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 <무한도전>이 그리 무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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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10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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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가 또다시 MBC <무한도전>을 때리고 나섰다. 이번에는 <무한도전>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호 PD를 직접 겨냥했다.
지난 3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3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레게 헤어 스타일을 하고 시상식에 참석한 김태호 PD는 TV부문 연출상 수상소감 말미에서 "밖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최문순 전 MBC 사장님 그리고 엄기영 사장님 힘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보수단체가 걸고 넘어진 것.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는 7일 논평에서 "일반인도 아니고 방송전문가인 PD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SBS를 통해 노조위원장 출신의 전직 사장과 진퇴문제로 사내외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현직사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석에서나 할 수 있는 격려성 충성발언을 한 것은, MBC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노영방송이며 방송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국민 앞에 선언한 것이다"라며 김태호 PD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MBC PD의 발언이 일개 PD의 사소한 해프닝성 이벤트로 넘길 일이 절대로 아님을 천명하며,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이용한 문제의 PD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노영방송 MBC의 조속한 개혁을 방문진과 경영진에 엄중히 촉구하는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명확히 정립할 것을 요구 한다"면서 김태호 PD의 처벌 및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MBC 개혁 문제까지 거론했다.
고락을 함께 해온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감사하고 아내에게 고맙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그 와중에 자신이 적을 두고 있는 MBC의 전·현직 사장들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넨 김태호 PD는 졸지에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악용한 저질 PD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방개혁은 소양교육 운운하며 김태호 PD의 자질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
위로의 말 했을 뿐인데, 저질PD 된 김태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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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에서 일개 PD의 수상소감 한 마디에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최근 해임 논란이 일고 있는 엄기영 사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동안 <무한도전>이 프로그램 내의 자막을 통해 꾸준히 현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풍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엄기영 사장의 해임 문제로 여야 간 정치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거들고 나선 이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였던 것이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자막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현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해 보수단체들로부터 견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3월 여야 합의 없이 미디어관련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기습 상정되자 <무한도전>은 "육남매" 편(3월 14일 방송)을 통해 이를 풍자했다.
<무한도전>의 여섯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갑자기 만들어진 규칙으로 피해를 본 박명수를 MBC에 빗대어 풍자한 것이다. 자신은 동의하지 않은 급조된 규칙 때문에 벌칙을 두 배로 받게 된 박명수가 이에 항의했지만 벌칙을 시행하는 노홍철과 유재석은 봐주지 않고 기어이 박명수의 손목을 때리고 만다.
이 장면에서 <무한도전>은 "그래도 법집행은 엄격히!", '까불면 더 세게… 진압의 법칙!" 등의 자막을 통해 현 정권 아래에서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법치주의를 꼬집는가 하면, 촛불집회와 용산참사 등에서 확인된 공권력의 강도 높은 진압 자세를 비판했다.
웃기면 다가 아닌 <무한도전>, 메시지 찾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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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자막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세태를 풍자하는 것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의 단절된 의미들을 던져 준 후에 출연진들로 하여금 그것들을 한 데 합치게 만들어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프로그램 내의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멤버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제작진이 던지는 메시지를 알아차린다. "여드름 브레이크" 편(6월 20·27일 방송)이 바로 그랬다.
유명한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패러디한 이 에피소드에서 멤버들은 쫓는 팀과 쫓기는 팀으로 나뉘어 일대 추격전을 벌인다. 그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지나치게 되는 남산 시민 아파트와 동대문 연예인 아파트 그리고 김포 오쇠동은 모두 재개발이란 키워드로 묶이게 된다. 서울 시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를 누비면서 멤버들이 게임을 펼치는 동안 퍼즐 조각처럼 따로 떨어져 있던 의미들은 하나씩 맞아 들어간다.
쫓기는 자들이 찾아야 할 300만원이란 돈은 오쇠동 철거민들에게 주는 보상금의 액수와 같고, 그들이 오쇠동으로 갈 수 있는 단서 역할을 한 한 장의 사진은 오쇠동이 철거되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으로 인해 박명수는 오쇠동에 도착하자마자 "사진 속에 있던 집들이 다 없어졌다"며 황당해하고,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철거"를 떠올린다. 흥미진진한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 이런 메시지들을 시청자들이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렇게 모든 의미 찾기를 전적으로 시청자의 몫으로 돌린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반드시 은유적으로 "빙" 돌려가며 그렇게 숨겨놓은 듯, 겉으로는 예능프로의 본분인 재미를 추구한다.
예컨대 '지·못·미2'편(4월 4일 방송)에서 소 분장을 하고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는 멤버들에게 '소들아… 일 좀 해라…"는 자막을 띄웠을 때, 시청자들은 화면에 비친 국회의사당을 통해 그 자막이 갖는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곤 배꼽을 잡고 웃는다.
국민예능 <무한도전>이 무섭긴 무서운 게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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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와 공익성을 두루 갖춘 <무한도전>이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토요 예능계의 강자로 몇 년째 그 위치를 공고히 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보수단체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6월 22일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이하 뉴라이트)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만화 <현 정부를 향한 MBC '무한도전'>을 통해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는 만화에서 "무한도전은 현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희화화마저 서슴지 않는 방송내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면서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라 가볍게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최대한 이용해 국민들의 생각을 오도, 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무한도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만화를 통해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세력이 <무한도전>을,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방송은 현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내보내서는 안 되며, 대통령은 절대 희화화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그들의 논리.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오도, 변질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사고. 이것이야말로 방송을 바라보고 이용하려 하는 보수세력의 시각인 것이다.
방개혁은 논평 다시 내라
방개혁은 김태호 PD의 수상소감을 비판하며 "노영방송"이라는 표현을 쓰며 MBC 노조가 방송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를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인가?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야말로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여기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편리하게 휘두르려고 하고 있지 않는가?
방개혁은 김태호 PD가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이용한 게 과연 누구인가? 당치도 않은 죄를 물어 임기가 남아 있는 방송사의 사장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앉혀 정부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연달아 폐지하고, 껄끄러운 MC들을 교체하고, 노조를 압박하는 어느 누군가야말로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방개혁은 내일 다시 논평을 내주길 바란다. 굳이 처음부터 다시 쓸 필요는 없다. 김태호 PD를 비판했던 그 논평에서 "김태호 PD"를 "한나라당"으로, "노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mBC 경영진"을 "방송문화진흥회"로 고치기만 하면 된다. 방개혁이 정말 방송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라면 김태호 PD와 한나라당, 어느 쪽이 더 방송을 사유물로 여기고 있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애꿎은 <무한도전>과 김태호 PD를 제발 그만 들볶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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