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삽질하는 사람들..."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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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43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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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슬슬 일하러 갑시다!"
15일 새벽 2시 30분,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역 인근 주차장. 컨테이너 박스 안 난롯가에 앉아있던 김윤규(49) 반장이 두 손을 쓱쓱 비비며 일어섰다.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준비 중이던 환경미화원 10여 명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재빨리 청소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일반쓰레기, 폐기물,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 담당마다 맡은 "코스"가 따로 있다. 이들은 시청에서 하청을 받아 남양주시 와부읍 전체 쓰레기를 처리하는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루에 음식물 통만 1000여 개... 쓰레기의 달인들
환경미화원 임선기(47)씨와 백승우(33)씨도 5톤짜리 '음식물차"에 훌쩍 올라탔다. 음식물차는 아파트단지, 빌라, 주택가 등 와부읍 내 모든 지역을 돌며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 단지가 단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음식물차가 거쳐가는 아파트단지만 20여 개에 이른다.
단지마다 10여개 동이 있고, 동마다 3~4개의 음식물 쓰레기통이 배치돼 있다. 하루에 대략 1000여개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는 셈이다. 그래서 이들의 몸놀림은 아주 빠르다. 멈추는 곳마다 3분을 넘기지 않고 쓰레기통을 싹싹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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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기씨는 환경미화원 노동자로 16년을 일했다. 운전을 맡은 그는 놀라운 솜씨로 굽이진 길목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도저히 통과가 불가능해 보이는 틈새도 핸들을 붕붕 돌리며 거짓말처럼 돌파한다. 실력을 칭찬하자 임씨는 허허 웃으며 "이 정도야, 옛날에는 더 했어.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운전은 A급이지"라고 말한다.
"운전의 달인" 임씨는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직업병이다. 환경미화 작업만큼 핸들을 많이 돌리는 운전은 없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아파트단지를 뺑뺑 돌아야 하는 탓이다.
음식물차 옆 사다리에 매달린 백승우씨는 환경미화원 5년차다. 차가 멀리 갈 때는 앞좌석에 타지만 근무시간 대부분은 사다리를 타고 보낸다. 매일 다니던 길이라 언제 앞좌석에 타고 언제 사다리에 매달려야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다.
겨울 칼바람을 막기 위해 방한모와 마스크 차림으로 사다리를 탄 백씨는 음식물차가 멈추면 뛰어내려 쓰레기통을 리프트에 싣는다. 쓰레기통은 자동으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음식물 탱크 속에 내용물을 비운다. 양이 많으면 임선기씨가 함께 도와준다. 백씨는 무엇보다 손이 몹시 시리다고 했다. 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에 감각이 없을 지경이란다.
이렇게 5톤 탱크를 다 채우면 남양주시 일패동에 있는 적환장으로 가서 쓰레기를 내린다. 평소에 적환장을 3번 왕복하고,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양이 갑절 많아 6번 정도를 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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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빙판길이 무섭고 아파트 주민들이 무섭고
임씨와 백씨는 둘 다 겨울도 눈도 반갑지 않다. 새벽 4시쯤 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자 임씨는 "저번 눈이 녹지도 않았는데 또 내린다"며 혀를 끌끌 찼다.
지난 5일 폭설이 내렸을 때 이들은 주택가 몇 군데 쓰레기통을 비우지 못했다. 외진 곳에 있어 길목도 좁고 언덕도 많은 곳들이다. 무리해서 진입하다 전봇대를 들이받을 위험이 있다. 빙판길을 조심해야 하기에 작업 속도가 더디다. 쓰레기통을 수거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한다.
임씨는 "쓰레기 수거하느라 길 막고 있으면 주민들이 욕을 한다, 출근시간에 걸리면 더 난리"라며 작업에 속도를 냈다. 환경미화원들은 되도록 주민과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괜히 다투다가 주민들이 시청이나 구청에 민원을 넣으면 하청업체에도 압력이 들어온다. 불려가 시말서를 써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겨울에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꽁꽁 얼어붙는 음식물 쓰레기들이다. 추운 날씨에 쓰레기가 얼면 통을 기울여도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이러면 "삽질"을 해야 한다. 삽으로 쓰레기통을 푹푹 쑤셔 얼음을 부순다. 그러다 실수로 쓰레기통이 부서지면 욕을 먹고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쓰레기통 값도 물어줘야 한다.
요즘은 쓰레기가 얼어붙는 일이 부쩍 늘어 두 사람은 걱정이 크다. 아파트 단지 측에서 "무인경비 서비스"를 쓰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경비 아저씨는 쓰레기통에 열선을 감거나 보온 덮개를 씌우는 등 관리를 하지만 무인경비 서비스는 쓰레기통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환경미화는 떳떳하다, 그러나 불안하다
임선기씨와 백승우씨가 일하는 시간은 새벽 2시부터 아침 10시까지다. 낮과 밤이 바뀌었다. 일감이 많으면 더 빨리 출근해서 더 늦게 퇴근한다. 워낙 불규칙적인 생활이라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술자리는 낮술이 보통이고 친구 만나기도 힘들다.
그래도 임씨는 "아들하고 많은 시간을 같이해서 좋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친구처럼 가깝다.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임씨는 "남 등쳐먹고 사는 게 창피하지, 환경미화원은 떳떳한 노동"이라며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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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씨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실업자도 많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잘한다는 말을 듣는 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환경미화원의 경쟁률이 30대 1을 넘었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옛날에 "불쌍하다"고 청소차를 바라보던 눈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였다. 예전에 임씨가 받던 임금은 시청 소속 정규직 환경미화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하는 일이 지저분하면 대접이라도 인간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임씨는 김윤규 반장과 힘을 합쳐 2005년 10월에 민주노총 산하 민주연합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한 결과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은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었다. 행정안전부의 환경미화원 임금 지침을 따른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 이전에는 그런 지침이 있는 줄도 몰랐다.
간신히 공정한 임금을 받게 됐지만 비정규직의 불안감은 늘 가슴에 남아있다. 이들의 가장 절박한 바람은 "정규직 일자리'다. 임씨는 "고용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앞날을 걱정했다.
이들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또 날이 밝았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일 때쯤이면 임씨와 백씨의 일도 막바지에 달한다. 오전 10시쯤이면 마지막으로 적환장에 탱크를 비우러 간다. 이들이 깨끗하게 열어놓은 길을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다시 거리에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질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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