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소식
  • 노조소식

교섭창구 단일화, 위헌 논란은 여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00회 작성일 21-06-18 13:26

본문


최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가 진통 끝에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에 합의했다. 합의문이 포괄적이라서, 법안을 성안하고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사정 간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합의안을 토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3자 합의안과 한나라당 개정안을 분석했다.<편집자>
 
2009121429571325.png
▲ 매일노동뉴스 연속기획 1   ©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 교섭창구 단일화, 위헌 논란은 여전
 

전국교직원노조는 지난 99년 합법화 이후 10년 동안 단 두 차례밖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노조설립 이후 2000년 첫 단협을 체결했고 2002년 갱신한 뒤로는 교섭조차 열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1월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존 협약마저 해지했다. 노조는 합법화됐지만, 노조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교섭조차 열지 못한 교원노조  

교원노조의 사례는 복수노조 시행시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해 그동안 경영계와 노동계가 제기했던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을 두고 노노 간 갈등이 심화했고, 교과부는 창구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노사 관계에서 혼란이 계속됐고, 단협은 갱신기간이 지나 해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6조 3항)를 담고 있다. 전교조는 2004년부터 공동 교섭단 구성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현재 교원노조는 전국교직원노조·한국교원노조·자유교원노조·대한민국교원노조 등 4개다. 일부 노조는‘반전교조’를 기치로 결성됐다. 노조 간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 회의에서“소수노조의 의해 다수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라며“교섭창구 단일화는 결국 소수와 다수, 모든 노조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사정 3자 합의, 논란은 가중 

한국노총·경총·노동부 등 노사정 3자가 지난 4일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합의했다. 노사정 3자는 복수노조와 관련, 시행은 2년6개월 유예하고 교섭창구는 단일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노총은“노조 설립의 자유를 빼앗았다”고 반발했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보다 복수노조 시행시기가 2년이나 늦은 데다, 경영계가 주장했던 창구단일화가 합의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창구단일화 방안으로 위헌 소지가 가장 큰 과반수대표제를 법안에 담았다. 
 
2009121417314588.png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는 노동부가 현행 법률 개정 없이 행정입법(시행령)으로 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자“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창구단일화의 의무화는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기본권(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노사정 3자는 합의를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률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교섭대표노동조합은 대통령령이 정한 결정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대통령령이 정한 기한 내에 결정하지 못할 경우 하나의 사업장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29조 2항 신설)라는 내용을 노조법 개정안에 담았다.
 
교섭창구 단일화, 위헌 논쟁 불가피
 
법률에 근거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명시한다 할지라도 위헌 소지가 사라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체교섭권이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단체교섭권)할 수 있어야, 노조 설립(단결권)도, 쟁의행위(단체행동권)도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위헌 논란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법률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 재차 국회입법조사처에 질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노동부가 미국과 영국 등의 예를 들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률로 정한 나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나라는 노동3권을 헌법이 아닌 법률에 명시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정치권이 창구단일화를 법률에 명시한다 하더라도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구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은 노조법 개정안에서 창구단일화 방안으로 과반수 대표제를 제시했다. “교섭대표단을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할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가 된다”(29조2항 신설)는 조항을 첨가한 것이다.
 
과반수대표제는 하나의 노조만 교섭에 참가하는, 즉 다른 노조들의 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에 창구단일화 방식 가운데서도 가장 위헌 소지가 크다. 반대로 창구단일화 방식 중에서도 조합원수에 비례해 교섭위원을 구성하는 비례교섭대표제는 모든 노조가 한 명의 교섭위원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가 과반수대표제보다 위헌 소지가 덜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소수노조 교섭권,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소수노조의 교섭권 혹은 교섭에서 제외된 소수노조 가입 조합원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다. 교섭창구 단일화 위헌 여부에 대해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법 논리상으로는 위헌 소지가 상당하지만, 유니온숍(노조강제가입조항)처럼 현실안정성을 감안할 때는 위헌 소지가 있더라도 법으로 기본권을 규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제기된다.

하지만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없을 경우 결국 위헌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보완장치가 없다면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법학과)는“단체협약은 단일 사업장 혹은 업종에 통일적이고 공정한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사전적 통일(교섭참여)이나 사후적 통일(공정∙동일한단체협약)을 확보할 수 없다면 위헌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사정 3자 합의에서는 교섭대표노조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했다. 한나라당은 노조법 개정안에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또는 그 조합원 간에 부당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29조 4항 신설)는 조항을 넣어 이를 구체화했다. 교섭에 참여하지 못한 노조가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협약 체결일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창구단일화를 강제하기 이전에 노조 간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교섭창구 단일화가 위헌인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 중”이라며“법률과 시행령을 통해 위헌 소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최근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안에 명시하는 것보다는 유예기간 동안 시간을 갖고 논의해 보자는 의견도 밝히고 있다.
 
소수노조 교섭권 침해, 완벽한 보완책은 없어
 
민주노총은 법률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다면 소수노조의 교섭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교섭권 침해가 결과적으로 노조 설립을 어렵게 해 복수노조 허용이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비정규 노동자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소수노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교섭창구 단일화까지 강제되면 단체협상을 통한 노동조건 향상조차 시도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사정 3자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공정대표의무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에 시정을 요구하는 사후적 규제밖에 가능하지 않다. 처벌조항과 같은 법적 강제가 없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과반수대표제 아래서는 하나의 노조만 교섭에 참가하기 때문에 소수노조나 특정 노동자 집단 권익보호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적으로 성실교섭의무를 부과하거나 사후적으로 조합원 대상 협약인준투표를 벌이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유다. 소수노조에 추가적인 교섭 혹은 보충교섭 기회를 부과하면서 위헌 소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다양한 보완책이 마련되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소수노조의 교섭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헌법 정신에 기초해 모든 노조에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만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3자가 전임자임금 규제와는 달리 복수노조 시행일만 2년6개월 유예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노사정 3자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복수노조 시행만큼은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복수노조 2년6개월 유예, 왜?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열린 한 방송토론회에서 “노사정 3자 합의는 진통 끝에 내린 결론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복수노조 시행 시기만큼은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노사정 3자가 복수노조를 정치적 거래대상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전임자임금 합의를 위해 복수노조 시행 유예를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2012년 대선과 맞물려 복수노조 시행이 또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노사정 합의안을 토대로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복수노조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자율교섭을 전제로 복수노조 허용을 당론으로 확정했고, 진보신당도 복수노조를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지순 교수는“복수노조 시행을 유예한 목적 혹은 근거가 무엇인지 해명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다”며“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데, 복수노조 또한 이에 맞춰 시행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석 기자 seok@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제 4284호 (2009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