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327_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몇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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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89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취업규칙의 근거
10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엔 의무적으로 취업규칙을 만들어야하고, 노동부에 신고해야한다.(근로기준법 제 93조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이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 14조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굳이 취업규칙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사용자가 자기 사업장의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정해 놓은 것이면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 단체협약이 없다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을 경우엔 체불임금이 되고, 부당한 징계가 될 수 있다.
자치단체의 경우 규칙이나 규정으로 만들어서 ‘자치법규’로 분류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므로 확인할 수 있다. ‘기간제 및 무기계약근로자 관리규정’, ‘환경미화원 복무규정’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취업규칙은 사용자 마음대로 고칠수 없다.
취업규칙을 개정할 때엔 노동자 과반수 또는 노동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만약 개정하는 내용 중의 일부라도 개정 전의 내용에 비해 불이익한 내용이 있으면 노동자 과반수 또는 노동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근로기준법 제 94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개정된 취업규칙은 무효가 된다. 단, 판례는 취업규칙의 개정 후에 신규 입사한 노동자는 개정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다..
법원 판례는 의견이나 동의를 구할 때 개별 노동자가 일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일하기도 바쁜데 대충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 방법은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보장되는 상태에서의 의견청취 및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반수가 가입한 노조가 있는 경우는 노동조합이 이 동의절차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 중에서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알거나, 알아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고 취업규칙 내놓으라고 해야 부랴부랴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없던 취업규칙을 새로 만드는 경우에도 기존 근로조건보다 저하하는 경우에는 불이익 변경이므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예를 들어 정년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거나 관행적으로 65세 이상자도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새로 취업규칙을 만들면서 정년을 60세로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경우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사용자인 경우에도 개정하려면 절차 거쳐야 한다.
자치단체가 사용자인 경우에는 조례 개정과 동일한 절차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개정되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법예고 공고를 하고 이의 신청 절차를 거친다. 정작 대상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 청취 및 동의 절차는 거치지 않으면서 입법예고만 하면 다 된다고 보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사용자인 경우에도 취업규칙 변경 절차는 동일하다.
단체협약이 있어도 취업규칙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며 취업규칙에 관심을 덜 가지는 경우가 있다. 단체협약으로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럴 경우 단체협약에 보충하여 취업규칙을 적용해야한다.
노사 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단체협약은 해지대상이 될 수 있다. 단체협약이 해지된 후 새로운 단협이 체결되기 전에 취업규칙을 먼저 개정하면 그 취업규칙이 단체협약을 대신하게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 96조는 취업규칙은 법령과 단체협약에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했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볍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몰라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껏 이런 명령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작년엔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지침’이라며 단체협약의 과도한 복리후생 규정을 손보겠다고 나서서 노사 자율을 원칙으로 하는 단체협약에 개입하고 나섰다. 징계위원회에 노조의 동의 조항, 퇴직금 누진제, 산재 외의 보상에 대한 합의, 하다못해 경조비와 기념품까지 개정하라고 간섭했다. 정말 치사하다.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어울릴까?
그리고 고치지 않을 경우 평가를 거쳐 패널티를 주고 예산을 줄인다. 공공기관 사용자들이 이것을 이유로 단협 개정하자고 하니 노조 입장에서는 무작정 밀어부칠 수 만은 없게 된다.
작년 내내 시설관리공단이나 도시공사 등 공공기관 소속 조합원들은 정부의 개입 때문에 교섭이 장기화하고 투쟁이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가 취업규칙의 제정.변경 절차를 쉽게 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을 기한으로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관련법을 논의하고 있다. 년초부터 정부에서 먼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라는 걸 발표했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과반수 동의 절차 없이도 개정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합리성’이라는 포장으로 사용자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미 일부 법원 판결에서 이것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또 이것은 이전부터 기업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합리성’의 범위를 지침으로 정하여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합리성이 있다고 분류된 사항들은 동의 절차 없이도 개정이 가능할 것이다. 노조가 있어도 수시로 동의 없이 개악하는데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용자 마음대로 근로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머리끈 질끈 묶고 총파업에 열심히 참가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같다. 정부가 자꾸 그리로 내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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