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과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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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87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연일 유성기업의 파업에 대한 기사가 언론의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연봉 7천만원(이조차도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음이 실제로 유성기업에서 수십년간 근무한 노동자들의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밝혀지고 있죠)을 받는 회사가 파업을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파업 초미부터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며 공권력 투입을 강력하게 주문해 왔었던 재계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연이은 재계와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외롭지만 굳건하게 싸워왔던 유성기업의 파업 현장에 어제(5월 24일) 급기야 공권력이 투입되었습니다. 과연 유성기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명분이 있는 것일까요?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는 지난 2009년 임단협 당시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로 전환한다”고 합의했음에도 사용자는 합의사항의 이행을 계속해서 미뤄왔습니다. 이에 유성기업 지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과 “월급제 전환”을 목적으로 열 한 차례에 걸친 교섭을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지난 5월 3일 대전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 측에서는 지난 5월 13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유성기업 지회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과반수 이상(78.2%)의 찬성에 따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그런데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소식이 들려오자 마자, 유성기업 측은 고용노동부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용역깡패와 회사관리자 200여명을 동원하여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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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노동3권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에 따라 보장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쟁의권과는 달리 직장폐쇄는 노사간의 교섭력의 균형 유지를 위해 노조법이 보장하는 쟁의대항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노사간의 교섭태도, 경과, 노동자 측 쟁의행위의 태양, 그로 인해 사용자측이 받는 타격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 사정에 비춰 형평의 견지에서 노동자 측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2243 판결, 2000. 5. 26. 선고 98다34331 판결 등 다수 판례)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장폐쇄가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항성: 직장폐쇄는 시기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개시된 이후에만 허용(노조법 제46조 제1항).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있기도 전에 행정관청에 직장폐쇄 신고서를 접수하였다가 반려되었음에도 직장폐쇄를 단행한 택시회사의 직장폐쇄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 사례(대법원 2003.6.13 선고 2003두1097), 노동자들이 준법투쟁을 실시한지 3일만에 수입감소를 이유로 직장을 폐쇄한 후 비조합원의 근무만을 허용한 운수회사의 직장폐쇄가 위법하다고 평가한 사례(제주지방법원 1997.7.10 선고 96가합1807) 등 2) 방어성: 직장폐쇄는 노동자측의 쟁의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목적에 충실할 경우에만 정당성을 가짐. 노동조합의 조직력 약화(대전지방법원 1995.2.9 선고 1993가합566)나 근로조건 하락 등 적극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거나 근로조건에 관한 사용자 측의 주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위법한 것으로 평가됨. ※ 한편 노조법 제46조 제2항에서는 직장폐쇄를 하기 전에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신고의무 위반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임. |
법원은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대항성/방어성이라는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정당한 직장폐쇄의 경우와 달리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를 면하지 못하게 되며,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한 채 직장점거를 계속하더라도 형법상 퇴거불응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대법원 2000.5.26. 선고 98다34331 판결, 2002.9.24. 선고 2002도2243 판결, 대법원 2007.3.29 선고 2006도93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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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가 법률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유성기업 지회의 적법한 절차에 따른 쟁의행위 준비 단계에서 기습적으로 행해진 유성기업 측의 직장폐쇄 조치는 선제적/공격적 직장폐쇄로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위법한 직장폐쇄로부터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방어하기 위한 대항수단으로 행해진 유성기업 지회의 직장점거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없으며, 파행적인 노사관계를 몰고 간 책임은 바로 사용자인 유성기업 측에 있는 것입니다.
어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의 면담에서 허찬 아산경찰서장이 보인 “노동법은 정확하게 모르겠고 직장폐쇄신고가 들어왔는데 관리자들이 막혀있다고 하니까 업무방해죄라 판단했다”, "회사측에서 직장폐쇄 신고가 들어왔고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에 파업이 불법이라고 생각했다" 따위의 반응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 아닐까요? 과연 노동자들의 직장점거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와 퇴거불응죄의 쇠방망이를 휘두르는 검찰이, 이번 유성기업 사측의 위법한 직장폐쇄에 대해 어떤 몽둥이를 휘두를지, 이번에도 솜방망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닐지 매우 궁금하고 우려스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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