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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미화원 이교훈(54)씨가 29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쓰레기봉투를 수거하고 있다. 이 일대는 좁은 골목길이 많아 쓰레기 봉투를 일일이 걸어 날라야 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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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ㅎ청소대행 업체 소속인 서울 ○○구 환경미화원 이아무개(65)씨는 지난 10월 왼팔 근육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해 14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쓰레기 수거 차량 뒤에 매달려 이동중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손잡이를 놓쳐 차량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씨는 “직영으로 구청에 소속된 미화원들은 운전석 옆에 타고 이동을 하지만, 대행업체 소속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차량 뒤에 매달려 이동하다보니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2. 서울 동대문구 창신2동에서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이교훈(55)씨는 오후 3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가 돼야 일을 마친다. 창신동 일대는 좁은 골목이 많아 손수레를 끌고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탓에 작업 시간이 훨씬 길고 일도 고되다. 이씨는 “배정된 구역의 쓰레기를 다 치우려면 하루 8시간으론 턱도 없다”고 말했다. 창신2동 미화원들은 구청 직영 시절 28명에서 5명으로 수가 줄어든 상태로 9년째 일하고 있다.
청소대행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박봉과 격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생활폐기물 수거업무가 일선 자치단체 직영에서 용역으로 바뀌면서, 수익성을 내세워 인원·임금 삭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송아무개(51)씨는 “구청 소속 10년차 미화원의 월급은 352만원이지만, 대행업체 소속 직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62만원을 받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폐기물 수거업무 외주화가 급속히 진행돼, 2008년 6월 현재 전국 177개, 76% 기초 지자체가 외주업체에 수거 업무를 맡기고 있다. 청소 대행업체 소속은 전체 미화원 3만5천여명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1만5천명 가량이다.
이들은 내년부터 정부가 도입하려는 ‘공개입찰제’가 고용 및 근무 여건을 더 악화시킬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청소 대행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면서 잡음이 잇따르자, 내년부터 공개입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공개입찰 권고안을 일선 지자체에 내려 보냈으며, 내년 상반기 안에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용역 미화원들은 “공개입찰을 하게 되면 청소 대행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적어 낼 것이고, 이렇게 일을 따낸 업체들은 미화원의 임금 등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 뻔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미화원 박아무개(55)씨는 “생활폐기물 수거 일은 미화원과 청소차만 있으면 된다”며 “가장 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미화원 수나 임금을 줄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개입찰제를 도입하기 전에 미화원들의 ‘안전망’을 먼저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명시하고, 대행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승계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버스 준공영제처럼 지자체 예산으로 임금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