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묘역 ‘계엄’ 상황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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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25회 작성일 21-06-18 13:26본문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28년이 되는 2008년 5월18일 광주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다시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계엄’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5.18 망월동묘역에 전경차 수백 대를 동원해 신·구 묘역 양쪽 진입로부터 약 5km에 이르는 왕복 차선에 차벽을 쌓고 진입하는 모든 참배차량을 검문, 참배객 접근을 막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배하러 온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며칠 전 망월묘역 사전답사를 하고 “민주노총이 1천명 결사대를 조직했다”는 거짓말을 유포하며 원천봉쇄를 감행했다. 수천 명 전투경찰과 사복경찰들이 묘역을 뒤덮고 물대포 살수차까지 2대씩이나 동원하는 등 대통령을 ‘모시기’ 위한 경찰 측 준비는 가공할 정도였다. 주변 산 속에도 몇 미터 간격으로 경찰들이 매복했고, 시내버스는 신 묘역 앞 버스정류장에도 서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했다.
신·구 묘역 전체에 경찰들이 배치돼 교통을 마비시키고 참배객 묘역출입을 봉쇄하자 참배하러 온 많은 유족들이 경찰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한 참배객은 영문도 모르고 묘역 앞에 차를 주차했다가 경찰에 강제 연행될 뻔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18일 오전 9시 망월동 구 묘역에서 개최된 추모식 추도사를 통해 “지난 시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곳을 찾아 힘을 얻고 투쟁을 맹세하며 다시 시작하곤 했는데 가해자의 한 사람인 이명박이 온다는 이유로 감히 경찰들이 들어와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오월영령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통탄해 하고 “가슴이 메어지고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이렇게 영령들을 욕보일 가라면 차라리 내년부터는 오지 말자”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이름도 명예도 없이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목숨을 던진 무명용사들 이분들 앞에 우리가 무엇을 다짐하고 약속해야 하겠나?”라고 묻고 “5월정신 계승을 말하는데 무자비한 탱크와 기관총과 공수부대 앞에 자기 몸을 던져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 바로 오월항쟁정신이며 경찰이 다시는 이 성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은 이명박을 박멸하기 위한 투쟁, 6말7초, 그리고 9월로 이어지는 민주노총 투쟁에 당차게 나설 것을 영령들 앞에 약속하자”고 역설했다.
5.18 망월동묘역 추모식에 이어 묘역 참배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친미보수정권이 집권하자마자 노동자서민을 탄압하는 것도 모자라 민중항쟁 영령을 모신 묘역에까지 경찰병력이 진을 치기 시작한 것에 대해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강고한 투쟁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 것을 새롭게 결의했다.
조합원들은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 세트장으로 이동, 5.18항쟁 재현행사를 통해 80년 5월 당시 민중 삶과 08년 현재 노동자 민중 삶, 그리고 5.18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전남도청 앞에서 ‘오월의 희망으로 세상을 보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명박이 부시를 만나 국민건강권, 검역주권을 보따리로 싸다 바친 이 굴욕적 엉망진창 싸움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오늘 망월동 구 묘역에서 이 세상보다 더 귀중한 자기 목숨을 바친 광주 위대한 전사들 앞에 참배하며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고, 아는 만큼 행동하고 양심대로 살 것을 이 자리에서 결의하자”고 다짐했다.
이날 국민대회에서는 광주시민들 손바닥이 찍힌 대형 ‘선언프랑’이 내걸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할 일을 선언하고 내년 5월18일 자신에게 약속한 것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의했다.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28년이 흐른 2008년 5월, 주권과 인권마저 빼앗긴 노동자 서민 삶은 비참하고 생명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시대가 투쟁을 부르고 민중이 오월항쟁 중심으로 우뚝 서라며 민주노총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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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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