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베일을 벗다.. "노근리사건" 영화 ‘작은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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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257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깊은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의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것도 살수 없게 되었죠
작은연못엔 이제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던 이곳은 서로 싸우다 썩어버렸다. 전쟁은 그렇게 참혹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7년만에 공개된 영화 ‘작은연못’에는 한국전쟁 당시 비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편인줄만 알았던 미군들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이 그 배경이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벌어진 이 참혹한 사건은 수십년 동안 한국과 미국정부의 침묵속에 숨겨져 있다가 최근에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당시 약 500명의 민간인 중 475명이 미군의 무자비한 기총소사에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철저히 대문바위 마을 사람들과 미군들 간에 벌어지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노근리 사건을 소재로한 영화의 특성상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에 관객은 더욱 가슴 아프다.
결과를 알기에.. 더 비극적이고 슬픈 영화 ‘작은연못’
노근리 사건을 다룬 최초의 영화 "작은연못'ⓒ PIFF
전쟁통에도 평온하기만 했던 산골마을. 아이들은 멱을 감으며 장난을 치고 여학생과 남학생은 풋풋한 사랑를 나누던 그곳.
만나는 마을사람마다 “진지 잡수셨서유”라며 정겨움을 표현하던 대문바위마을 사람들의 평화스런 모습은 미군이 등장하면서 산산히 깨어진다.
갑자기 나타난 미군은 인민군이 내려온다며 피난을 종용한다. 마을사람들은 논의 끝에 인근 산 정상으로 피신했지만, 이번에도 미군은 빨치산들의 소굴이라며 이들을 피난대열로 떠민다. 이런 상황에도 마을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이다.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마치 소풍을 가듯 떠난다.
하지만 군트럭 보다 못한 존재였던 대문바위마을 피난민들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미군들에 의해 인근 철길로 내몰린다. 그런 와중 난데없이 쏟아지는 총탄세례와 폭탄. 마을 사람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인민군이 아니었다. 피난민들에게 가해지는 미군의 무차별 공격에 영문도 모른채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진다.
"미군정이 거짓말을 하겠어?"
"누가 쏘는겨? 빨갱이가 쏘겠제"
"미군이 왜 쏘겠어"
그러나 순진무구한 양민들은 죽음의 아비규환에서도 끝까지 미군을 아군이라 믿었다. 결국 철길을 피해 철길 다리 아래로 피하는 마을 사람들.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이불을 덮어쓰는 가족. 죽은 아이를 들처메고 총질을 피해 뛰는 이웃, 쓰러진 엄마를 붙잡고 우는 아이. 미군의 기총소사는 아이든 여성이든 가리지 않았다.
50년간 비극적 역사에 묻혀있던 노근리 사건이 연극출신 감독의 연출과 실력파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재현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로부터 훌쩍임과 탄성이 나올 정도로 영상이 주는 충격은 컸다.
대문바위 마을사람들 모두가 주인공.. 민중의 시선을 담다
물론 기교와 화려한 효과 때문이 아니다. 양민학살의 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순간, 이미 관객의 감정이입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아니다. "비언소"와 "늘근도둑이야기" 등 대학로 최고의 연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상우 감독은 연극적 구성과 다양한 극적 장치를 선보이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게다가 무거운 주제임에도 곳곳에 충청도식 웃음이 숨어있다.
작은연못에는 주인공이 없다. 출연하는 142명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쯤되면 최대규모의 주인공이 나오는 첫 영화로 기록될 만 하다. 소위 '급"이 나가는 배우인 송강호와 문소리조차 숨 한 번 쉬고 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노근리 사건 다룬 영화 "작은연못"의 한장면. 미군의 등장을 기준으로 이 영화는 강렬한 대비를 선보인다.ⓒ PIFF
고 박광정의 마지막 유작 '작은연못'ⓒ PIFF
감독은 배우들에게 특별한 대본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이 노근리 사건을 스스로 공부하며 현장에서 이른바 즉흥적으로 대사를 처리하도록 연출했다.
극단 출신의 연극배우와 연기파 배우들의 실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작은연못’에 등장하는 모든 출연자들의 표정과 말은 저마다 살아 있다.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들조차 노근리 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지역에서 직접 캐스팅했을 정도다.
작은연못에 등장하는 극중 분위기는 전반부와 미군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후반부의 구분을 통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상우 감독의 표현대로면 마치 아주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강렬한 대비는 전쟁의 참상을 더 비극적으로 전한다.
미군의 양민 학살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그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조차 일본인을 데리고 다니며 피난방송을 하게하던 미군들에게 한국양민들이 어떤 존재로 치부되었을지 관객들은 안다.
영화의 중반부와 후반부에는 산골마을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상징적 존재가 등장한다. 이 존재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일부 관객은 이 존재의 등장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기하기도 했지만, 이상우 감독은 ”인간 속에 숨겨진 야수성에 대한 반성“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건 싸움을 하지 말자는 의미란다”
이상우 감독은 영화전반에 흐르는 김민기의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중 초등학교 선생인 문씨의 딸은 동요경연대회를 준비하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건 싸움을 하지 말자는 의미란다”
‘작은연못’에 출연한 한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아프고 분노스런 정서적 울림이 커졌다”고 했다. 그 이유는 노근리 사건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55년이 지나고 뒤늦게 한국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인정했지만, 진실을 감추어왔던 학살의 당사자인 미국은 여전히 노근리 사건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군의 폭격에 철교 밑에서 죽어가던 누군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원하며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하다.
“너라도 살아야지. 나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얘기해야혀“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의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것도 살수 없게 되었죠
작은연못엔 이제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던 이곳은 서로 싸우다 썩어버렸다. 전쟁은 그렇게 참혹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7년만에 공개된 영화 ‘작은연못’에는 한국전쟁 당시 비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편인줄만 알았던 미군들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이 그 배경이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벌어진 이 참혹한 사건은 수십년 동안 한국과 미국정부의 침묵속에 숨겨져 있다가 최근에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당시 약 500명의 민간인 중 475명이 미군의 무자비한 기총소사에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철저히 대문바위 마을 사람들과 미군들 간에 벌어지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노근리 사건을 소재로한 영화의 특성상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에 관객은 더욱 가슴 아프다.
결과를 알기에.. 더 비극적이고 슬픈 영화 ‘작은연못’
노근리 사건을 다룬 최초의 영화 "작은연못'ⓒ PIFF
전쟁통에도 평온하기만 했던 산골마을. 아이들은 멱을 감으며 장난을 치고 여학생과 남학생은 풋풋한 사랑를 나누던 그곳.
만나는 마을사람마다 “진지 잡수셨서유”라며 정겨움을 표현하던 대문바위마을 사람들의 평화스런 모습은 미군이 등장하면서 산산히 깨어진다.
갑자기 나타난 미군은 인민군이 내려온다며 피난을 종용한다. 마을사람들은 논의 끝에 인근 산 정상으로 피신했지만, 이번에도 미군은 빨치산들의 소굴이라며 이들을 피난대열로 떠민다. 이런 상황에도 마을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이다.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에 마치 소풍을 가듯 떠난다.
하지만 군트럭 보다 못한 존재였던 대문바위마을 피난민들은,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미군들에 의해 인근 철길로 내몰린다. 그런 와중 난데없이 쏟아지는 총탄세례와 폭탄. 마을 사람들을 죽음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인민군이 아니었다. 피난민들에게 가해지는 미군의 무차별 공격에 영문도 모른채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진다.
"미군정이 거짓말을 하겠어?"
"누가 쏘는겨? 빨갱이가 쏘겠제"
"미군이 왜 쏘겠어"
그러나 순진무구한 양민들은 죽음의 아비규환에서도 끝까지 미군을 아군이라 믿었다. 결국 철길을 피해 철길 다리 아래로 피하는 마을 사람들.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이불을 덮어쓰는 가족. 죽은 아이를 들처메고 총질을 피해 뛰는 이웃, 쓰러진 엄마를 붙잡고 우는 아이. 미군의 기총소사는 아이든 여성이든 가리지 않았다.
50년간 비극적 역사에 묻혀있던 노근리 사건이 연극출신 감독의 연출과 실력파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재현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로부터 훌쩍임과 탄성이 나올 정도로 영상이 주는 충격은 컸다.
대문바위 마을사람들 모두가 주인공.. 민중의 시선을 담다
물론 기교와 화려한 효과 때문이 아니다. 양민학살의 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순간, 이미 관객의 감정이입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아니다. "비언소"와 "늘근도둑이야기" 등 대학로 최고의 연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상우 감독은 연극적 구성과 다양한 극적 장치를 선보이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게다가 무거운 주제임에도 곳곳에 충청도식 웃음이 숨어있다.
작은연못에는 주인공이 없다. 출연하는 142명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쯤되면 최대규모의 주인공이 나오는 첫 영화로 기록될 만 하다. 소위 '급"이 나가는 배우인 송강호와 문소리조차 숨 한 번 쉬고 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노근리 사건 다룬 영화 "작은연못"의 한장면. 미군의 등장을 기준으로 이 영화는 강렬한 대비를 선보인다.ⓒ PIFF
고 박광정의 마지막 유작 '작은연못'ⓒ PIFF
감독은 배우들에게 특별한 대본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이 노근리 사건을 스스로 공부하며 현장에서 이른바 즉흥적으로 대사를 처리하도록 연출했다.
극단 출신의 연극배우와 연기파 배우들의 실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작은연못’에 등장하는 모든 출연자들의 표정과 말은 저마다 살아 있다.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들조차 노근리 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지역에서 직접 캐스팅했을 정도다.
작은연못에 등장하는 극중 분위기는 전반부와 미군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후반부의 구분을 통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상우 감독의 표현대로면 마치 아주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강렬한 대비는 전쟁의 참상을 더 비극적으로 전한다.
미군의 양민 학살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그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조차 일본인을 데리고 다니며 피난방송을 하게하던 미군들에게 한국양민들이 어떤 존재로 치부되었을지 관객들은 안다.
영화의 중반부와 후반부에는 산골마을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상징적 존재가 등장한다. 이 존재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일부 관객은 이 존재의 등장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기하기도 했지만, 이상우 감독은 ”인간 속에 숨겨진 야수성에 대한 반성“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건 싸움을 하지 말자는 의미란다”
이상우 감독은 영화전반에 흐르는 김민기의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중 초등학교 선생인 문씨의 딸은 동요경연대회를 준비하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노래를 하는 건 싸움을 하지 말자는 의미란다”
‘작은연못’에 출연한 한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아프고 분노스런 정서적 울림이 커졌다”고 했다. 그 이유는 노근리 사건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55년이 지나고 뒤늦게 한국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인정했지만, 진실을 감추어왔던 학살의 당사자인 미국은 여전히 노근리 사건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군의 폭격에 철교 밑에서 죽어가던 누군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기를 간절히 원하며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하다.
“너라도 살아야지. 나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사람들에게 얘기해야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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