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시설 요구가 사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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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340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2008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공공운수연맹과 함께 연맹 소속사업장 순회를 한 적 있다. 10월 쯤이었다. 경산의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곳에 따라갔다가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환경미화원들의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자고 각오했다. 의외로 기회는 빨리왔다.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조합원으로 가진 두 개 노조에 사업제안을 했다. 민주연합노조와 공공노조 두 곳 모두 흔쾌히 사업에 동의했다. 홍희덕 의원실도 결합하기로 하였다. 민주노총에서는 의자캠페인에 이은 두 번째 취약분과 사업으로 받기로 하였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비롯해 총 5개 단체가 공동조사사업단을 구성한 것이다. 그 동안 공동조사단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였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환경미화원이 굉장히 위험한 직업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산재사망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재해통계를 살펴보면, 소방관이나 경찰보다도 훨씬 위험한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홈페이지에서는 환경미화원 관련 사고사망 사례보고서를 수집할 수 있었다. 주로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와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거나 찔리는 것과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많았다. |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질병도 많았다. 쓰레기로부터 발생되는 미생물은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가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있었다. 압축기가 달린 쓰레기수거차량의 뒤에 매달려 가면서 높은 농도의 먼지에 노출되기도 한다. 무거운 쓰레기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도 흔한 문제였다. 미국에서도 쓰레기 중의 석면 노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환경미화원에게 이렇게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너무도 늦게 알았다는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왔다. 미생물, 먼저, 소음, 근골격계위험요인등을 평가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고, 민주연합노조와 공공노조 소속 조합원들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8일에는 종로구의 환경미화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예비조사를 나갔다. |
종로구에서 쓰레기수거작업을 하는 회사는 두 곳이 있지만, 사장이 같이 때문에 같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로부터 외주를 받아서 쓰레기 수거를 대행하는 회사이다. 두 회사에는 총 72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일하고 있다. 회사 사무실은 종로구의 고층 빌딩에 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그곳으로 출근하지는 않는다. 거리 곳곳에 컨테이너 박스로 탈의실을 10개 정도 만들어놓았고, 자신이 맡은 지역에 따라 컨테이너로 출근해서 옷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
컨테이너는 에어컨도 달려있었고, 냉장고에 TV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환경미화원들이 버려진 것을 주워다가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해준 것은 컨테이너 박스와 바닥의 전기판넬 뿐이다. 최근까지 컨테이너 박스 중에는 전기가 안들어오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씻는 곳과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온몸이 오염되지만, 씻을 수가 없어서 퇴근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기 민망하다는 것이 환경미화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고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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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에서는 형광 녹색 작업복을 지급했다.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옷을 지급하면서 작업시간을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로 요구하였다. 시민들에게는 밤 9시 이후에 쓰레기를 내다 놓으라고 안내하였다. 대낮의 서울에서는 집과 거리에 쓰레기가 안보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환경미화원들은 심야노동을 억지로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문제이다. 과거 30명이 일하던 것을 5명이 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외주화 합리화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다보니 환경미화원들은 자신의 차를 끌고 나와서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량도 등장하였다. 회사에서 차량을 지급하지 않아 원리원칙대로 일하면 하루 15시간 일을 해도 미처 일을 끝마칠 수 없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개인차가 등장한 것이다. 한달에 차량에 들어가는 기름값 수리비 등은 3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기름값 10만원을 최근에서야 지급했을 뿐이다. 결국, 낮은 임금에서 이런 식으로 또 떼어먹히는 셈이다. |
화려한 서울의 밤거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따라다니는 길은 너무도 바쁘고 숨이찼다. 그들의 일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전국민주연합노조 서울 종로 지부장인 정구율 동지의 안내로 세군데의 현장을 둘러보고 다시 탈의실에 모여서 조사계획을 논의했다. 그렇게 예비조사는 마무리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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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정구율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샤워시설을 달라는 건 너무 심한 요구일 수 있고, 그냥 우리는 수도꼭지 한 개만 설치해줬으면 합니다. 버스타고 집에 가는데 너무 냄새가 많이 나고, 또 손잡이 같은 것 우리가 그냥 잡으면 시민들 위생에도 좋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울컥하면서 샤워시설이 왜 사치냐고 대들고 싶었다. 샤워실은 반드시 놓게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몇 개 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전국적인 조사사업을 모두 마치고, 의자캠페인 때처럼 우리 사회에 환경미화원들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을 조직해내야 한다. 그 때, 아주 큰 사회적 울림으로 샤워시설을 설치하도록 외칠테니 지금은 좀 참기로 하자. 이제, 몇 달간 힘든 조사가 시작된다. 파이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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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http://www.safedu.org/) 김신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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