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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되나요?] 비정규 보호대책이 해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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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노조 조회1,293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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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해고로 돌아오다니…, 근근이 먹고 살던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현수막 등 불법광고물 철거 일을 하는 윤아무개씨(52)씨는 오는 12월31일이면 6년 동안 몸담았던 시청을 떠나야 한다. 그의 동료 3명도 마찬가지 신세다.

이들의 실직은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때문이다. 상시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정부의 조처에 대해, 일선 행정관청에선 정규직화는 커녕 해고로 ‘후환’을 없애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광명시 관계자는 8일 “이들 4명의 경우 계약만료 시기인 12월 말까지만 고용한 뒤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대책에 따라 이들 같은 상시고용 노동자를 상용직(정규직)화하려면 시청 공무원 정원을 넘기게 된다”고 해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광명시는 이들에 대한 해고 결정을 미리 내려두고 있다. 또, 해고될 노동자들이 맡았던 불법광고물 철거 업무에 대해선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등 다른 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시흥시에는 공원관리 등을 맡은 일용노동자 200여명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일해왔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나이도 많고 전문기술 등 상용직 전환을 위한 자격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며 “예산이 뻔해, 이들의 업무를 민간위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상당수를 해고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서울시 교육청 관할 고교 행정실장과 지역교육청 과장 등 2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비정규직대책 회의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한 참석자가 “나이 많고 임금 많은 사람을 무기계약(정규직) 대상에서 제외시킬 방법이 없냐”고 묻자 한 고등학교 행정실장은 “나는 해고했다. 해고를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내용 등이 들어있다.

김인수 민주노총 소속 전국민주연합노조 법률국장은 “공공부문의 경우 정원·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비정규직 대책도 공염불”이라며 “보호대책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최근의 현실은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인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헌수 노동부 공공기관 비정규직대책 실무 추진단 기획총괄팀장은 “현장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집행되는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내년 5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 고용 대상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겨레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