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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단일화보다 어려운 단체교섭, <br>산별노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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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59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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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가 진통 끝에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에 합의했다. 합의문이 포괄적이라서, 법안을 성안하고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사정 간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합의안을 토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3자 합의안과 한나라당 개정안을 분석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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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노동뉴스 연속기획 2 ©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창구단일화보다 어려운 단체교섭, 산별노조의 운명은노동부는 최근 복수노조를 허용했을 경우 진행될 산별교섭에 관한 설명자료를 냈다. 한국노총∙경총∙노동부 합의와 한나라당 법안에 따라 산별교섭이 위축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노사정 합의나 한나라당 법안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교섭단위란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있는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하는 기본 단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교섭을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창구단일화해도 산별교섭은 가능 

창구단일화 규정이 산별노조나 초기업노조들의 산별중앙교섭 또는 공동교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교섭대표 자격을 획득한 산별노조의 지부∙지회들은 기존처럼 사용자들과 산별교섭이나 공동교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부 해석이다. 

노동부 주장대로 한나라당의 창구단일화 방안이 산별교섭 자체를 막는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산별교섭도 노사 자율로 진행된 만큼, 노조와 사용자의 의지만 있으면 복수노조가 허용돼도 교섭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업이나 사업장 내에서 지부가 교섭대표자격을 얻지 못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용자가 해당 지부와 직접 교섭할 의무나 법적근거가 없다. 

따라서 산별교섭에 나설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산별노조 중앙도 해당 사업장에 대해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설사 지부에 교섭대표자격이 있더라도 산별교섭의 의미는 상당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금융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산업∙업종 차원에서 임금∙근로조건∙인력충원∙산업정책 등에 대한 최소 기준을 정한 뒤 기업 차원에서 보충 교섭을 진행한다. 각 기업현장의 구체적인 근로조건 등이 산별중앙교섭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산별중앙 합의, 휴지 조각 되나 

문제는 기업현장에서 보충∙현장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게 된다. 창구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교섭대표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내용까지 통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복수노조가 허용된 공무원 노사의 단체교섭을 보면, 여러 개의 노조들이 교섭 대표단을 꾸리고 하나의 요구안을 제출해야만 행정안전부가 교섭에 나서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산별노조의 지부가 압도적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면 산별중앙에서 합의된 내용이 현장교섭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율적 합의나 비례대표 방식으로 창구단일화를 이루게 되면 상황이 바뀐다. 산별노조에 속하지 않은 기업별노조가 임단협 요구안에 다른 의견을 낼 경우 창구단일화를 위해서는 산별합의안에 손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보통 3개월이 넘는 교섭기간을 통해 어렵사리 합의된 산별협약이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기획단장은 “열심히 싸워서 산별협약을 만들어도 창구단일화 때문에 현장교섭에서 적용하기가 힘들어진다”며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산별노조는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쟁의행위 … 산별파업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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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노사정 합의와 한나라당 법안은 소수노조나 산별노조의 단체교섭권만 제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단결권∙단체교섭권과 마찬가지로 노동 3권에 속하는 단체행동권에 대한 침해 여부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한나라당 법안에 따르면 복수노조들이 쟁의행위를 하려면 전체 노조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가해야하고, 과반수 찬성이 나와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논리처럼 쟁의행위 남발을 막고 소수노조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 규정대로라면 조합원 50% 이상을 차지한 과반수 대표가 찬반투표를 하려고 해도 가장 적은 10% 규모의 노조가 반대하면 쟁의행위를 위한 사전절차마저 막히게 된다. 복수노조들의 단체교섭은 과반수 노조에 배타적인 권리를 줘 놓고, 쟁의행위는 소수노조 입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해 놓은 것이다. 

이런 규정은 산별노조 쟁의행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등은 산별중앙교섭을 거치면서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번갈아 해왔다. 산별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산별 차원의 단체행동은 노조가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였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다른 기업별노조가 파업찬반 투표에 참가하지 않게 되면, 산별노조 차원에서 쟁의행위를 추진하는 것도 소용없게 된다. 대의원이나 지부장들이 파업을 결정해 추진하더라도 ‘그들만의 파업결정’에 그치게 된다. 

해외에도 드문 사례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드물다. 배타적교섭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이나 노조 승인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 등에서는 종업원수를 쟁의행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전체 노조들이 투표에 참가하든 말든, 조합원이 아닌 종업원들의 일정비율만 찬성하면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종업원을 가장 많이 조직한 노조는 물론이고, 비조합원이나 소수노조의 입장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 적어도 하나의 노조 때문에 찬반투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율교섭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각 노조마다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교섭창구 단일화 논리가 전체 쟁의행위를 막는 논리로 까지 이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상대에게 또 다른 권리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을 경우 그러지 않도록 절차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제도가 노조와 사용자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학태 기자 ta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