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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탐욕으로 얼룩진 서울외곽순환도로 민자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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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75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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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도로㈜가 대주주에게 후순위 대출 조건으로 해마다 연 20~48%에 이르는 이자 지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관련 자료를 보면, 서울고속도로의 대주주는 민자사업자가 아니라 고리대출업자에 가깝다. 이들이 꼬박꼬박 챙겨가는 높은 이자 수익은 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이용자에게 비싼 요금 부담으로 전가된다. 민자사업을 통한 탐욕의 실현이 공공에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서울고속도로의 지분은 애초 지에스건설컨소시엄에서 2011년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자회사 다비하나이머징인프라투융자회사로 넘어가면서 투자금 회수 방식이 바뀌었다. 회사가 대주주 유상감자를 실시하면서 감액된 자본금 3488억원을 후순위 대출로 전환해 20년 동안 모두 3조6000억원대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대주주에게 안정적이고도 높은 이자 수익을 보장해주려면 고속도로 통행료의 과다 책정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은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보다 1㎞당 통행료가 2.6배나 비싸다.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운영에 민간자본 참여는 필요하다. 정부 예산만으로 국민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된 민자사업들은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다. 또한 너무 비싼 요금이 적용돼 국민경제 전체로 봐서는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공공성을 상실한 민자사업은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우선 운영 실태를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의 경우 해마다 수백억원씩의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데도 국토교통부와 민간사업자 간에 맺는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니까 정부가 국민 이익은 가벼이 여긴 채 민간의 탐욕을 더 챙겨준다는 비난을 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런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공적 검증시스템 강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민자사업은 앞으로 추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이라면 민간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사업 타당성 검증과 국회 예산심의 등을 거쳐 공공사업으로 하면 된다. 무분별하고 방만한 민자사업 추진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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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659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