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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비명횡사’ 도로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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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도노동조합 조회0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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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비명횡사’ 도로위의 사람들
[KBS TV 2005-10-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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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환경 미화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부산에서 새벽에 근무중이던 미화원 2명이 차에 치여 숨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는데요.심지어 사고를 당한 뒤 그 후 유증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하는 미화원도 있는데요.박봉에 시달리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미화원들의 애환을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강민수 기자, 자세히 전해주시죠.

<리포트>

예. 지난 27일 새벽거리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들이 트럭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9월 충남에서 음주차량에 의해 2명이 환경미화원이 목숨을 잃은 후 한 달만에 또 일어난 사고인데요. 이렇게 새벽녘 환경미화원들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명사고에 노출 된 환경미화원들의 안전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목숨을 잃는 환경미화원들이 늘어가는데도 왜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재발하고 있는지 이를 막을 수 있는 안전대책은 없는지 취재해봤습니다.

화물트럭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졌습니다.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들과 함께 핏자국이 곳곳에 선명한데요. 사고가 난 것은 지난 27일 새벽 1시 반쯤. 부산시 민락동에서 새벽 도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들이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목격했던 동료: "작업하고 있는데 (화물 트럭이) 돌진해 들어와서 전혀 브레이크도 안 밟고...(가해자가)술이 많이 취해 가지고 차를 받으니까 어떻게 순간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더라. 갑자기 그랬으니까..."

<인터뷰> 당시 목격했던 동료: "같은 직원이다 보니까 우리도 마음이 (안 좋고)...우리 역시도 (사고를) 목격도 하고 이러다보니 손에 일이 안 잡힐 정도지 뭐..."

사고 발생 당시 청소차는 마지막 쓰레기를 차량에 옮겨 싣던 중이었는데요. 만취상태에서 트럭을 몰던 윤 모씨가 청소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아 환경미화원 2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윤영호(부산 남부 소방서) :"한 분은 땅에 떨어져있었고 한 분은 활어차 트럭하고 청소차 사이에 끼어 가지고 허리가 접혀진 상태로 좀 심각한 상태였고...그 다음에 한 분은 쓰레기 더미 있는데 차 안에 엎어져 있는 상태로 있었고..."

사고 발생 다음 날, 취재진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환경미화원들의 빈소를 찾았습니다. 날벼락 같은 비보를 접한 유가족들은 고인과의 이별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데요.

<인터뷰> 전성숙(故 허경종 아내)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집에서...처음에 전화를 받았거든요. 병원이라고 전화를 받았는데...사실은 한 번 더 물었어요. 병원이라고...허경종씨 집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뭐 입이 덜덜 떨리고 손발 덜덜 떨리고..."

꼭두새벽마다 떠지지 않은 눈을 비벼가며 거리로 향하던 고인의 생전모습을 떠올리면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옵니다.

<인터뷰> 전성숙(故 허경종 씨 아내) :"너무 부지런히 일 했어요. 하루도 안 쉬고...(남편이 평소에)잠 자는 게 제일 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가서 잠이나 실컷 자고...좋은데 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허정석(故 허경종 씨 아들) :"제가 고 3이거든요. 그래서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대학가는 거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아버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고요."

이렇게 느닷없는 사고는 환경미화원 2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요. 당시 이들과 함께 청소를 하다 중상을 입은 환경미화원 김모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김씨는 오랫동안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의 이별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인터뷰> 사고 피해 환경미화원 :"지금까지 결근 한 번 안 하고 충실한 사람들이에요. 자기가 그 직업을 안 하면 식구들이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그런데 그런 사고를 당하게 되어서)너무 안타깝죠."

이번 사고로 엉덩이뼈가 골절된 김씨!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김씨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사고 피해 환경미화원 : "저는 위에서 차가 부딪혀서 붕 떠가지고 차에 부딪혀서 뒤에 엉덩이뼈가 다 나가 버렸어요. 지금 44살인데 이 후유증을 가지고...가족이 다섯 명인데 그 생계를 어떻게 해서 이어나갈지 걱정이 앞서죠."

이렇게 사고로 3명의 사상자를 낸 환경미화원 위탁업체는 사고를 수습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용역회사 직원 : "일하다가 돌아가셨으니까...산재보험이 돼 있으니까...유족들한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 조사중이에요. "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노조 측에서는 이번 사고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병적(민주노총 부산지부): "이 일은 예견된 일입니다.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현황이 아주 나쁘니까 이것을 하루 빨리 개선하라고 저희들이 요구를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청이나 각 구청에서는 예산이 없다라는 차원에서 미뤄왔던 것이 이런 현실로 나타난 겁니다."

이렇게 간간이 들려오는 환경미화원들의 사고소식을 들으면 지울 수 없는 악몽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2003년 10월, 불빛 하나 없는 도로에서 청소를 하던 김원태씨는 돌진해오는 차량에 치여 불구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언연(故 김원태 아내): "청소하는데 차가...처음엔 자가용이 들이받고 그 다음엔 덤프트럭 큰 것...다리 2개 나가고, 허리를 다쳐서는 허리가 아파서 애를 쓰고...머리도 좀 다쳐 가지고..."

사고로 1년여 동안 병원신세를 졌던 김씨는 퇴원 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하는데요. 결국 그 고통을 이기고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이언연(故 김원태 아내) :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아플 바에는 죽어야 하는데...사고 날 때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살았다고...우울증이 걸려서 나 여기 떨어지면 죽을까? 이런 소리도 하고...그리고 3일 만에 죽었다니까..."

이렇게 한평생 밤낮 없이 환경미화원으로 고생만 하다 사고를 당한 故 김원태씨! 하지만 사고 후에 김씨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안희정(故 김원태 며느리) : "CT 찍을 때도 다 아버지 돈으로 했고...아버님은 아프셔서 더 다른 검사를 하고 싶은데도 빨리 지원이 안 되고...다리랑 잠 못 주무셔서 약 타는 건 다 아버님 돈으로 하셨죠."

김씨는 이렇게 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려 스스로 삶을 포기했는데요. 자살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남겨진 가족들에겐 산재 보험도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김씨의 부인 역시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해 한쪽다리가 불편하지만 생계를 위해 순대를 팔아 하루하루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언연(故 김원태 아내) : "다리를 저니까 (리어카를) 끌고 다니기가 힘들지. 비와도 못 하고...한 달에 15일간...잘 해야 15일 정도 일해요."

이렇게 주로 심야시간에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항상 사고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이라고는 야광 띠가 둘러진 조끼하나가 전부인 실정입니다.

<인터뷰> 박명순(환경미화원) : "조끼는 하나씩 주고 있어도 그게 안전장치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어디 사람 있다는 표시지. 안전 장치는 아니잖아요. 일이 바쁘다보면 차가 와도 차 오는지도 모르고 바쁘니까 건너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사고 날 수도 있고..."

생명을 담보로 한 채 매일 새벽 거리로 나서는 환경미화원들.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시급한 때입니다.

<인터뷰> 진흥화(경기도노동조합 의정부지부장) : "공무원들이 죽으면 공무 수행하다 죽었다고 하고 환경미화원이 죽으면 옛날로 말하자면 가마때기에다 둘둘둘 말아서 갖다 버리는 식으로...내일 아침에라도 내가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안 죽고 돌아온다는 게 진짜 용한 거죠."

<앵커 멘트> 환경 미화원들의 안타까운 희생 지금까지 강민수 기자와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