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시라..남은 우리들이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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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277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 용산 유가족 마지막 감사 인사
- 김태환 기자
- 송경동 시인 조시 "저 슬픈 망루를 보라'
- 김태환 기자
우리는 이렇게 그들을 보냈습니다
9일 저녁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 행렬이 마석 모란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 고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5인의 하관식이 9일 오후 8시 30분께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서 유가족들과 500여 명의 장례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고인들을 실은 영구차는 이날 저녁 8시 13분께 마석모란공원에 도착했다. 5구의 시신은 공원 입구에 세워진 ‘민족민주열사추모비’ 왼쪽 편 부근 고인들이 영면할 묘지로 운구됐다.
고인들의 관이 1평도 채 안되는 묘지 앞에 나란히 놓여지자 유가족들은 관을 부여안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장례위원들의 두 뺨에도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나 힘들었어. 눈도 못 감고 가고...”
“살겠다고 올라 갔는데 어떻게 그렇게 죽이냐고!‘
“억울해. 너무 억울해”
“얼마나 그리웠으면 상필이 한테 왔어! 꿈에 까지 왔어!”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 살지 그랬어.”
“좋은데 가 있어. 내가 다 갚아줄게.”
9일 저녁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식이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됐다. 오열하는 유가족ⓒ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식이 진행된 마석 모란공원에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저녁 8시 42분께 하관을 한 후 상주들이 5구의 관 위에 첫 삽으로 흙을 뿌리자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가 담긴 통곡소리가 고이 잠들어 있는 민족민주열사들을 깨우는 듯 고요한 묘역을 뒤흔들었다.
밤 9시께가 돼서야 묵념으로 시작된 하관식에서 이규재 공동장례위원장은 “반 이명박 투쟁을 비장히 결의하며 열사들을 땅에 묻는다”며 “반 이명박 연합 전선을 묶고 하나된 힘으로 싸워서 이명박 퇴진을 이뤄내고 열사들을 고이 잠들게 할 것"이라고 산 자들의 결의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철거민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정권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가를 보여 줄 것”이라며 “(열사들이여) 지켜봐 주시고, 민족민주열사 곁에서 편히 잠드소서”라고 마지막 조사를 바쳤다.
“용산을 기억하라” 만장에 새겨진 문구가 열사들의 외침인 듯 유가족들과 장례위원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유가족들과 용산4구역 철거민들, 장례위원들은 마지막 제사를 올리며 하관식을 마무리 지었다.
9일 저녁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식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참석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 희생자 5명이 묻힌 마석 모란공원은 눈물 바다였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식이 9일 저녁 9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355일만에 떠나보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3신:저녁 9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싸웁시다"… 하늘도 울린 노제
"이제는 사진과 기억으로만 볼 수 있는 당신,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당신, 그 마지막 모습은 왜 이리 가녀리답니까. 우리 아이는 "아버지가 왜 이렇게 작아? 애기같다"라며 말문을 잇지 못합니다. 정말이지 너무 불타서..."
'용산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9일 오후 5시께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 도착했다.ⓒ 민중의소리
철거를 위해 스프레이로 X표시가 돼 있는 건물 창을 통해 바라본 남일당 건물, 그 앞에서 용산참사 희생자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355일만에 돌아온 남일당 현장, 눈발이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노제에서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전 날 입관식을 떠올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권 씨의 울음소리가 하늘도 울린 것일까?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곧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어깨도 들썩였다.
"남편의 다리는 젓가락 같았습니다. 수의를 입혀드리고 흰 천으로 염습을 해도 그 모습은 너무나... 다시 한번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차마 화장을 못했습니다. 불태운 사람을 다시 불길로 모시고 싶지 않았습니다..."
권씨는 불에 타 숨진 남편을 또 한번 화장할 수 없었다며 "오열'했다.
서울역 광장 영결식부터 함께 한 시민들은 아직 참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을 가득 메웠다. 그 주변엔 방패를 들고 보호구를 착용한 경찰 300여 명이 배치됐다. 과잉진압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부른 경찰은 이날도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편하게 배려해주지 않았다.
경찰, 방패들고 시위대 다루듯 하기도...마지막 길도 배려해주지 않아
노제 사회를 본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355일이 흘러 장례는 치르지만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또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가 돼 싸워나갔으면 좋겠다"며 "오늘 노제가 열사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열사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결의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국민장 노제에서 문정현 신부가 용삼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거리의 전도사" 문정현 신부도 정부의 재개발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재개발, 뉴타운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오래부터 살아온 사람들, 그 공동체를 깨뜨릴 수는 없습니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함께 살 수 있는 뉴타운을 건설하라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권력이나 재벌의 이권이 있다면 그 순간부터는 재개발을 중단하라 이겁니다. 우리 유족들이 뜻을 이뤘고, 용산 철대위가 그 뜻을 이뤘습니다. 여러분, 열사분들의 죽음은 결코 헛될 수 없습니다."
송경동 시인이 고인들에게 바치는 조시로 "노래를찾는사람들"과 춤패 '출"은 각각 노래와 춤으로 고인들과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노제를 마친 후, 범국민장 장례위원회가 준비한 10대의 버스에 탑승해 고인들이 안치될 마석 모란공원 묘지로 출발했다.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상림씨를 비롯한 고인 5명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9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노제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 민중의소리
앞서 이날 노제는 오후 3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무대차량을 억류해 행사가 2시간 가량 지체됐다고 장례위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노제 1시간여 전부터 미리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언 발을 구르며 기다려야 했다.
또 이날 오후 4시30분께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남일당 건물 앞 도로로 나오자 방패를 앞세운 400여명의 경찰이 시민들을 인도 위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채 1분도 안돼 반대편 인도로 급히 돌아갔다.
한 참가자는 "왜 고인들이 가시는 마지막 길까지 이렇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참가자도 "정말 알 수 없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 민중의소리
[2신:오후 4시 30분]
"민중해방의 꽃으로 부활하소서"… 눈물의 영결식
용산참사 희생자 5명에 대한 영결식이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엄수됐다. 추운 날씨 속에서 1년여 만에 치러진 영결식은 비통함 속에서 차분하게 시작됐으나, 영결식이 끝날 즈음에는 온통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낮 12시 25분께 시작된 영결식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정현 정의구현사제단 회장, 김상곤 경기교육감, 이천재 범민련 고문 등을 비롯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 대표자들과 시민 4천여 명(경찰 추산 2천500여 명)이 함께 해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용산참사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흐느끼며 돌아서고 있다.ⓒ 민중의소리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에 참석한 시민들. 앞쪽에 원혜영, 송영길, 김성곤, 김유정, 김영진, 최문순, 장세환 등 민주당 의원들이 앉아 있다.ⓒ 민중의소리
‘민중해방의 꽃으로 부활하소서’라는 글이 적힌 무대에는 희생자 5명의 영정사진과 국화꽃이 놓였고, 영결식장 주위에는 ‘살인진압 진상규명’ 등이 적힌 만장이 나부꼈다.
영결식이 진행된 서울역 광장에는 1년여 동안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 있다 이제서야 영면하게 된 고인들을 배웅하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태연 장례위 상임집행위원장의 개식 선언과 함께 민중의례가 진행됐고, 이강실·조희주 공동상임장례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개식사를 낭독했다.
"남은 일은 남은 자들에게..편히 잠드시라"
백기완 선생이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들은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살인적인 재개발 정책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그 일은 남은 자들에게 맡기고 편안히 잠드시라”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어 “또다시 용산과 같은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망루를 세우자”고 말했다.
뒤이어 검은색 두루마기를 차려입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조사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백기완 소장이 “지난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달려와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려 고인들의 누명을 벗겨야 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열사들을 마음에는 묻지만 차마 땅에 묻기 위해 삽질을 할 수는 없다”며 “삽질해서 묻어야 하는 것은 이명박”이라고 말하자 장내에서 “옳소”“맞아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백기완 소장의 조사에 이어 김정환 시인의 조시 낭독과 민중가수 박준 씨의 조가, 무용가 김미선 씨의 진혼무가 이어졌다.
"삽질해서 묻어야 하는 것은 이명박"
야 4당 대표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맨 앞쪽에 자리한 유족들은 영결식 내내 차마 무대 위 고인들의 영정을 바라보지 못 하고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었다. 오전 발인식에서 오열을 했던 유족들은 너무 울어 눈물도 말라 버린 듯했다.
야4당 대표들은 하나같이 “진상규명을 하지 못 한 채 열사들을 떠나보내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희생자 5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제 혹한보다 더 차갑고 불길보다 더 모질었던 세상에서 놓아드리고자 한다”며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세상에 알리지 못하고, 외롭고 서러운 시간을 보내게 해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1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도 못하고 보내드리는 야당의 무능함을 용서해 달라”며 “남은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자행하는 폭군, 차별, 양극화 정치를 끝내겠다는 다짐을 희생자들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조사를 위해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역시 억울하게 죽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기도 한 배은심 회장은 “영결식 뒤 모란 공원으로 향할 열사들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문익환 목사님과 계훈제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동지들께서 두 팔 벌려 마중나와 계실 것”이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 무대에 올라 조사를 하고있다.ⓒ 민중의소리
영결식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가 진행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조사가 끝나고 영결식장 맨 앞에 자리했던 유족들이 모두 무대로 향했다. 1년 동안 벗은 적이 없는 검은 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유족들을 대표해 고 이상림 씨 부인인 전재숙 씨가 “안녕하세요”라며 입을 열었다. 오전 발인식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전 씨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전 씨가 “장례식을 앞두고 구속된 아들을 비롯해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텅빈 영안실과 뻥 뚫린 가슴이 조금이나마 채워졌다. 그러나 막상 고인들을 땅에 묻으려 하니 회한이 밀려온다”라고 말을 하자 곳곳에서 영결식장은 탄식과 함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유족들과 참가자들이 영결식 내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유족들 "더 이상 망루 오르는 일 없게 도와달라"
전 씨는 “정운찬 총리가 찾아와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진작에 이렇게 보낼 것이었다면 왜 1년이나 끌어왔는지 원망스럽다”며 “사과 한 마디가 그리도 어려웠냐”며 정부를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에서 한 참석자가 '살인개발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가수 안치환 씨의 조가가 이어진 뒤 마지막 순서인 분향 및 헌화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을 대표해 유족들과 공동장례위원장들이 고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자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2시 40분에 출발한 장례 행렬은 3시 40분 현재 숙대입구역 부근을 지나고 있다.
서울역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했던 3천여명의 시민들은 장례 행렬을 따라 700미터 가량 길게 늘어서서 노제가 치러지는 용산 남일당 건물로 향하고 있다. 장례 행렬은 방송차를 선두로 영정과 운구차, 대형 부활도에 이어 시민들이 뒤따르고 있으며 인도에도 1천여명의 시민들이 고인들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고 있다.
경찰과 교통통제 문제로 장례행렬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어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가량 늦은 5시 가량 노제가 치러지는 남일당 건물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배 중인 남경남 전철련 의장과 박래군·이종회 용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범국민장의 호상을 맡았으나 은신 중인 명동성당을 나서는 순간 체포하겠다는 경찰 방침에 따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 했다.
이에 유족들이 명동성당을 방문해 이들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 참석한 의원들 "국회서 진상규명 돕겠다"
문정현 신부 옆자리에 앉은 한명숙 전 총리는 추도사를 들으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막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가 손수건을 눈가에 대고 있다. 그 옆으로 이해찬 전 총리와 문정현 신부 등이 앉았다.ⓒ 민중의소리
민주당에서는 정세균 대표와, 미디어법 정국에서 의원직을 던진 사퇴3인방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 용산참사해결을 위한 민주당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 그외 김근태 고문, 박주선, 이종걸, 추미애, 김희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곽정숙 의원과,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도 참석했다.
눈발을 맞으며 장례 행렬을 지키고 있던 이종걸 의원은 "참사의 책임이 있는 경찰 관계자들의 처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사태를 1년 가까이 방치했던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더불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라면서 "국회에서도 할 일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홍희덕 의원은 "이 정권이 재벌과 토건세력의 이익에만 급급하다보니 서민과 세입자들의 주거정책 제도화에는 무신경하다"고 일갈하며, "희생자들을 폭도와 테러리스트로 몰았는데 그들의 명예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도 "검찰은 수사기록을 은폐하면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을뿐 아니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재판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희 기자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대표자들, 야권 정치인, 시민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355일만에 열렸다.ⓒ 민중의소리
용산참사 영결식에 참석한 백기완, 문정현 신부 등 시민사회대표자들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 정치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시민들 "진상규명 이뤄져야"
9일 오후 ‘용산참사 철거민 범국민장’ 영결식이 진행된 서울역 광장에는 1년여 동안 차디찬 냉동고에 갇혀 있다 이제서야 영면하게 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을 지켜본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요구했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 셋을 데리고 온 이현선(39) 씨는 “용산참사 진실에 대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보듬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김시은(18) 씨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10년 후에 이런 참사가 재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인천에서 온 대학생 홍선영(23) 씨는 “언론에서는 용산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인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오늘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이 관심 없는 일반 시민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우리 문제로 인식하게 하고 진실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곡동에서 동생과 함께 참석한 송아무개(37)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이 오른다니까 덮고 지나가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만 해결하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주거와 철거민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씨는 또 “수사기록 3천 쪽도 꼭 공개해야 한다”며 “허탈한 감도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용인에서 온 김진영(52) 씨는 “일단 구속자들을 석방해야 한다. 그들은 명백히 무죄다”라며 “모든 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나서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언젠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나경 기자, 구도희 수습기자
- 통곡과 오열속에 용산참사 희생자 발인
- 김태환 기자
[1신:오전 11시]
용산 희생자 발인, "열사들의 한, 우리에게 주시고 편히가소서"
이충연씨가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걸어가며 오열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이 355일만에 영면의 길로 나섰다. 고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5인의 발인식이 열린 9일 아침. 서울 용산구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유가족을 비롯한 장례위원 200여명이 모여들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이 가소서, 용산참사의 진실 반드시 밝히겠습니다"
발인식장 주변에는 ‘학살정권이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고이가소서, 용산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히겠습니다’, ‘살인정권, 폭력정권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 등의 플랭카드가 내걸려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발인식은 묵념과 오열속에 시작됐다. 고 이상림 씨의 상주인 장남 이상연 씨가 초에 불을 붙이고 잔을 올리고 난 후, 고 양회성.한대성.이성수.윤용헌 씨 등 유족들이 뒤따라 잔을 올렸다. 상주들의 초원례가 끝나고 난 후,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축문"이 낭독됐다.
9일 오전 용산참사 장례식 발인식에서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선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지난 355일은 하루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군홧발에 곤봉에 거꾸러지는 모욕감에 심장이 까맣게 타들어가면서 열사들을 지켜왔다. 이제 강제철거 재개발 귀산, 4대강 대운하 귀신, 언론독점 귀신, 파시스트 쥐새끼 귀신, 정리해고 비정규직 귀신, 의사당 날치기 귀신 등 온갖 잡귀들을 지옥 유황불에 던져주시옵소서.”
발인식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들은) 이 땅의 온갖 잡신 몰아내는 투사, 전사가 되고, 평등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등대가 되고 망루가 되고 촛불이 되겠다”면서 “열사들의 피 맺힌 한 우리에게 주시고 편히 가소서”라고 영면을 축원했다.
"열사들의 한, 우리에게 주시고 편히 가소서"
축문 낭독에 이어, 유가족들과 이강실·조희주 상임장례위원장 및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의 장례위원들이 잔을 올리고 재배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9일 오전 열린 용산참사 장례식 발인식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용산범대위 조희주 공동대표,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어 이삼헌 춤꾼이 ‘길닦음’ 의식으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용산참사 5인의 맺힌 한을 상징하듯 국화꽃은 춤꾼의 춤사위와 어우러지다 영정들 앞에 산산히 흩날렸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임기란 어머니는 “권력과 재력을 뽐내는 사람들, 엉터리 독재자를 벌하여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달라”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수배해제, 구석자 석방 등 우리가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축문과 용선, 무명천 등이 불에 태워지는 동안, 영정을 앞세우고 고인들의 운구가 영구차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운구를 뒤따르며 오열했다. 발인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영결식을 위해 서울역광장으로 향했다.
9일 오전 열린 용산참사 장례식 발인식에서 이삼헌 춤꾼의 "길닦음" 의식이 고인들의 발길을 재촉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용산참사 장례식 발인식에서 운구행렬의 뒤를 잇는 유가족들의 울음이 그칠 줄 모른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9일 오전 열린 용산참사 장례식 발인식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유가족들이 희생자의 영정 앞에서 목놓아 울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여성 참가자가 열사들을 추모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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