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생각은 보름달처럼 환한데 글을 쓰려니 그믐밤같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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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387회 작성일 22-11-01 17:26본문
『생각은 보름달처럼 환한데 글을 쓰려니 그믐밤같이 까맣다』
범민련 남측본부 중앙위원 김세창
으랏차차 동지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요즈음 우리 민중을 둘러싼 정세는 모든 것이 첨예해져서 마치 솥뚜껑이 날라가기 전의 부글부글 끓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정권은 민주당과 정면 격돌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전혀 체감할 수도 없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그 무슨 ‘협치’ 운운하더니 결국은 민주당 죽이기로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해 윤석열대통령은 “통화량이 많이 풀린데다가 지금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대통령보다 쉬운 자리는 없습니다.
사고생기면 “진상조사 철저히 하라,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 뭐 이런 말만 하면 됩니다.
웬만한 임금인상으로는 서민은 살기 힘들고, 수많은 중소기업들도 버티기 힘든 한계상황이 빠르게 다가 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이 하자는 대로는 다 합니다.
지난 5월 윤석열–바이든의 정상회담때에는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기업들에 섭섭지 않게 하겠다고 입바른 소리 했지만, 극단적인 미국 보호주의로 무장한 인플레 감축법과 반도체법을 만들어 놓고는 결국 윤석열정부와 한국기업들을 호구로 취급하고 말았습니다. 자동차 보조금도 못주겠고, 중국에 반도체 기술이든 장비든 수출해서는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6.29) 중국·러시아를 견제·배제하는 미국 중심의 동맹에 함께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봉쇄하고 유럽을 친미동맹권으로 만들기 위한 집단군사안보기구인데 동아시아 끝자락에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 무슨 귀신이 씌었는지 나토정상회의에 참석을 했는지 도통 용납이 안되고 이해가 안됩니다.
바야흐로 세계는 미국의 일국패권에서 벗어나 자기 나라의 국익과 주권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뒤바껴 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로 모든 나라들이 차별과 양극화가 더 심해졌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이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를 차단하면서 전세계가 물가비상이 걸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나홀로 미국은 최대경쟁세력인 중국을 경제하기 위해 세계공급망의 흐름을 파괴하고 강제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중국수출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정밀기기(42.5%), 정밀화학(40.9%), 반도체(39.7%), 유리(39.3%), 석유화학(38.9%) 등만 해도 전체수출액의 40%안밖을 차지합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중국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재벌들의 기업활동과 무역거래도 미국의 허가없이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석열정부는 과거 박근혜정부가 하려던 노동개악의 시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대통령들이 즐겨 사용하는 유행어가 ‘공정과 정의’이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입니다.
책임지지 않고, 지키지도 않을 묻지마 공약을 마구 내뱉어 놓고, 대통령 당선되면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을 먼저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법인세와 보유세 인하 및 재벌특혜를 내놓고, 노동자 임금은 억제하고, 귀족노조니 노조갑질이니 하면서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전면확대나 비정규와 간접고용, 노동시간 늘리기를 밀어 부치려 합니다.
고물가·고유가 등의 생계비 위협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합니다. 이건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한 강제정치 일방통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남북관계는 군사적 충돌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북의 핵보유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전쟁위협이 가져온 자업자득의 결과입니다.
세계 최대 핵무기보유국이면서 최다 핵실험국가인 미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하지만, 지독스럽게도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를 가지고 북이 뭘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고,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정권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엄포를 놓습니다. 다른나라의 정권을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체가 위험천만한 초법적인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북의 정권을 상대로 한 참수작전 뿐만 아니라 700곳이 넘는 핵심시설에 대한 정밀타격계획을 가지고 있고 평양상륙진격연습을 합니다. 그 어느 나라를 상대로 이런 연습을 하는 나라는 미국밖에는 없습니다.
더 우려할만한 것은 미국이 일으키는 대만분쟁에 한국군대가 참가하게 되고,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 올 것이라는 예측이 그리 멀지 시기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의 중심부에 서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각종 제재와 압력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비상사태를 몰고 올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하수상하다 보니 요즘에는 세상돌아가는 교육에 대한 요구가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진석이는 웬만한 교육은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서 집행부로서 역할을 순조롭게 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부장님 호출이 와서 갔습니다.
“진석 동지가 연대사업국장이니 만큼 앞으로 연대집회에서 자주 마이크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집회에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좀 더 많이 해야 하는 정세 아닙니까. 한반도를 보면 뭔가 거대한 정세가 오는 것 같아. 우리 노동자가 임단협을 뛰어 넘어 정세에 더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진석 동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진석이에게는 지부장님이 자신의 의견을 묻는 것이기 보다는 그렇게 준비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요새 정세를 생각할 때 진석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임금인상과 고용안정만으로 과연 노동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미국이 남북의 통일을 이렇게 집요하게 가로 막고 있는데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지난 IMF위기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그 때와는 다르게 투쟁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대다수 노동자 서민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였다면 우리가 한평생을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 등골이 휘도록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고용과 양극화문제를 해결할 정부는 과연 세워질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만 생각하는 것과 연설문을 쓰는 것은 너무도 다른 문제였습니다.
왜 글이 써지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 얘기를 들을 때는 다 아는 것 같은데 자신이 해보려고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찾은 말이 이것입니다. “생각은 보름달처럼 환한데 글을 쓰려니 그믐밤같이 까맣다”
결국은 노동조합 선배님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결론을 정리해 보면 “물론 자기공부를 꾸준히 하는게 필요해. 그렇지만 비법은 크게 보면 두가지다. 하나는 자기 스스로가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절박하게 생각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나, 책을 보고 공부할 때 이것을 내가 남에게 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해. ‘공부해서 남 주자’ 라는 말이 있지 않나? 혼자만 알고 있으면 무슨 소용있겠어. 전달자의 입장에서, 교육하는 입장에서, 대화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지.”
이 말로 정리하기까지 진석이는 술값과 시간을 적지 않게 들였습니다.
소통과 공감을 통해 우리의 힘을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목소리가 큰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석이는 지부장님에게 속으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는게 힘이고, 절박해야 투쟁한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으랏차차 동지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다음에는 『맥도 모르면서 침통 먼저 꺼낸다』 라는 주제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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