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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옥쇄파업 70일, 꺾이지 않는 기세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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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88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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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로 쌍용차 공장점거농성 69일째를 맞았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음식물 반입 금지 14일째, 공권력투입과 동시에 단수, 가스공급 중단 10일째. 매겨지는 숫자가 올라갈수록 파업 중인 7백여 명 노동자들의 정신과 육체는 극도의 긴장과 피로로 지쳐갈 수밖에 없다.

매 끼니를 반찬도 없이 주먹밥 한 덩어리로 견디고, 에어컨 등 기계설비에 잔존해 있는 물을 끓여 식수로 버티는 절박한 상황이다.

경찰헬기는 하루 종일 공장 옥상 위를 선회하며 최루액 봉투를 투하한다. 경찰은 온 밤 내내 방패를 바닥에 내리치며 마치 당장이라도 진입할 것처럼 괴성을 질러댄다. 이른바 '잠 안재우기" 고문을 해대는 것이다.

사측은 24시간 선무방송으로 조합원들을 회유․협박하며 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사측 용역들은 쉴 새 없이 새총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새총에서 발사된 볼트는 판넬 철판을 뚫고 박힐 정도로 위협적이다.

경찰․용역과의 충돌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나는 환자들은 의료진 출입과 의약품 반입 차단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적일 수 없는 대우와 환경이다. 정상적으로라면 벌써 나가 떨어져도 한참 전에 나가떨어졌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공장 안에서 직접 만난 그들은 여전히 "승리"를 자신하며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조합원들의 결의를 담은구호
조합원들의 결의를 담은구호ⓒ 민중의소리

조합원들의 결의를 담은 구호
조합원들의 결의를 담은 구호ⓒ 민중의소리


지난 27일, 노조사무실에 당뇨병을 앓고 있는 조립1팀 이아무개 조합원이 고통을 호소하며 들어왔다. 그의 발은 ‘당뇨발’로 썩어가고 있었고 2~3일 안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새끼 발가락을 절단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었다. 사측의 의약품 반입 차단으로 일주일째 당뇨약을 복용하지 못한 탓이다.

혹시, 공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진 않을까하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는 몹시 괴로워하면서도 “화만 난다. 악 밖에 안 남는다. (그래서) 투쟁을 끝까지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장 밖으로 조금도 나갈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끝장 투쟁을 하겠다.”
“그만두고 싶어도 오기가 생겼다.”
“끝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도 없다.”
“말려 죽이자는 거 다 알고 있다. 감내하고 있다.”
“함께 살려고 했는데 같이 죽자고 하면 같이 죽어야죠.”
“사람취급도 안하는데 다 불 질러버리면 그만이다.”

쌍용차 조합원들이 이렇듯 분노에 차서 점거농성을 장기간 벌일 수 있는 원인은 오히려 정부와 사측에서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사측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

21년 장기근속자인 조립1팀 김아무개 조합원은 “자신이 왜 해고됐는지 모르는 조합원이 줄잡아 70~80%는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리해고의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 게 억울해서 희망퇴직서를 쓸 수 없었던 조합원, 5월에 사장상 표창을 받고 6월에 해고된 조합원,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을 만큼 근태가 좋았던 조합원 등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듯 해고 원칙이나 기준을 사측은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해고자들의 상당수는 92년부터 94년 입사자들로 최소한 15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이 많았다. 청춘을 다 바쳐 회사를 위해 충실히 일한 죄 밖에 없는 이들에게 ‘근거없는 정리해고’는 배신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25일 쌍용차 도장공장 앞 삼거리, 어젯밤 내린 빗물에 발을 씻고 있는 한 조합원.
25일 쌍용차 도장공장 앞 삼거리, 얼마만일까? 어젯밤 내린 빗물에 발을 씻고 있는 한 조합원. 회사측의 단수조치와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해 쌍용차 조합원들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단지 "함께 살자"고 들어 왔을 뿐인데...ⓒ 민중의소리

당뇨합병증으로 고름이 잡히며 썩어가고 있는 쌍용차 조합원의 발
당뇨합병증으로 고름이 잡히며 썩어가고 있는 쌍용차 조합원의 발ⓒ 민중의소리


공장점거농성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보인 비인간적인 사측의 행태 또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단수조치, 음식물 반입금지, 의료진과 의약품 차단 등 사측의 행태에 조합원들은 “너무 지저분하다. 비인간적이다”라며 “사측이 원하는 대로 끝까지 해보자”고 분통을 터트렸다. 목을 조르면 조합원들이 백기를 들고 투항할 것이라는 사측의 판단은 반작용만 낳고 있는 것이다.

차체2팀에서 15년을 근무한 윤한길 조합원은 “10년 넘게 형님 동생하면서 술 먹고 했던 사람들과 새총으로 볼트 쏘며 싸우는 것이 제일 힘들다. 비참하다”며 조합원들 간의 싸움을 조장하는 사측의 비열한 행태를 규탄했다.

조합원들은 쌍용차 사태의 본질적 책임이 정부와 사측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조립1팀 김아무개 조합원은 “박영태 법정관리인은 중국 상하이차 밑에서 자금담당을 했던 장본인으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정부의 대리인 밖에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조합원들은 자동차산업의 후진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상하이차에 신차 2대 개발비 정도 밖에 안 되는 5천9백억원이라는 헐값에 회사를 매각한 당시 정부에 현 쌍용차 사태의 원초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차 지분소각과 기술유출의 문제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측과 정부에 대한 분노의 크기만큼이나 장기간의 파업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믿음은 확고했다.

창원지회 전아무개 조합원은 “굴뚝에 계신 분들 때문에 처음에는 힘든 것도 참았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 후 처음으로 27일 오전 도장공장 앞 도로에서 개최된 ‘총파업승리를 위한 전조합원 결의대회’에서 굴뚝 고공농성 중인 한 간부는 “승리하지 않으면 결코 굴뚝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며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의 결의를 밝혔다.

한상균 노조집행부에 대한 믿음도 두터웠다. 이는 지도부가 ‘깨끗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상균 노조 집행부는 취임하자마자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투쟁하느라 고생만 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조합원들은 옥쇄파업을 진두지휘하는 현 집행부를 사측과의 유착관계로 지금의 사태를 빚어낸 전대 집행부와는 현격히 다른, 믿을 만한 집행부로 보고 있다.

도장공장 옥상에 천막을 치고 공권력 침탈에 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
도장공장 옥상에 천막을 치고 공권력 침탈에 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임시로 제작해 놓은 간이화장실
임시로 제작해 놓은 간이화장실ⓒ 민중의소리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도 했다. 정부의 수수방관, 경찰의 공권력 투입 협박과 사측의 단수조치 등의 극악한 "목조르기"에 조합원들 또한 조금씩 적응하고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의외로 조합원들은 향후 투쟁이나 전망과 관련해서도 희망적이었다. 실제로 7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발휘하는 지혜는 놀랍기도 했다.

조립1팀 김아무개 조합원은 식수 공급 중단 등의 조치로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천만에 말씀. 말려 죽이기 다 알고 있다. 땅속에서 지하수가 마르기 전에는 다 할 수 있다”며 “비상식량도 다 준비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끝장을 봐야 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무기가 있다. 밀릴게 뭐 있냐? 오기만 만들어 준다”고 덧붙였다.

차체2팀 윤한길 조합원은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서 해결하면 된다”며 절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보였다. 물이 없어 화장실이 넘치니까 드럼통으로 간이화장실을 만들어 해결하고, 에어컨 물을 받아서 식수로 사용하고, 빗물을 받아 빨래와 화장실 물을 해결하는 등 “상황이 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회 박아무개 조합원 또한 “지부장도 물과 식량이 견딜 만큼은 있다고 한다”며 지도부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조립3팀 신아무개 조합원은 “지금 나가면 죽도 밥도 안되는데 차라리 끝나고 당당하게 나가야 된다”며 “정부나 사측에서 생각한 시점보다 더 많이 버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단수조치를 통해 “3일이나 5일이면 다 (파업동력이) 떨어질 거다”라는 사측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는 설명이다.

차체2팀 윤한길 조합원은 “결과는 장담을 못한다. 지더라도 끝까지 하고 싶다”며 “분위기 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근거로 “파산신청을 하네 마네 하지만 정부나 관리자도 파산을 원치 않을 거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장반 자체가 ‘화약고’라서 (공권력) 투입은 힘들거다”며 “공권력 차라리 들어와라. 들어와도 자신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립3팀 김아무개 조합원은 사측의 선무방송에 대해 “음악 안 들으면 이제 심심해”라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한 가족이 망원경을 통해 공장안에 있는 조합원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27일 아침, 도장공장 앞 '총파업승리를 위한 전조합원결의대회
27일 아침, 도장공장 앞 '총파업승리를 위한 전조합원결의대회"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공장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가족들의 응원과 활동 또한 공장 안의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박아무개(48세,조립3팀) 조합원은 “억울하다고 하니까, 아내도 아니까, 그럼 들어가서 싸워라 격려해줘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장공장 위의 조합원들은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멀리서나마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힘을 얻고 있었다.

이정아(36세,주부) 가족대책위 대표는 “부모, 자식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지금와서 포기하면 억울하다”고 점거농성 중인 남편을 응원했다.

유아무개(37세,주부) 씨는 “1주일 머리 못 감았는데 에어컨에서 떨어진 물 받아 한번 감았다는 말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면서도 “사랑하고 기운내고 끝까지 당당하게 하고 나오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가족대책위는 공장 안 남편들에게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서 각종 집회 참여는 물론 서명운동, 삼보일배 등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기도 하다. 남편들과 똑같이 공장 밖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공권력 투입과 단수조치 이후 사측에서는 이탈자가 많은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 하지만 27일 도장공장 앞에서 진행된 ‘총파업승리를 위한 전조합원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조금도 줄어 보이지 않았다.

거꾸로 "들어올 방법"을 문의하는 조합원들도 생기고 있다. 한 조합원은 “더 들어올 조합원 있는데 방법 좀 없어?”라고 한일동 노조 사무국장에게 문의했다. 한 사무장은 “급한 볼 일을 보러 나갔다가 (공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다수 있다”며 “오히려 거꾸로예요. 거꾸로”라고 귀띔해 주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사지판에 ‘함께 살자’고 들어오고 싶어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것이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지도부 지휘를 떠나서 스스로의 결단과 결의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장기간의 파업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물통을 이고 담소를 나누며 교대 근무하러 가는 옥상 위의 조합원들
물통을 이고 담소를 나누며 교대 근무하러 가는 옥상 위의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출처 : 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0261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