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겉보리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659회 작성일 21-08-02 11:48본문
으랏차차 동지들! 모두 건강하신가요?
올 여름 처음 듣는 ‘열돔’이란 말 그대로 폭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노동자들은 평생 ‘차별과 고용불안정의 돔’에 갇혀 살지만 나아지는 건 개뿔도 없이 이래저래 숨이 막히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오면 더위는 끝나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놈의 투쟁에 언제 머리띠를 풀지 모르지만 어깨 쫙 펴고 살날을 확신하며 열심히 투쟁합니다.
내 집 마련! 모든 서민들이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이유
▲ 1970년대 미아리 달동네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별로 없고 다가구주택에 단칸방 세입자들이 오글오글 모여 살던 달동네 시절에는 ‘층간 소음’ 대신 ‘벽간 소음’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방음’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저 가족이 몸을 부대끼며 발이나 쭉 뻗고 잘 수 있는 방 한 칸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였습니다.
달동네나 공단 지역의 집들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벌집’이나 ‘닭장집’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한창 기운이 뻗치는 애들이 방에서 뛰어 놀거나 부부싸움을 하면 옆방에서 다 들립니다. 그래서 어린 애들이 여러 명 있는 사람들에게는 셋방을 잘 주지 않았습니다.
94년에 TV 연속극 중에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집도 그렇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수도가 있고,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그 때는 화장실이라는 고상한 말 대신 변소나 똥간이라고 많이 불렀습니다), 연탄을 쌓아 놓는 창고(광)가 있었습니다. 십 수가구가 화장실 하나를 놓고 사노라면 말 못하고 웃지 못 할 얘기가 많이 생깁니다.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 쥐들이 뛰어 다니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나무막대기로 천장을 쿵쿵 치면 조용하다가도 조금 있으면 또 소란을 피웁니다. 수도가 안 나오는 날이면 공동수도에 가서 돈을 내고 물지게나 물동이로 퍼 날라야 했습니다. 지금 사는 환경이나 수준으로 보면 도저히 상상도 가지 않을 세태였습니다.
이런데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꿈은 단연 ‘내 집 마련’이 1위였습니다. 어떻게든 달동네를 벗어나 반듯한 내 집에 살면서 집주인에게 더 이상 싫은 소리 안 듣고 사는 것이었죠.
‘토굴’이나 ‘판잣집’이라도 내 집만 있다면 남의 집 셋방살이는 다시는 안 한다고 할 정도로 셋방살이의 애환은 ‘가지지 못한’, ‘가진 것조차 빼앗기는’ 사람들의 뼈에 사무친 인생 곡절이었습니다.
재벌과 대기업, 외국자본의 곳간만 불리는 경제
▲ 1990년 3월 4일. 세입자 집회. 1990년 4월 전월세 폭등으로 이사 갈 방을 구하지 못한 일가족 4명이 동반 자살하는 등 그해 봄 17명의 세입자들이 같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일어났다.
못 살던 시절에 대출을 하려면 주로 집을 갖고 있는 형제나 친구를 통해 은행에서 연대보증을 통해 돈을 대출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친구 따라 지리산도 가고 영화관도 가면 좋을 텐데 친구보증 잘 못 섰다가 감옥 가면 정말 심란하기가 말 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람이 거짓말 하냐? 돈이 거짓말하지”라는 말은 빚쟁이한테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를 못할 겁니다.
보증 잘 못 서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게 세 가지인데, 가정이 깨지거나 친구를 잃거나 신체포기각서 써 주고 협박받는 것이라 합니다. 사기 칠 생각이 아니라면 보증은 부탁하지도 응해주지도 말아야 한다는 게 조상들의 유언이라 하지 않습니까?
임대차보호법이란 게 1981년에 처음 만들어지고 89년에는 임대보증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집주인들이 2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전세를 구할 돈이 없어 서민들에게는 ‘길바닥에 내모는 법’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입자도 모르게 집주인이 집을 팔아 버리거나 압류를 당하는 경우에는 보증금도 못 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먹고 죽을 돈도 없다’는 말이 정말 농담이 아니었죠.
정말로 서민들의 삶은 ‘내 집’마련과 가족부양을 위한 피눈물 노동의 역사이고 금융기관에 이자 원금을 갚아야 하는 고역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2020년 국내 30대 재벌의 사내보유금을 추산하면 1,045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상위 5대 재벌만 따져도 70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작년은 코로나19여파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로 1998년 IMF의 경제침략이후 22년 만에 역성장 하여 1인당 국민소득도 3만1천700달러대로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 대기업의 사내보유금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겁니다. 이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무역주도 성장정책을 강행해 온 결과로서 정경유착과 온갖 특혜를 누리며 막대한 부동산 투기는 물론 노동자들에게 온갖 불법 고용과 차별 고용을 자행하였기에 가능한 돈벌이였습니다. 국민은 물가와 집값에 허덕여도 재벌의 곳간은 돈으로 넘쳐 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7월 12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8720원 보다 440원 (5%)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월급기준인 209시간으로 하면 191만 4440원되는 금액입니다.
사용자측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마치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고용이 줄어들고 오히려 청년실업이 증가할 것처럼 떠들어 댑니다. 당연히 보수언론과 학계나 재계에서는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쌍나발을 불어 댑니다.
정치도 경제도 ‘자주’가 답이다.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진 후, 북은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단 한시의 멈춤도 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로 전쟁위협과 정권붕괴 시나리오, 국제적인 대북 봉쇄제제, 시간 끌기 등을 수단으로 북을 압박하여 왔으나 북의 핵보유국 선포 이후로 미국 본토의 안전이 최대 안보문제로 떠오르게 됨으로써 현재 북미관계는 대북적대정책의 폐기와 평화협정을 둘러싼 핵담판의 대결관계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일방적인 핵전쟁위협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주의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북의 자주 노선과 오랜 시간 북의 고립과 붕괴를 추구해 왔던 미국의 패권전략의 충돌 결과입니다.
또한, 중국과 미국 간에는 주권과 패권을 둘러싼 대국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무역, 환율, 자원, 기술, 환경, 인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에게 ‘역사의 선택이고 인민의 선택인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방과 전복 중지, 고율관세 부과와 과학기술 봉쇄 및 미국 국내법 역외 적용 확대 등 중국발전을 억제하는 제재 행위 중단, 홍콩·대만·신장 문제 등 중국 주권에 대한 내정간섭 중단’등을 골자로 하는 3불(不)정책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를 내재화(자립화)하는 이른바 ‘홍색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중간재 수입을 중단하고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자주적 산업 사슬(Chain)을 구축한다는 거죠. 청양고추를 많이 먹을수록 몬산토(청양고추 종자 보유)를 인수한 독일 바이엘의 배를 불리고, 자동차 한 대 생산해도 미국 일본에 기술료를 내야 하는 한국 기업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살던 리비아를 잠깐 들여다볼까요.
카다피가 이끄는 리비아는 80년대에는 부유한 석유왕국으로 세계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카다피는 미국 군사기지를 철수시키고, 외국 자본을 추방했습니다.
리비아 국민들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받고 유능한 젊은이들은 정부비용으로 해외유학을 하고 결혼 때는 신혼부부에게 6만 디나르(5만 달러)의 이자 없고 상환기일도 정해지지도 않은 정부지원금이 주어집니다. 한마디로 공짜와 같은 겁니다. 정부보조금을 자동차로 지급했고, 빵과 가솔린은 헐값이며 농업 종사자는 세금이 없었습니다.
카다피는 아프리카의 반제국주의 독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것이 아프리카에 정치적 독립과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했고, 아프리카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데 앞장섰습니다.
2004년에는 아프리카 53개국 의원들이 모여 범아프리카회의를 열어 아프리카경제공동체를 창설해 2023년까지 금에 기반한 공통통화(골드 디나르)를 창설하자고 합의하게 됩니다.
카다피는 2009년 당시 아프리카연합 수장이었는데 회원국들에 “경제적 빈곤을 겪는 아프리카는 골드 디나르를 채택해 부를 일궈 나가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이것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세계 금융질서 안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의 통제를 벗어나 원유 대금 결제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달러나 유로화를 배제하고 아프리카 2억 인구의 단일화폐인 골드 디나르를 유통하게 되면 세계금융지배질서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달러를 가지고 아프리카 나라들의 중앙은행을 통제할 수도 없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장사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화폐가 중동 산유국들에게 까지 사용된다면 미국의 금융착취는 사실상 종을 치게 되는 것이죠. 마침내 2011년 2월, 미국은 반정부시위로 포장한 카다피 제거를 위한 리바아 내전을 조종·지원하였고, 그해 10월에 카다피는 사살되고 맙니다.
그러면 후세인은 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었을까요?
2000년 11월,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은 석유결제수단을 달러에서 유로로 대체하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조지 부시는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2003년 3월에 미-영 연합군 주도로 18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부시정권은 ‘붉은 새벽’ 작전으로 명명한 기습작전에 6백여 명의 미육군 보병 제4사단과 특공대를 동원하여 후세인을 체포하고야 맙니다(2003년 12월). 결국 2006년 후세인은 12월 30일 교수형에 처해 지고 말았습니다.
2001년에는 러시아 주재 베네주엘라 대사가 “앞으로 자국의 모든 석유 판매는 유로로 거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베네주엘라에서는 미국이 지원한 반차베스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6년 3월에는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이 석유 수출 대금을 유로로 결재해달라고 수입 업체에 요구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합니다. 당시 이란 대통령은 이를 실행에 옮겨 2006년 말에는 석유 결재 통화로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육박했습니다. 부시정권 내에서는 예외 없이 ‘이란 공격설’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는 달러 패권의 지배와 약탈에 맞선 피압박 민중들의 반미자주독립의 함성이 들끓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투쟁에는 아직도 어김없이 미국의 침략과 학살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회의 주인답게 살아 갈 수 있는 조건
으랏차차 동지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려면 어떤 조건과 기준이 있어야 할까요?
동지들마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노동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법과 장치와 사회적 구조와 인식이 뒤바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즉,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권력이고, 권력이 돈을 긁어모읍니다. 자본과 권력이 타인을 지배하는 계급사회에서는 사람 사는 세상이 결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갑질이 판치고, 헬조선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데 한편에서는 명문대를 가기 위해 수천만 원짜리 맞춤형 컨설팅을 받고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사회에서 공정한 기회와 열린 경쟁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글러 먹은 겁니다. 편한 게 좋고, 이익이 되는 게 좋고, 우리 편이 좋다는 식의 실용주의와 극단적 개인주의가 판치는데서 부와 권력을 갖지 못한 자가 사람답게 사는 것을 희망한다는 자체가 희망고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누가 만들겠습니까?
자본과 사이비개혁정권이 노동존중을 말한다면 그것은 흉계가 있든지 사기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대기업과 재벌 중심인 사회에서는 노동자 서민들은 노동존중은 커녕 노후에도 대출이자와 물가 걱정하며 살아야 합니다. 국내총생산이 올라간다고 서민에게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이비 개혁정권에서는 진정한 소득주도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게 판명되었습니다.
결국 노동자 민중의 가치관과 힘이 꽉 찬 정권을 세우지 않고서는, IMF를 통해 송두리째 한국경제를 수중에 넣은 제국주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분단과 민족적대와 국가보안법에 기생하여 온갖 기득권을 누려 왔던 적폐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노동유연화를 최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횡포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을 이뤄 남북 간의 진정한 민족협력경제로 서민경제 내수경제를 살리는 경제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노동자가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답게 살아 나갈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에 노동3권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라에는 자주권이 있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는 그야말로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주권이 없어 남북대화도 금강산관광도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못합니다. 오죽하면 주한미군 주둔비(간접비 포함)를 6조원 넘게 미군에 갖다 바쳐야 하고 평택미군기지 공사하는데 10조원 이상을 국민의 혈세로 내야 했으며, 2009년부터 2018년까지 62억7천900만 달러(7조3천746억여 원)를 들여 미국산 무기를 수입했겠습니까. 그래 놓고 대다수 노동자 서민이 힘든 코로나19사태에서 선별지원이니 선별 복지니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얘기만을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옛말에 겉보리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한다는 말이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또한 일제 식민시절에는 화전민이 될지언정 소작은 안 부쳐 먹는다는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정부에 돈이 없어 외세에 예속되는 게 아닙니다.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당당히 ‘자주’를 외치고 독립해야 합니다.
외세에 빌붙고, 외세와 결탁해서 잘 된 나라는 이 지구상에 단 한 나라도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나라에 ‘자주’가 서 있다면 ‘모든 것을 노동자에게로’, ‘모든 것을 민중에게로’, ‘모든 것을 민족에게로’라는 정치가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나라들이 ‘국익’과 ‘자주권’을 외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달러도 못 믿겠고, 신자유주의는 더 싫고, 군사패권에 진저리가 나고, 내정간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가 더 자주화되어 더 당당하게, 더 민중적으로, 더 민족적으로 나아가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사회가 되도록 열심히 단결하고 투쟁해 나갑시다.
으랏차차 동지들, 무더위에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다음엔 『과녁을 잘 봐야 10점을 맞춘다』는 제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전글<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과녁을 잘 봐야 10점을 맞춘다 21.09.01
- 다음글<특별기획> 김혜진의 세상 속 노동조합, 노동조합 속 세상 :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생각한다 2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