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정부 대처 미흡할 시 국정감사 등 국회에서 적극 대응할 것”
지난 2008년 1월 11일 홈에버 강서점에서는 ‘이맛이’ 백미(20kg)를 오후 5시에 383포나 판매했다. 1월12일에도 오후 3~5시 사이에 400포를 판매했다. 영수증 한 장에 100 이상 계산된 경우도 5건이나 발견됐다. 3일 뒤 월드컵 상암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1월 15일 ‘이맛이’ 백미(18kg)가 한번에 443포 2번 판매됐다. 오후 8~9시에 일어난 일이다. 22일에는 홈에버 목동점에서 오후 6시~7시 사이에 ‘그옛날가을들녘’ 쌀(20kg)이 5포씩 60차례 연속적으로 판매됐다.
이들 매장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이랜드 그룹의 계열사들로 강기갑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랜드 그룹 조직적 ‘쌀 카드깡 ’의혹을 제기했다.
| |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강기갑 의원이 발표한 이랜드 그룹사의 계약사별 양곡 대량매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홈에버」약 301억, 「뉴코아」 약 110억, 「2001아울렛」 약 86억원 등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서 총 498억원에 이르는 쌀카드깡(상품권 이용 거래 포함)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쌀 카드깡으로 추정되는 쌀 저가대량매출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카드깡’이란 사채업자가 자금 수요자에게 해당 대형유통마트에서 카드로 대량의 쌀을 구매토록 한 다음 쌀을 넘겨받아 다른 도매상들에게 저가에 팔아넘긴 뒤 이자나 수수료 등을 공제하고, 급전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쌀 도소매상들은 할인시장에서 보다 싼값에 쌀을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쌀값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RPC(미곡종합처리장)는 도매상들의 거래 기피로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저가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등 쌀 시장을 왜곡시키고 농가소득 감소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강기갑 의원은 “쌀카드깡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각 점포별로 매출 확대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위 ‘깡업자’와 거래하는 관행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 그룹의 경우, 뉴코아와 까르푸를 인수하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자 점포별로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 강요하면서, 경영진이 직원과 깡업자와의 거래를 사실상 묵인, 방조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매출목표만 달성되면 불법을 저질러도 문제 삼지 않는 관행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
더욱이 쌀은 환금성이 좋은데다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카드깡 대상으로 선호하는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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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쌀카드깡’ 및 ‘저가판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에도 소위 미끼상품으로 ‘쌀 저가 판매’를 일삼은 롯데마트에 대해 농민단체의 규탄이 광범위하게 진행된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 그룹의 조직적인 쌀카드깡 행위의혹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강기갑 의원의 설명이다. 이번 이랜드 그룹의 조직적인 쌀카드깡 의혹행위는 그렇잖아도 값싼 외국농산물의 수입 속에 갈수록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조세포탈, 카드깡으로 인한 서민피해자 양산 등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민단체들은 끊임없이 대형유통업체들이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는 쌀카드깡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신용카드를 통한 쌀구매량 제한, 카드깡 업체에 대해 탈세혐의로 국세청 고발 등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말만 앞세웠지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정부의 수수방관이 결국 이랜드라는 한 그룹에서 2007년 한해에만 520억원에 달하는 쌀카드깡 의혹이 벌어지는 사태를 초래하게 했다”며, “쌀카드깡은 농민의 피땀을 갈취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검찰조사 외에 더 이상 쌀카드깡과 같은 불법유통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정부 조사가 미진하다면, 국정감사 등 국회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은 또 “이같은 문제를 일부 점포, 일부 직원의 불법 매출로 축소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쌀카드깡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이랜드 그룹의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정치 권종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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