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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대산 현장은 건설노동자들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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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414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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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대산 유화 건설현장에서 잇딴 산재사고로 건설노동자들 죽음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롯데 현장 내 삼성엔지니어링 PP Project 현장에서 H빔 철골에 부착작업을 하던 최OO씨(40대) 호이스트카에 끼어 압착 사망했다. 사고 발생 후 지역 병원으로 옮겼으나 손을 쓰지 못해 서울로 이송하던 중 사망했다.

당시 최OO씨는 호이스트카(건설현장에서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내리는 장치)가 지나가는 곳에서 안전고리를 몸에 건 채 작업을 했으며, 안전고리 끈이 호이스트카에 말려들어가면서 몸까지 딸려 들어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호이스트카가 지나가는 곳인 만큼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안전관리자와 작업자가 2인1조로 움직여야 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당일 최OO씨는 혼자 작업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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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사진=플랜트노조

회사는 “2명이 함께 하다가 1명이 잠깐 아래로 내려갔다”고 말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사망한 노동자 혼자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는 노조를 배제한 채 재빨리 유족과 합의하고 이틀 뒤 시신을 화장해버렸다.

최OO씨가 사망한 다음날에도 산재사고가 있었다. 4일 롯데 삼성 PP현장에서 배관용접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필름 촬영작업을 하던 금양산업개발 윤OO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뇌사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2일에는 롯데 삼성 PP현장에서 플랜트노조 김OO 조합원이 맨홀에 빠져 갈비뼈가 골절됐다. 또 14일에도 롯데대산 내 NCC 현장에서 플랜트노조 박OO 조합원이 파이프 절단작업을 하다가 WD400 기름통 폭발로 얼굴과 목, 왼쪽 팔, 오른쪽 손목,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16일에는 탱크 청소작업을 하기 위해 탱크 속에 들어갔던 노동자가 잔류가스를 맡고 질식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 대산 유화 산재사고는 지난해에도 다수 발생했다. 지난해 7월24일 롯데 엘지 현장 탱크청소작업을 감독하던 노동자가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으며, 12월10일에는 서OO 조합원이 그라인더 작업 중 거품을 물고 쓰러져 뇌혈관 파열로 역시 사망했다. 12월12일에도 비계작업을 하던 강OO씨가 추락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골절됐다.

롯데대산 현장은 대규모 유화단지이기 때문에 각종 유해가스들이 흐르고 있다. 최근 낡은 배관 라인을 보수하는 단기보수공사가 주야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존 배관에 어떤 물질이 흐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스를 제거한 후 작업한다고 하지만 잔류가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 잔류물질들이 즉각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축적될 경우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설명이다.

최근 발생한 산재사고 유형을 보면 작업 중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경우가 많으며 노조는 이에 대한 분명한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그라인더 작업 중 거품을 물고 쓰러져 뇌혈관 파열로 사망한 서윤근 조합원도 가스가 흐르는 라인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인체에 치명적인 가스누출로 인한 사고를 의심하고 있지만 회사와 노동부 모두 외면하고 있어 건설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음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대산유화단지 삼성토탈 증설현장 22m 높이 추락 현장 사망, LG 대산유화 증설현장 추락 현장 사망으로 2명 노동자를 떠나보낸 후 민주노총 건설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는 노동부 대전지방노동청 보령지청장 면담을 통해 “우리 동료들이 대산유화단지에서 떨어져 죽어 나가고 있다. 제발 건설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현장을 방문해 감시 감독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산업안전 총괄담당자는 “그 현장 모두 자율안전관리업체다. 우리가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다. 유화단지의 산재 발생 90% 이상이 근로자 잘못이다”라며 망언을 일삼아 노동조합 항의를 받기도 했다.

올해 1월31일 정OO 조합원 추락 사고 이후 플랜트노조에서 사고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회사는 “산업안전관리시설이기 때문에 안 된다”며 거절했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정문을 막으며 항의농성을 벌인 끝에 현장조사를 벌일 수 있었다.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손기범 사무처장은 “올해 2월 초 투쟁 이전에는 산재사고가 나서 노동자들이 죽고 다쳐도 노동조합이 현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고 말하고 “사고 원인은 증설과 단기간 보수공사가 중첩되고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현장 안전관리 지도감독 무방비인데도 노동부는 계속 외면하고 있어 그 결과로 건설노동자들이 연이어 추락해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노동부에 대해 계속해서 “롯데대산유화 건설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 특별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해 왔지만 노동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롯데대산유화 건설현장은 어떤 안전조치 개선이나 관계기관 지도감독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건설노동자들은 산재사고로 죽거나 다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 롯데 대산 현장 최근 사고 일지

■2007년
-7월24일 롯데 엘지 현장 탱크청소작업 감독하던 노동자 15미터 아래로 추락 사망
-12월10일 서OO 조합원 그라인더 작업 중 거품 물고 쓰러져 뇌혈관 파열로 사망
-12월12일 비계작업 중 강OO씨 추락사고로 갈비뼈 골절

■2008년
-1월31일 비계작업 중 정홍진 조합원 안전망 붕괴로 10미터 아래로 추락, 머리뼈부터 온몸 골절돼 5번 수술
-2월2일 제관작업 중 철판 옮기다가 철판이 기울어지면서 안OO씨 10m 높이에서 추락 사고
-4월3일 최OO씨 호이스트카에 끼어 압착 사망
-4월4일 롯데 삼성 PP현장 금양산업개발 윤OO씨 배관용접 확인 위해 엑스레이필름 촬영 중 쓰러져 뇌출혈로 뇌사상태
-4월12일 롯데 삼성 PP현장에서 김OO 조합원 맨홀에 빠져 갈비뼈 골절
-4월14일 롯데대산 내 NCC 현장에서 박OO 조합원 파이프 절단작업 중 WD400 기름통 폭발로 얼굴·왼쪽 팔·목·오른쪽 손목과 손에 2~3도 화상
-4월16일 탱크 청소작업 위해 탱크 속으로 들어갔던 노동자가 잔류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쓰러짐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