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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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23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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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가비전 : 선진화인가, 복지국가인가
■ 이정우 전 청와대 실장-박재완 현 청와대 수석 대담
지난 6일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TV>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이정우(60) 경북대 교수와 박재완(55)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사이의 대담은 전·현직 정부 정책 두뇌들간의 만남답게 ‘정중동’의 쟁투였다. 외견상으로는 화기애애하고 부드러웠지만, 내용 면에서는 고수들의 일대 격돌이었다. 온화한 성품의 이 교수가 이례적으로 공격의 날을 세웠고, 박 수석은 시종일관 여유와 미소로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선진일류국가냐, 복지국가냐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시장만능주의와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달아오른 뒤 4대강 사업 등 현안에 이르자 불꽃을 튀었다. 2시간 동안 계속된 열띤 대담의 사회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가 보았다.
이정우 전 실장 "4대강 사업ㅁ부자감세로 복지 방기
MB선진화 개념 모호…성장주의 극복해야
건설투자만 열심 공공서비스 많은양 포기
지난 10년 인간성 회복 기간…MB 반대로 가
국가가 시장 제어하는 빅스웨덴 모델 지향
정부만능주의 vs 시장만능주의
김호기(이하 사회) 선진화 담론의 요체와 주요 의제는?
박재완(이하 박) 건국 6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60년을 내다보는 국가비전으로 (정부가) 제시한 것이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이란 것은 친환경적인 환경보존, 저탄소배출, 이런 측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의 기회, 성장동력, 성장과 분배,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이끌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차원이다.
이정우 선생은 시장만능주의가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하는데, 저는 반대로 정부만능주의가 너무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이 올해 발표한 경제 자유도(Economic Freedom Index: 정부의 경제개입이 전혀 없는 상태가 100점, 정부가 모든 것을 간섭하는 상태가 0점)를 살펴보면, 우리는 69.6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제 자유도 점수가 높을수록 1인당 소득이 높다는 점이다. 대체로 선진국들은 80점대에서 분포를 하고 있다.
이제 좀더 높은 소득으로 도약을 하고 참된 선진국가가 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와 관습, 이런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겠다.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환경보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생명에 대한 가치와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한다, 가진 자와 배운 자의 도덕적 책무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등은 선진화의 측면과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아마 공통분모가 아닐까 본다.
사회 복지국가 담론의 요체와 의제는?
이정우(이하 이) 대다수 국민들의 민생을 살펴보면, 국민에 대해서 정부가 너무나 책임을 방기해왔다. 정부가 나서서 살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것을 거의 해오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경우, 많은 공공서비스를 확충한다. 보건, 복지, 교육, 보육 등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우리나라는 그걸 무시하다 보니까 아예 그쪽으로 오랫동안 눈을 기울이지 않고, 무슨 건설투자, 길 닦고 도로 닦고, 이런 것은 열심히 했는데, 정말로 민생에 더 가까운 공공서비스 분야는 너무나 방기해왔다. 저는 국가의 책임을 오랫동안 포기해왔다고 본다. 그 결과가 뭐냐. 각자 살길을 찾아서 간 것이 식당이고 택시고 미장원이다. 이 사람들 다 살기 어렵다. ‘시장에서 당신들 힘으로 알아서 살아보시오’, 자영업자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논리, 이거야말로 시장만능주의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이중성이 있다. 폭력과 지나친 개입에 따른 과대국가였고, 정작 해야 할 민생을 보살피는 일에는 무책임한 과소정부(국가)였다. 이 두 개의 잘못된 것을 한꺼번에 고쳐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그 길이 복지국가가 맞다고 본다. 그렇게 가면 성장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북유럽도 한때 그랬다. 그러나 우리는 시작도 안 한 단계라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또 복지국가 나라들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복지 잘된 나라가 성장도 잘한다. 북유럽(국가)의 성장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다. 이것은 복지국가와 성장이 같이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복지를 적게 하는 영미형 국가보다 복지 잘해주는 북유럽이 성장률이 더 높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일자리 창출 민간 주도로 vs 공공서비스 확충 더 중요
박 복지와 성장은 대체재가 아니고 보완재다. 환경과 성장, 개발과 보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 이의가 전혀 없다.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금이) 높다. ‘친서민 중도실용’이라는 국정철학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해서는 성장을 저해한다거나 그런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무분별한 복지는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이런 나라의 공통점이 어쩌면 진보 성향의 정부가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복지정책이 주는 함정이랄까 한계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복지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이것을 점차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가지 더, 정부가 결국은 일자리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취지로 지적했는데, 저는 민간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더욱 좋고 지속가능하고 자생력도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일자리 만들면 자칫 성장 없는 고용으로 갈 수 있다.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에도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 박 수석이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의 사례를 들었는데, 그게 지나친 복지국가 때문이냐? 아니라고 본다. 사회과학계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유형론’이 있다. 유럽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는 크게 북부형·대륙형·남부유럽형이 있다. 문제가 된 건 전부 남부유럽형이다. 이 나라들은 유럽대륙 중에서는 가장 복지국가가 덜 발달돼 있고 가족의 유대가 강한 특수한 자본주의 형태다. 복지국가가 문제였다면, 북유럽이 먼저 위기가 왔어야 한다. 문제는 재정의 방만한 사용이었다. 공공서비스 확충은 박 수석도 찬성하는데, 다만 정부가 세금 거두긴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 정부 규모나 세금 규모가 소득 수준에 비해 높지는 않다. 선진국 중 어떤 나라는 이걸 걱정해야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또 하나는 공공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정부가 공급을 담당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매개 역할을 하고 민간부문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꼭 이걸 두고 공공서비스 확충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박재완 수석 “무분별한 복지는 성장잠재력 해쳐”
선진 일류국가 위해 산업화 업그레이드 필요
경제자유 높아야 소득 올라…규제 더 줄여야
현 정부 친서민 정책 많고 불평등도 축소시켜
분배·균형·성장 모두 부합하는 정책 만들어야
잃어버린 10년 vs 인간성 회복 10년
사회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중도진보 또는 중도개혁 정부가 국정을 담당했고, 2008년부터는 보수정부가 국정을 주도해왔다.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박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기업·노동·공공부문 등 분야에서 개혁을 했다. 사회복지제도 등은 진보 기조에 따라 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세금 정책은 진보 기조에서, 경제통상 정책 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보수 노선에 입각해서 정책을 수행한 면이 있다. 지금 정부를 보수정부로 규정하지만, 정부 스스로는 중도실용을 천명했다. ‘맞춤형 복지’라고 해서 이를테면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등 친서민 정책을 보면 보수정부가 맞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 많다. 반면 기업 규제를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이 풀었다든지 등에 대해서는 보수정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쪽 많은 사람들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했다. 그것을 반박하겠다. 지난 민주개혁정권 10년은 극우반공주의로부터 약간은 중간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양대 정당은 세계 기준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50년 동안의 극우반공체제 때문이다. 복지 얘기하면 좌파다, 빨갱이다, 그런 세상이었다. 그 폐해가 너무 심했다. 그걸 약간이나마 인간성, 균형감각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지난 10년이었다고 본다. 다 잘했느냐? 실수 많이 했고, 철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모든 걸 지난 10년과 반대로 간다.
사회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친서민 중도실용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이 넘었는데, 잘한 것, 별로 안 보인다. 주력한 것은 3가지다. 첫째는 감세. 그러나 부자 감세다. 둘째는 4대강 사업. 22조원 퍼붓는데, 물 확보, 홍수 예방 등 명분을 들지만 설득력이 없다. 셋째는 세종시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가 세종시를 추진한 건 균형발전에서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계승하는 게 맞다. 3대 역점사업, 어느 것 하나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박 전임 정부들이 여러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불평등도가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 악화돼 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그 추세가 반전이 됐다. 전임 두 정부 때 땅값이 엄청 올랐는데, 그 어느 때보다 집값이 안정돼 있다. 경제위기도 극복을 해가고 있다. 한-미 동맹, 그 전 두 정부에서는 삐걱거렸다. 복원했고, 그게 밑바탕이 돼 마침내 ‘G20 정상회의’도 열게 됐다. 또 2년 뒤 핵안보 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 녹색성장이란 길을 제시했다는 점도 있다. 감세했지만 전체의 3분의 1은 중소기업·서민들에게 돌아갔다.
이 감세의 가장 큰 효과는 부유층이 가져갔고, 효과가 중산층 서민에게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4대강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22조원을 들이는 것은 자연파괴로 갈 수밖에 없다. 세종시, 사실 다 가는 게 맞다. 얼마나 논리가 궁하면 관습헌법이란 걸 대서 막았겠느냐. 그런 논리의 뿌리는 서울 패권주의에서 왔다. 친서민 중도실용 하려면 감세 포기, 4대강 포기, 세종시로 다 가면 가능하다.
박 감세하면 복지 못할 거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4대강 반대하는 분들도 기본 취지는 찬성하더라. 보를 왜 만드느냐. 낙동강에 보 안 만들면 물 확보하기 어렵다. 비 오면 바다로 다 내려가니까. 4대강 사업 자체가 정말 서민들 위한 사업이다. 마시는 물만큼 중요한 복지가 어디 있느냐. 홍수 피해도 막는다. 그것만큼 서민들에게 중요한 것, 어디 있느냐.
리틀 아메리카 vs 빅 스웨덴
사회 흔히 보수세력 국가비전은 ‘리틀 아메리카’, 진보세력의 국가비전은 ‘빅 스웨덴’이라고들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박 둘 다 서구 모델이다. 우리 역사적 정체성, 국민들의 문화적 정서 등에 비춰볼 때 그 어느 쪽도 정확한 해법은 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모델을 찾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국방비 부담이 있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비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선진국의 40~50%에 못 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국방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할 정도로 (복지)확대를 못하고 있는 이유는 소득수준이 선진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부담할 여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으냐. 그런 문제가 있다. 복지 자체를 반대한다거나 그것이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입장은 아니다. 스웨덴 쪽도, 미국의 경우도 어느 것이 정답이고 어느 것이 틀렸다보단 우리의 현재 여건에 맞춰서 차근차근 해나갈 수밖에 없다. 단계적으로 풀 문제다.
이 미국형은 개인주의, 시장경쟁주의, 효율 등을 강조하고, 스웨덴은 집단주의, 시장을 방치하지 않고 국가가 제어한다는 것, 경쟁보다는 협력, 연대와 평등을 강조한다. 상반되는 체제다. 한국은 서양이 아니니까 둘 다 수용하기 어렵지만, 두 모델 중에 지향해야 할 방향은 스웨덴 쪽이 맞다고 본다. 미국형 체제는 21세기를 이끌어갈 모델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엔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 협력주의 등의 문화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의) 성장지상주의 질주 속에서 많이 훼손됐지만 아직 남아 있는 우리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스웨덴식 모델을 지향하는 게 맞다고 본다. 연대·평등 가치를 강조한다고 해서 창의력이 없는 건 아니다. 교육시스템, 가장 잘하는 쪽이 북유럽이다. 북유럽이 수출 비율도 제일 높다. 수출이 많은 나라일수록 복지국가다.
사회 시장과 복지에 대해 정부 또는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이 정조대왕이 200년 전 이런 말을 했다. ‘손상익하. 위에서 손해를 보고 아래에서 이익을 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200년 전에 복지국가 사상을 가진 왕이 있었다는 건 놀라운 혜안이다. 정조의 혜안을 해방 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갖지 못했다. 그래서 살기가 참 어려웠다. 고도성장은 했는데 민생은 너무 어렵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철학의 대전환이 필요한 단계라고 본다.
박 정조 정책 가운데 유명한 것, ‘신해통공’이 있다. 육의전이 독과점 체제에서 많은 이윤을 남기고 노점상에 해당하는 난전과 보부상 등을 억압하며 폭리를 취해 정경유착하던 것을, 정조가 난전 권리를 보장해 그로부터 조선 후기 상공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정조는 사회정의를 위해 그리고 또 경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그런 조처를 했다고 본다. 분배·형평과도 부합하고 성장과도 부합하는 좋은 정책,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보기보다 조금 더 둥근 시각으로 보고 함께 힘을 모아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하겠다.
정리 이창곤 최원형 기자 goni@hani.co.kr
■ 이정우의 ‘복지국가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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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과제는 많은데, 우선 40년 동안 성장지상주의의 폐해가 대단히 크다. 성장은 좋은 것이고 중요한 것이지만 거기에 너무 치우쳐서 복지·환경을 무시하는 불균형 심한 나라가 됐다. 따라서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이엠에프(IMF) 사태 이후 지난 10년간 ‘시장만능주의’의 폐단에 급속히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도 시장만능주의에서 왔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면에선 미국보다 더 심하게 시장만능주의로 기울어가고 있다. 이것도 역시 국민을 살기 어렵게 만들고 지나친 경쟁에 노출시키고 있다. 사회안전망은 없는데 경쟁만 강조되다 보니까 사람들의 삶이 아주 피폐해졌다.
이것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이 뭐냐? 역시 복지국가다. 시장의 힘을 국가가 제어한다는 것이 복지국가의 정의 가운데 하나다. 선진화라는 추상적인 구호보다 뚜렷한 내용 있는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 우리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 이 두 가지 폐단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복지국가로 방향을 뚜렷이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정우 교수는 서울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진보적 경제학자다. 성장과 분배의 동반 추구를 주장하며 빈곤과 양극화, 소득분배 등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참여해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내면서 정책분야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맡았다.
■ 박재완의 ‘선진일류국가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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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건국 뒤 6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 어엿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발돋움했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동안 건국에 이어서 산업화, 민주화를 짧은 기간에 달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건국도 반쪽밖에 되지 못했고, 산업화를 하긴 했지만 정부 주도로 너무 압축성장했고,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 시장·민간의 활력을 북돋고 내수를 진작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한편 민주화 역시 달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주장은 강하지만 그에 비례해야 할 책임의식은 약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남북 통일을 이루고 민간이 주도하는 참된 산업화, 책임과 권리가 대응하는 성숙한 민주화, 이런 과제들을 안고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전세계를 무대로, 또 이웃 국가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질서의 새로운 형성기에 우리의 입장을 많이 투영하는 한편, 과거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우리의 발전 경험을 함께 나눠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마디로 이것을 아울러서 정부는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그 비전은 결국 산업화도 업그레이드, 민주화도 성숙화, 남북 화합과 통일도 이루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게 하자,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다.
박재완 수석은 서울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정책학을 공부했다. 행정고시를 거쳐 관료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학자(성균관대 행정학 교수)로 길을 바꿨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어 국정기획수석을 맡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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