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소식
  • 노조소식

[기획연재]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84회 작성일 21-06-18 13:26

본문

8000476953_20100531.JPG
» 이태수 교수(왼쪽 부터), 신광영 교수, 곽승준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인 ‘하늘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곽승준 위원장-이태수 교수 대담

곽승준(50)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이태수(51)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의 대담은 지난 20일 한겨레신문사 5층 <하니티브이(TV)>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란 점에서 두 사람은 의견이 같았다.

해결 방법에서도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에 들어가서는 곽 위원장이 ‘따뜻한 시장경제와 민간의 역할’에 무게를 더 둔 반면, 이 교수는 보편적 복지에 기반을 둔 사회정책과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이번 대담의 사회는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보았다.


곽승준 위원장 “일자리가 복지…기업감세 불가피”

양극화 나아지는 중 vs 말 따로 정책 따로

 

신광영(이하 사회) 좀더 구체적인 지표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해 살펴보자.

곽승준(이하 곽) 양극화 문제는 심각하다. 풀어야 되지만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 노무현 정부도 노력했고, 우리뿐만 아니라 어떤 정부도 국정 최고의 과제로 놓을 수밖에 없다. 지표로만 보면 엠비(MB)정부 들어 양극화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성장을 위한 성장을 하는 정부는 없다. 오직 성장만 하려면 굉장히 쉽다. (이태수 교수와) 상황 판단과 추구하는 것이 거의 같다. 우리가 작년에 치중했던 것은 아무리 경제가 안 좋아도 ‘건강을 해치면 안 된다, 학교를 그만두면 안 된다, 가족이 파괴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세가지는 정부가 반드시 지켜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소득 양극화’가 있고 ‘소득 불균형’이 있다. 그 지표가 다르다. 지니계수 등 국민들이 느끼는 지표로 가줘야 한다. 같이 밥 먹어야 한다. 누구는 밥 먹고, 누구는 못 먹고 있다면 건전한 사회가 절대 될 수 없다. 그건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고, 모든 정부는 그것을 위해 매진한다고 본다.

이태수(이하 이) 인식이나 정책의 방향이 같다고 하니, 나는 좀 각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엠비 정부의 정책을 보면, 굉장히 많은 말의 수사, 이런 게 많다는 시각이 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중산층을 위해서 여러 정책을 펴고 건강·학교·가족에 대해 작년에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하고, 성장을 위한 성장을 안 했다고 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성장이 실제 국민들에게 고루 가고 있느냐, 또 이 성장이란 정책 목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귀결되고 있느냐 등 결과론적 측면에서 봤을 때, 위배되는 것들이 많다. 건설투자 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4대강을 통해서 건설투자 부분에 일로매진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작년 경제위기 때 엠비 정부가 3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여해서 많은 정책을 펼쳤지만 확고하게 제도적으로 안착된 게 없다. 복지정책도 일시적·긴급적·한시적 정책으로 했다. 휴먼뉴딜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자세한 청사진이 나와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찾기 어렵다. 말씀과 실제 정책의 간극이 너무 크다.

경제위기 때에는 어느 나라나 감세정책을 한다. 기본이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긴급정책을 쓰는 것이다. 또 재정확대 정책을 쓴다. 경제위기 때 증세를 하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나라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재정적자가 난다고 한다. 한시적으로 쓰는 것이다. 국민들은 일시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소득을 좀 만들어줘야 한다.

사회 사회양극화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할 듯하다.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하는데 그 원인이 다양한 만큼 거기에 맞는 세부적·체계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양극화의 원인은 복잡하고 심층적이며 거시적이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이라는 견해부터, 기술진보에 따른 것 등이 있다. 일반론 못지않게 우리의 원인은 좀더 특수하다. 세계화 추세 속에 세계경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돼 있고, 그래서 무한경쟁 시스템에 노출되는 상태에서 시장의 실패 요인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내 경제구조는 오랫동안 수출주도형, 대기업·재벌 중심이어서 이러한 세계화라는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무엇보다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너무 과도하게 쓴 때문도 있다. 기업의 효율화, 시장에서의 경쟁 등을 위해 노동의 유연성을 과도하고 무책임하게 보장했고,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노동시장의 혼란을 가져온 것 등이 직접 원인이다. 또 경제 부문에서 기업과 산업 부문에서의 양극화가 격발된 것 등이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오면서, 최종 소비 단계에서 의료·교육·정보 등에 대한 지출에서 양극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표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 흔히 지니계수로 양극화를 잡아내지만 적절하지 않다. 소득 5분위 배율, 중위 가구소득의 50~150%를 보는 중산층의 규모 등이 (더 실상에)가깝다.

엠비 정부 들어 양극화는 지표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계수로 보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추세가 더 중요하다. 더 나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의존적인 경제다. 자원도 없고 시장도 없으니 해외에 안 팔면 경제를 유지하기 힘들고 지금 있는 일자리도 창출하기 어렵다. 내수 많이 늘리면 좋겠다. 내수를 늘리는 것은 서비스업종 등인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업종이 58% 정도 되는데, 선진국은 78~79%까지 간다. 정부도 이걸 늘리기 위해 심층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 드라이브 걸고 있는 사회적 기업도 좋은 모델이다.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에 대해 100% 인식하고 있다.

‘주술 경제’는 안돼 vs 북유럽 복지모델 보라

사회 시원한 정책과 비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이 정책적으로 가능할까?

엠비정부 들어 양극화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나도 양극화라는 것이 쉽게 잡힐 것이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양극화를 야기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우리와 세계 경제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통제 가능한 대상이라고 하는 점에서 정책적 의지, 정부의 관점, 해법에 대한 적실성 등이 중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첫째, 노동시장에 자기 노동력을 팔지 않아도 확보되는 사회적 임금이 좀더 많아졌으면 한다. 교육이나 보육 등에서 정부가 사회지출을 더 늘리는 것이다. 주거와 의료에서도 사회적 임금 형태의 보편적 급여를 늘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늘지 않았다. 64%에서 61%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둘째는, 노동시장이 얼마나 양극화를 잡아주는 기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참여토록 하고, 참여한 사람들은 안정적 소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확보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또 유동성이 잦아선 안 된다. 노동시장에 참여시키려면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훈련을 많이 시켜야 한다. 이런 맥락에 사회적 일자리에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한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셋째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균등한 관계를 조정하거나 금융자본이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교란하는 것에 과감히 개입하는 등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127520794916_20100531.JPG

이태수 교수 “성장을 위한 성장, 양극화 못풀어”

이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부두 이코노미’(과학적 처방과는 거리가 먼 주술에 의존하는 경제)라면 가능하다. 재정지출 늘리고, 세금은 줄이고, 일자리에 예산 전부 쓰고 등 모두 할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우리가 가계부 하나만 정리해봐도 어렵다. ‘감세해주지 말라’고 하는데 감세 안 하면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안 한다. 우리도 복지예산을 많이 쓰고 싶다, 돈만 많다면. 그러나 예산에는 항목들이 있고, 기초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도 있다. 어떤 분은 복지예산 써달라 하고 어떤 분은 교육투자 해달라 하는 등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굉장히 다르다. 그러나 하나 알아야 할 게 전체 국내총생산 가운데 민간이 80% 정도 차지하고 정부는 10% 정도다. 민간부문이 그만큼 커졌고, 중요하다. 고용 늘려야 하지만 가장 상관관계가 있는 게 민간의 성장이다. 성장을 위한 성장만을 하는 바보 같은 지도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요새는 융합이다. 사회정책, 경제정책 따로 있지 않다. 정부의 복지가 약하지 않다. 양극화 왜 심해지나? 지난 10년간 무너진 게 교육이다. 자기 가계소득의 20~50%를 사교육에 쏟는 나라가 어디 있냐. 사교육비를 줄여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해줘야 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면 안 된다. 막연하게 노동안정성 논쟁할 단계는 지났다. 모든 일자리가 어디서 생기느냐? 민간에서 생긴다. 정부 예산도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방아쇠를 잡아당겨주는 역할을 해주면 좋다.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들은 그만큼 인정해줘야 한다.

‘부두경제 아니냐’고 했지만, 내가 말한 건 사실 유럽, 특히 복지 선진국가들이 그동안 취해 성과를 냈고, 지금도 유지하는 정책들이다. 미국식 경제 시스템이 아니고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사회적 임금을 34%까지 늘리는 과정에서 어떤 효과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노동시장, 경제정책,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폈는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민간분야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말에 대해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간분야의 성장은 지금 시스템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간부문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희망근로사업에 수천억원을 쓸 이유는 없다. 그걸로 사회복지사를 늘리고, 간호사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관을 늘리고, 교직원을 늘리는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초기에 행한 정부의 재정지출도 나중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회수할 수 있다.

공무원이 많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어디서 제일 많이 생기냐. 전부 기업에 있다. 민간에는 큰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도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세액을 감소해주고 지원해준다. 좋은 정책이다. 올해부터 굉장히 세게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땐 대기업이 설비투자 하면 세액을 공제했다. 그렇게 하면 일자리를 더 줄인다. 자동화 설비는 싸고 임금이 오르니까. 우리는 굉장히 시프트 패러다임을 하고 있다. 물론 정부부문도 노력했다. 작년에 26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산층 두터운 나라 vs 패자부활 가능한 나라

사회 마지막으로 양극화가 해소 또는 완화됐을 때, 그때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말씀해 달라.

선진국의 공통점은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다. 모든 나라가 전부 중산층을 키우고 두텁게 하려 한다. 이들이 빈곤층으로 내려앉는 걸 방지하려 노력한다. 오바마 미국 정부도 처음 들어서 한 게 중산층 키우기 티에프(TF)팀을 먼저 꾸렸고, 일본은 ‘1억 중산층’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다. 영국도 미래전략처에서 중산층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독일은 ‘어젠다 2012’에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려고 노력한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면 사회가 통합이 된다. 통합과 융합이 되는 사회, 그리고 소통이 되는 사회, 이게 양극화가 좁혀지고 성공했을 때 만들 수 있는 조화로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양극화가 해소되면 가계나 가정은 불안정성이 상당히 완화돼 자기 인생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어떤 길을 갈 수 있구나 등 예측 가능하고 인간다운 생존이 가능한 사회가 될 것 같다. 경제 체계로는 패자부활이 가능한 체제이면서, 그 속에서 혁신이라는 정신이 살아나는 사회. 한번 자기 아이디어로 과감히 도전해봤다가 대박을 터뜨려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기업으로서도 걸맞은 결과가 나오면 좋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에는 사회안전망 속에서 추슬러서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이 가능한 체제가 되지 않겠는가 한다. 현존하는 나라를 예로 들자면, 북유럽이 오랫동안 복지체제를 강화해 오면서도 선진국가 내에서의 경제적 성과도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요새 유행하는 ‘빅 스웨덴’ 모델이다.

사회 두 분 생각의 지향점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여러가지 사용하는 개념 등에서도 공통점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관련해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사회에서 급속하게 커지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사회가 특히 그렇다. 이 과정에서 복지·고용 등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사회투자국가라든가, 유연안전성 모형이라든가 여러 아이디어가 개발되고 실험되는 상황에 있다.

정리 이창곤 최원형 기자 goni@hani.co.kr

■ 곽승준 ‘따뜻한 시장경제 전략’

엠비(MB) 정부가 출발할 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간단히 말하면, 큰 기업들은 정부가 도와줄 필요도 없고 발목 잡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세금을 많이 내면 그걸로 존경받도록 해주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주면 그걸로 사회에서 칭찬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장에서 탈락한 영세 자영민이나 농민, 사회 취약계층 등을 정부가 잘 보듬어 이들을 다시 시장경제로 갈 수 있도록 하고, 만약 그렇게 안 되면 정부가 재활할 수 있도록 계속 보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우리 정부가 실행한 것이 ‘중도실용’이었다. 목적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자고 내건 프로젝트가 ‘휴먼뉴딜’이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가계소득을 늘려주자. 둘째는 쓸데없는 가계지출을 줄여주자. 셋째는 사회안전망을 좀더 촘촘하게 하자는 것이다. 세번째와 관련해서는 복지예산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복지지출을 증가시켰다.

가계수입을 늘려주자는 것에 대해서는, 작년과 재작년에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았다. 우리가 치중했던 것은 가계지출을 줄여주자는 것으로, 가계지출을 줄여주면 가계에 현금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 가계가 가장 고통받는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비다. 그다음이 보육비, 통신비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다. 일자리는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능동적 복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한다.

곽승준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내다 중도하차했지만 다시 넉달 만에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중산층 살리기 정책’ 입안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밤 10시 이후 심야 학원교습 금지도 그의 작품이다.

■ 이태수 ‘사람 중심 사회정책 전략’

2000년대 들어 한국 사회의 소득재분배나 중산층의 현황을 말해주는 각종 지표들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사회양극화 심화의 정도를 압도할 만큼 강력하고 과감한 사회정책을 행하지 못함에 따라 사회양극화에 제동을 거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완전히 역주행하고 있다. 경제성장 자체에 올인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정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국가재정까지도 감세로 인해 원천적으로 축소시키며 4대강 사업과 같은 구시대적인 토목사업에 방대한 지출을 행함으로써 사회양극화 해소와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만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심화 현상을 경시한다면 사회통합의 저해라는 값비싼 대가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극도로 피폐해지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성장을 위한 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중산층까지 포함한 보편적 복지급여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구축하며,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며, 사회적 일자리를 포함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공공부문에서 주도함으로써 혁신적이고 공정한 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분배와 성장이 함께하는 균형잡힌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 중심의 과감한 사회정책을 전개하는 복지국가의 원리를 국정운영 기조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이나 감세에 보이는 과감성을 이런 방향으로 대담하게 적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는 오히려 매우 희망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태수 교수는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적인 사회정책학자다. 현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을 맡으며 복지정책 입안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