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안녕하십니까? 건강하시지요? 민주노동당 8만 당원들을 대신해 뜨거운 동포애와 동지애를 담아 안부 인사를 드립니다.
해외 동포들에게는 조국의 희소식 보다 더 큰 삶의 활력소가 없지요? 이국타향에서 동녘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동지들께 더 기쁘고 더 신나는 조국의 뉴스를 전하지 못해 늘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한국의 정치현실과 민주노동당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에 얼마나 애를 태웠습니까?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보수 천하에서도 진보의 싹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국민들은 민주노동당에 애정의 회초리와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안겨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동지들의 깊은 관심과 염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지여러분!
지금 한국정치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넘겼고, 친박과 무소속연대, 자유선진당까지 합치면, 개헌 선에 육박합니다. 민주노동당 의석이 4년 전의 반 토막이 났을 뿐만 아니라, 386의원 등 민주화운동 출신 의원들이 우수수 떨어져 진보개혁세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습니다. 46%라는 사상 최저 투표율, 지역주의 부활 등도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 안의 힘만으로는 1% 친미재벌정권의 폭주, 보수대연합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게 됐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왜 길이 없겠습니까? 역설적이게도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이제 갓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민중의 진출에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한미FTA 비준, 출자총액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공기업 사유화 등 제국주의 독점자본과 재벌 중심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목을 맬수록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광범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미국의 주문대로 MD체계, PSI에 참여해 국민혈세와 민족자존을 허비하고 어설픈 ‘비핵개방3000’으로 남과 북의 공존공영과 평화번영을 위협한다면 온 겨레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미국 부시의 체면 때문에 시간을 끌었던 북핵문제도 결국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진전될 수밖에 없기에 한국정부의 대북 자충수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런 ‘손님 실수’만으로는 우리 민중과 민족의 운명을 힘 있게 개척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민중운동의 혁신과 단결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분열, 분당의 시련을 딛고 지역구2석, 비례3석 총 5명의 작지만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명박정권에 맞서 ‘거대한 소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내교두보를 확보한 것입니다. 113명의 후보를 비롯한 8만 당원의 눈물겨운 총선투쟁,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등의 대중단체들의 조직적 지지로 일단 당을 살려냈습니다. 등록금, 대운하 반대 투쟁에서 보듯이, 기층민중의 대중조직들과 한국진보연대만이 아니라, 시민운동단체들과 각계 진보세력들도 한나라당정권의 반민중적 반민족적 정책에 반대해 대중투쟁전선에 적극 동참할 태세입니다.
동지여러분!
민주노동당! 이제부터 민생과 혁신을 화두로 대장정을 시작할 때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혁신 없는 민주노동당은 민심에서 벗어나 또 다시 위기를 맞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총선 핵심공약이었던 등록금 150만원 실현과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본격적인 ‘혁신-재창당’, ‘진보대연합’을 공세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와 분열, 분당으로 인한 냉소를 씻어내고 노동자, 서민들의 심장으로부터 지지받는 강력한 진보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혁신과 단결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 혁신비상대책위 산하에 혁신-재창당 준비위원회(위원장 이수호)를 구성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혁신의 기본 방향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보정치 주체의 확대, 강화입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질화를 기본으로 각계 진보세력으로의 외연확대를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둘째, 진보정치 가치의 풍부화입니다. 자주와 평등의 변혁적 가치를 기본으로 21세기 다양한 가치를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셋째, 진보정치 노선과 작풍의 변화, 발전입니다. 대중 활동을 기본으로 의정활동을 결합시키되, 진보적 대중정당에 맞게 활동방식과 작풍을 더 창의적으로 더 서민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넷째, 진보정치 내부의 분파주의와 패권주의의 일소입니다. 개인이나 정파 보다 당원과 당을, 당 보다 민중을 앞세우는 조직기풍을 앞세워 당과 진보진영의 통일 단결에 매진해야 합니다. 이상의 혁신방향을 좌우편향 없이 실천해야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 당’, ‘데모 당’, ‘반대당’, ‘운동권당’ ‘종북당’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비정규직 당’, ‘정책 당’, ‘대안 당’, ‘대중의 당’, ‘독자적 평화통일당’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서민의 절박한 요구를 대변해 완강하게 투쟁하되, 요구의 정당성은 파묻힌 채 거친 투쟁형태만 부각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다 창의적인 민중참여 형 정치활동사례를 만들어 국민에게 선 보여야 합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서울의 저조한 당 지지율로부터 뼈저린 교훈을 찾고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20~30대의 요구와 정서에 맞는 당 활동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를 위한 혁신주체 형성이 선결과제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동네와 직장에서 서민들의 요구와 의식과 정서에 맞게 세련되게 활동할 수 있는 정치일꾼의 양성이 절실합니다. 사람을 키워야 생산현장과 생활현장에 당 조직을 튼튼히 꾸리고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 분열, 분당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사상과 노선의 차이는 명분일 뿐, 결국 당 권력욕 때문입니다. 소수파의 당권 장악 실패에 따른 상실감, 향후 그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자괴감, 그리고 다수파의 패권주의적 태도, 통합적 리더십을 결여한 정치적 무능 때문입니다. 종북당이라 저주하고 ‘적록청 동맹’ ‘진보의 재구성’이라 떠들지만,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포괄하는 민주노동당의 강령이나 진보대연합 노력으로 볼 때, 결국 주도권의식과 낡은 반북의식 이외에 분당-신당의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나간 세력은 종북-분당 소동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남은 세력은 패권과 무능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이런 상호 혁신을 토대로 다시 만나야 하며,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선언을 지지하는 모든 진보세력의 대단결을 추진해야 합니다.
동지여러분!
민주노동당이 진정 노동자, 서민의 대표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철저한 혁신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6개월~1년 간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풍부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올바른 혁신, 재창당을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혁신, 재창당을 이끌 민주노동당의 새 지도부를 잘 세우는 것이 관건이며 선결과제입니다. 5월말 당원들의 손으로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정파 폐해로부터 자유롭고 혁신과 단결의 관점을 튼튼히 견지한 실력 있는 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만일 이번 당직선거도 당권을 둘러싼 정파선거, 과열선거로 전락할 경우, 기사회생한 민주노동당은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 당원의 지혜로 당직선거를 현명하게 관리하고 새로운 혁신지도부를 구축해 민주노동당의 혁신, 재창당을 완성시킵시다.
현장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진보정치의 보다 적극적 주체로 세워내고, 탈당하며 가슴 아파했던 동지들도 다시 돌아오게 하며, 각계 진보세력도 폭넓게 망라하는 진보대연합당으로 발전시킵시다. 이 구당, 구민, 구국의 길에 유럽 당원동지들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동지들의 건투를 빕니다.
2008년 4월 14일 새벽
민주노동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성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