 분은 교도소 보안과와 교무과에 부탁해서 양심수와 좌익수(간첩으로 몰려 구속된 분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들을 어느 날 운동장에 모두 모이게 했습니다. 좌장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동지들! 꿈속에서 오매불망 그리던 아들 손도 만져 보지도 못하고 한많은 이 세상을 접으시고 영면에 드신 000동지의 어머님의 수고와 자식사랑의 마음을 생각하며 모두 묵상합시다.”
그리고는 “저는 동지들의 요구에 따라 진상을 확인하던 중 000동지가 우리 모두가 애지중지하던 개똥참외를 부지불식간에 먹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습니다. 우리는 000동지의 어머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도 몰랐습니다. 이러고도 우리가 과연 진정 동지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동지의 생활과 아픔을 알아주지 못했던 것을 비판해야 합니다. 왜 따먹었냐고 묻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한배에서 나온 형제처럼 지내지 못했기 때문에 000동지는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어머님 부고를 나누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힘든 투쟁의 길에 나선 것은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는 단 하나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동지들과의 생활속에서 이런 부족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평가·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일주일간의 개똥참외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현장침탈과 구사대의 폭력과 노조파괴가 난무하던 시절, 한 사업장에서 일어 난 일입니다.
규식이는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형들의 권유에 흔쾌히 뜻을 같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살인적인 노동조건과 임금체불을 강요하는 사업주를 몰아내고 민주노조를 결성하자는 유인물을 뿌리던 어느 형님이 관리자들에게 폭행당하며 질질 끌려 나가던 지난 달의 사건이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형들이랑 어울려 술도 많이 먹었습니다. 나이어린 동생들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더 당당하게 행동했습니다. 노사협상이 결렬되고 마침내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노동조합도 없었던 때라 소위 공권력과 언론에서 떠들던 ‘불법파업’으로 매도되었습니다. 파업이 한달이 넘고 공장 앞에는 중무장한 전투경찰들이 상주해 있었습니다. 낮에는 경찰들이 불법파업을 풀면 신변보장하겠다는 방송을 귀 따갑게 틀어 대고, 저녁에는 회사 측에서 시골에 계신 부모나 집에 있는 아내들을 회유 협박하여 “00아, 너네 회사 안에 지금 빨갱이가 들어 와서 선동하는 거란다. 지금이라도 나오면 회사에서 선처한다고 하니 어서 나와라”, “00아빠, 당신 몸도 약한데 밥이라도 제대로 먹나요? 사장님께서 선처하신대요. 블랙리스트 나돌면 다른데 취직도 못한다는데 어떡할라고 그래요?” 뭐 이런 눈물 섞인 외침들이 마음을 파고 듭니다. 평정심의 최고수인 부처님도 아마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겁니다. 그럴수록 파업가와 동지가를 목청터지게 불렀습니다. 결국 규식이는 어느 날 새벽, 회사 담장을 넘었고, 어머님 손에 이끌려 귀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파업 중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위원장이 되신 형님이 파업승리 및 노조결성보고대회에 한신 연설을 듣고 규식이는 ‘동지’란 무엇인가를 진심 찐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합원 동지여러분, 두 달 넘게 투쟁하면서 우리는 지옥과 천국을 다 맛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동지요, 희망입니다. 우리가 뭉쳐서 싸우리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승리할 줄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고, 동지들은 마음을 모아 주었습니다. 우리는 규식동지가 집안에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파업대오를 떠났다고 변절했다고 말하면 그건 잘못입니다. 규식 동지는 처음처럼 머리띠를 매고 우리와 같이 이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더 굳은 동지애를 가지고 앞으로 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자고 마음을 모읍시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동지들! 투쟁!”
원식이 형은 노조 대의원이었습니다.
짬밥도 오래된 반장이었고, 회사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 교섭위원으로도 거론된 적이 있는 형이었습니다. 문제는 술을 많이 먹고 다른 사람 말에 잘 휘둘린다는게 좀 흠이었습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파업 한달만에 회사에서 경찰 노동부 회사가 결탁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돌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원식이 형은 40대말에 장가를 가서 애들이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죠. 그래도 노동조합간부들을 믿었고 투쟁하는게 너무 신난다고 말할 정도로 성격이 밝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술먹고 노조 사무실을 찾아 와서 노조탈퇴 확인서를 써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아, 기가 막혀도 유분수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걸까요? 아니면 약점이 잡힌 걸까요? 어쨌든 노조탈퇴 확인서를 써줬습니다. 원식이 형은 그걸 받아 들더니 울음을 터뜨리게 아닙니까. 사무국장은 촉이 왔습니다. “아, 뭔 일이 있구나.”
그런데 으랏차차 동지들, 년말 노조 송년회에서 원식이 형이 모범 조합원 상을 받았다고 하면 쉽게 믿어지겠습니까? 하여튼 원식이 형은 모범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원식이 형은 벌써 정년퇴직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직도 옛날 일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데에는 원식이 형이 마음을 돌려 먹은데도 있지만 사무국장의 노력이 컸습니다. 정말로 돌 위에 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원식이 형에게 마음을 다 했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가 현실로 나타난거죠.
위의 일화에서 만약 동지의 허물을 들추고 그것을 공격하고 잘못을 따졌다면 다시는 같이 머리띠를 매지 못하고 좌절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을 겁니다.
동지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허물에서 사랑을 찾고, 흉에서 믿음의 싹을 틔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투쟁은 노동자의 학교이며, 참 삶의 배움터라고 하는거 같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합니다.
이해타산이 많으면 의리를 지킬 수 없고, 의리를 못 지키면 투쟁대오에서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상가집 개신세가 되고 노예의 운명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는 폭력과 억압에 대해서는 과감히 들춰내어 바로 잡지만, 동지의 허물에 대해서는 관심을 주고, 귀 기울여주고, 함께 하는 것. 이러한 인생을 살려고 투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세계노동절입니다.
믿음과 배려, 사랑과 헌신으로 살다 가신 전태일 열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따라 배울 열사가 있고, 승리하는 경험이 있고, 같이 하는 동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전진하는 노동의 역사에 우뚝 서 있는 빛나는 주인공들입니다.
으랏차차 동지들.
동의하십니까!
다음에는 『이소룡에게 까불면 벌어지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으랏차차 동지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21.5.1)
<특별기획-명사기고> 명숙의 인권산책 : 이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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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하러 간 자리에서 본 과일은 처음 본 것이었다. 포도인데도 동그란 방울이 아니라 방울을 두세 개 겹쳐놓은 길쭉한 것이었다. 그냥 검정이라기보다는 보랏빛을 조금 먹은 것 같은, 오디 같은 색의 포도였다. 포장지를 보니 블랙사파이어, 호주산 포도다. 처음 본 사람들은 신기해서 “이거 포도 맞아?”, “꼭 가지 같네, 뭔지 찾아보자.” 한명이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 블랙사파이어의 이름은 가지포도란다. 가지 같다고 말한 사람은 신이 나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가지버섯도 있는데,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이처럼 사물이나 동물, 직업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 특성이나 외양을 고려해서 짓는다. 그러다보니 이름을 듣고 그 사물의 특징이 떠오른다. ‘붉은부리갈매기’, ‘긴꼬리딱새’ 등의 이름을 들으면 대략의 생김새를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청소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바꾼다고 달라지나
그런데 어떤 이름은 특성을 지우려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청소노동이다. 청소노동이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직업명을 바꾸었다. 1988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청소담당 상시고용노동자들인 청소원의 명칭을 환경미화원으로 바꾸었다. 최근 충북 충주시는 환경미화원들의 사기진작과 자긍심을 높이고자 호칭을 "환경관리원"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청소노동에 대해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직업명 변경일까? 이런 식의 변경 사유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청소노동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 아닌가. 이름을 바꾸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이다.
게다가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직업명을 바꾼 것은 정말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당시 수많은 빈민촌의 철거에서 보이듯, 겉으로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어서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보이지 않게 했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노동을 하찮게 여긴 고위공직자들의 편견이 직업명을 바꾼 것이다. 청소노동을 청소노동이라 부르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인가. 청소노동을 하찮게 보는 고위공직자들의 시선이 문제가 아닌가. 오히려 필요한 것은 존중과 존중에 걸맞는 처우개선이다.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마라고?
얼마 전에 장애인운동가 박경석 씨는 주변에 사회복지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름에 관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인이라 부르지 말고 좋은 말로 부르는 것은 어때요?”
“좋은 말, 어떤 말요?”
“너무 장애인만 이야기하니 정상인, 아니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힘들잖아요.”
장애인이라는 말이 좋지 않다거나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하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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