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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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41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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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성장과 분배라는 서로 다른 틀로 한국 경제를 논하던 보수와 진보가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춰 맞붙었다. 대담에 나선 나성린(57) 한나라당 의원과 홍종학(51) 경원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서는 결을 달리했다. 나 의원이 신성장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완화를 강조한 반면, 홍 교수는 일자리를 최우선에 두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유연한 경제환경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건설투자의 필요성이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논한 대목에서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나 의원과 홍 교수의 대담은 지난 10일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티브이(TV)> 스튜디오에서 정석구 <한겨레> 선임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나성린 의원 “규제 줄여 고부가가치산업 키워야”
기업 적대시해 기업가정신 사라져
의료 영리화·금융규제 완화 필요
현정부 건설투자 확대, 내수에 도움
이념·노사갈등 자제해야 선진국 도달
기업가 정신 회복돼야 vs 재벌이 혁신기업 성장 막아
정석구(이하 사회)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기본 인식은 비슷한데 접근방식이 다른 것 같다.
나성린(이하 나) 목표는 다 같다. 온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그런데 방법에 있어서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결국 사람이라는 유일한 천연자원 하나로 경쟁하는데,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다. 사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기술개발도 해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이 그만큼 부각된다. 그런데 옛날처럼 하향평준화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향평준화가 아닌, 경쟁도 도입하면서 뒤처지는 학생도 돌봐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누가 지금 경쟁을 최첨단에 나서서 하고 있는가. 기업들이 한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가정신이 무뎌져 왔다. 기업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기업을 너무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여 공격한 측면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있는 돈으로 건물 사서 임대료나 받아먹는 게 편하지 이 골치 아픈 일을 왜 하느냐고 한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이 많이 사라졌다. 어떻게 하든 기업가 정신을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홍종학(이하 홍) 강조점이 좀 다른데, 애플이 똑같은 기술력 가지고 똑같은 부품 가지고 아이폰을 만들었는데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런 혁신 제품이 나올 수 있겠나. 한계 있다는 말 많이 하고 있다. 엠에스(MS), 구글, 애플, 인텔 등 굴지의 혁신기업들은 만들어진 지 불과 20~30년밖에 안 됐다. 미국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20~30년 만에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중견기업이 하나도 탄생 못하고 있다. 재벌체제가 굳어져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넘어서 대기업으로 가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겠나? 우리가 경쟁하는 데 있어서 지금과 같은 재벌 시스템으로 과연 가능하겠는가? 재벌의 장점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방향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미래 성장을 얘기할 때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 아니겠나.
사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기업들이 성장해야 할 텐데, 실제 잘 안되는 이유는 뭔가?
홍 재벌체제가 우리 경제를 안정화시키고 수출에서 성과를 냈지만, 내부자 거래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3의 독립적인 기업이 자라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화 시대, 기술 진보가 굉장히 빠른 상황에서는 ‘유연한 경제’가 결국 성공한다. 신성장산업이 빨리 일어나고 인적·물적 자원이 그쪽으로 빨리 이동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 벤처캐피털이 미국처럼 잘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신성장기업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재벌의 도움 받아야 하고, 재벌 계열사로 편입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잠재력 다 발휘하지 못한다. 재벌에 대해 계열사간 거래, 이를 통한 경쟁 저해 행위를 문제 삼아야 한다. 경쟁 촉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장기적으로 혁신기업이 육성된다.
나 재벌들의 내부거래, 불공정거래에 대한 비판 많았지만, 그동안 많이 개선됐다. 혁신기업은 투자 위험이 크고, 한번 성공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인데, 이것을 누가 하느냐가 문제다. 몸이 가볍고 효율적인 중소 벤처기업이 하면 좋은데, 인적 자산과 자본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재벌 내부에서 하나의 팀을 만들어서 혁신기업 쪽으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중소 혁신기업이 열심히 하는데, 성장하고 나면 재벌이 잡아먹어 버린다는 비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자산가치 불린 뒤 기업을 파는 것도 벤처기업의 역할이다. 기업을 판 뒤에 또다른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걸 단지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혁신기술을 개발해 자산가치 부여해서 재벌에 팔면, 재벌이 대량생산해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중소 벤처기업으로서는 불만 있을 수 있다. 실컷 키워놓으면 잡아먹고 하니까. 재벌과 중소 벤처기업이 어떻게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vs 중산·서민층 소비 여력 향상
사회 우리 경제는 수출에 비해 내수의 비중이 작은데, 내수를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나 금융, 교육, 의료, 관광문화 등 고부가가치 내수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 의료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부자들이 미국 가서 수술하지 말고 한국에서 하게 하고, 외국의 돈 많은 사람들이 한국 와서 수술하고 건강검진 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 의료산업의 질과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영리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당장 이념적 문제에 봉착한다. 진보 쪽 사람들이 반대한다. 지난 2년 동안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잘 안됐다. 외국 병원 들어오게 하는 의료개방도 해야 하는데, 의료산업 쪽에서 반대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조기유학 등으로 외국에 퍼주는 돈이 너무 많다. 교육도 이제 평준화 체제를 조금 보완하고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당장 반대에 부닥친다. 금융도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 옛날에는 금융을 제조업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금융 자체가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 경쟁력은 굉장히 약하다. 강한 토종은행을 육성해야 하는데 규제가 많아서 불가능하다. 금융 쪽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홍 우리 경제에서 내수가 안되는 핵심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처분소득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55%밖에 안 된다. 미국은 70%를 넘는다. 특히 고소득층은 평균 소비성향이 60% 정도밖에 안 된다. 저소득층은 지난 10년 동안 소비성향이 100%를 넘었다. 빚을 얻어서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 여력이 없고 양극화 때문에 소비를 못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 수출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바뀌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 대부분의 중산·서민층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어 소득이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 대비 가처분소득의 비중이 커지고 양극화가 해소된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내수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중산·서민층의 소득을 높일 대책은 안 내놓으면서 내수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얘기만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일단 소득을 올리는 데 주력해 내수를 늘린 다음에 교육, 의료, 금융 등 중요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홍종학 교수 “서민 일자리 창출해야 성장 지속”
재벌체제 굳어져 혁신기업 성장 막아
소득·소비여력 늘어나면 내수도 발전
건설부양 의존은 ‘밑빠진 독 물붓기’
양극화 해소로 성장전략 원칙 바꿔야
나 내수에서 전통적인 서비스산업도 활성화해야 하지만,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굉장히 신경 써야 한다. 그 외에 하나가 더 있다. 건설투자다. 건설 쪽이 내수 산업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건설 지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부동산 거품 때문에 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건설 쪽 투자를 많이 못했다. 건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고, 최근 들어 건설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국내총생산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건설투자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건설은 주택건설과 토목건설이 있는데, 주택건설은 여러 가지로 참 어렵다. 주택건설의 부족한 부분을 그동안 토목건설로 보완해 왔다. 현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토목건설 쪽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토목 쪽은 정부 재정이 아니라 민간기업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홍 건설 쪽에 대해서는 의견이 아주 다르다. 과다한 건설투자가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다.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 대비 건설투자의 평균 비중이 19.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다.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국내총생산의 8%를 콘크리트에 추가로 쏟아부은 셈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이 대략 1000조원인데 8%면 자그마치 80조원이다. 이 돈을 콘크리트에 쏟아붓지 않고 설비투자에 활용하거나 그냥 가처분소득으로 나눠줬다면, 다른 분야의 소비가 많이 늘었을 것이다. 혁신기업들도 탄생했을 것이고. 건설투자를 빨리 오이시디 수준인 국내총생산 대비 11% 정도로 내려야 한다. 건설경기 부양은 ‘모르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건설경기 부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효과가 바로바로 나니까. 하지만 부양한 뒤에 좀 있다가 부동산 경기가 또 떨어진다. 그러면 또 부양해줘야 한다. 건설경기 부양이 한국 경제에 일종의 함정이 되어 버렸다.
규제완화로 경쟁력 높여야 vs 건설투자 줄여야 건전한 성장 가능
사회 금융이 산업을 지원하는 기능을 넘어 독자적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나?
나 금융은 이중적 성격이 있다. 신성장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융산업의 위험성도 있다. 금융은 건전성이 중요한 산업이다. 우리가 금융산업을 독자 산업으로,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야겠다고 해서 지난 몇 년 동안 노력하는 와중에 금융위기가 터졌다. 이 때문에 제동이 좀 걸렸다. 금융산업을 독자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야 하는 것은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금융산업 규제가 강한 나라다.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서 은행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홍 현 정부 들어서 ‘환율 주권론’ 대놓고 얘기하면서 정부가 환율 통제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산업이 발전한 나라를 보면, 다들 국외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안 좋은데도 경제가 안정적인 것은 국외자산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국내펀드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국외펀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위험하다며 투자하지 말라고 다 규제해버렸다. 그러면서 정부가 투자한다고 국부펀드를 만들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펀드 투자를 민간이 해야지, 정부가 해서 어떻게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발전하겠는가? 미국에는 은행이 수천개 있다. 지난해 은행 수백개가 도산했지만 미국 금융시장 잘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 금융당국에서는 현재 손으로 꼽을 정도의 시중은행을 또 합병해서 경쟁을 더 줄이겠다고 한다. 경쟁을 제한하고 가격을 통제하면서 금융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키겠나?
양극화 해소 vs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사회 성장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개별 사안까지 논의를 했다. 성장전략의 원칙에 대해 종합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홍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얘기했던 수출, 국내총생산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자리 창출, 가처분소득 증가, 양극화 해소 등으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세계화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경쟁력은 고급 일자리에서 나온다. 또 원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주식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달러를 기준으로 우리 주식가격이 어떻게 되는가, 국민소득이 어떻게 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 봐야 외환위기가 와서 1달러당 2000원 되면 소용이 없다. 경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대기업이 투자하고 정부가 주도해 경제성장을 했던, 그래서 성공했던 과거의 관성이 크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의 새로운 도약이 어렵지 않겠나. 그런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나 선진국이 되려면 정치·경제·사회·복지·문화 등이 다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특히 기본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성장률이 5% 이상 돼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기 전에 잠재성장률을 높여서 충분히 경제 수준을 올려야 한다. 올리려면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사람의 양이 많아야 하고, 사람의 질이 높아야 한다. 또 자본의 양이 충분하고 자본의 질,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이 4가지를 잘하고 신성장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끌어내야지 잠재성장률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자제하고 노사관계 문화도 선진화시키고, 치열한 국제경쟁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이 잘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리 김수헌 최원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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