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616회 작성일 22-04-06 17:02본문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오래전부터 연로하신 분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건네던 말입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될 때에도 이런 인사가 오가고 합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버스는 떠났지만 또 다른 희망을 가지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제는 남의 차 타지 말고 우리가 직접 몰고 가야 할 버스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 결과를 보니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심심치 않게 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식이는 파업기간내내 후문쪽에서 규찰을 섰습니다. 제일 난감한 것은 지도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와서 잠시 외출하게 해달라고 우기는 경우였습니다.
파업규율이 다소 해이해졌던 것은 신생 노조였기도 했지만 파업일정들이 주로는 협상에 의존하면서 파업대열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던 것도 있습니다.
사실, 뭘 어떻게 할지 몰랐던 것이 컸지만 그것보다는 파업에 대한 주인다운 입장이 없었던 것이 본질적인 이유었습니다. 파업프로그램이 다른 회사 노조원들이 와서 같이 율동, 운동경기, 노래자랑대회 등으로 채워졌는데 경식이네 노조원들은 오히려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구경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파업이 별 긴장감없이 진행되다 보니 낮에는 신나게 있다가 저녁때만 되면 축 처지다 보니 이탈자도 생기고 음주자도 간혹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경식이는 집행부와 의논하여 후문쪽 규찰을 다른 동지들에게 넘겨 주고 파업프로그램 운영에 참가하였습니다. 다음날부터 ‘조합원이 주인되는 파업’이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분반토론을 벌였고, ‘내가 노조의 주인이다. 우리의 투쟁으로 승리를 만들자’는 멋진 결론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의는 사측이 “파업기간 중 영업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잠정합의를 번복하면서 더 불이 붙게 되었습니다.
몇 달 뒤, 경식이네 조합원들은 노동연대투쟁은 물론 사드반대투쟁이나 통일집회에도 다니게 될 만큼 돋보이게 되었습니다. 뒤풀이때 항상 이런 신나는 말들이 오가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는 투쟁할 때라야 진짜 노동계급이 된다는 말은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노동 반통일 민족대결 친미예속집단의 총집결지입니다. 피눈물을 바쳐 투쟁으로 만들어 오고, 지켜 왔던 성과들이 모두가 원점으로 돌아 갈 상황입니다. 오히려 더 개악될 것이 뻔합니다. 노동시간, 최저임금, 성과급 직무급제로의 임금제도 전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고용형태, 원하청 공동교섭,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실질소득 감소 등 거의 모든 노동분야에서 이루말할 수 없는 반노동의 폭풍이 휘몰아 칠 것입니다.
통일분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남북정상합의들마저 폐기될 지경에 이르렀고, 미국 패권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전쟁도 불사할 기세입니다.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의 진출도 허용하고 한미일 전쟁동맹을 강화하자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남북공동선언은 특정정부나 정치세력의 소유물이 아니고 민족의 합의이며 되돌릴 수 없는 역사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2018.4.27) 전문에는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19남북군사합의(2018)에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것은 5년짜리 임기를 갖는 정권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평화적 장치이며 이를 디딤돌로 서로의 대화와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합의가 없어진다면 군사적 충돌과 대결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시대의 전진이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노동자 민중이 그 어떤 억압과 차별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살아가는가를 기준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이 자주적으로 살고, 나라와 정부가 자기 백성을 위해 자주적으로 활동하고 있는가의 여부가 바로 자주성을 기준으로 한 시대의 전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비오면 처마밑에 낙숫물이 떨어지는 것 처럼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는 경우는 결코 없지 않겠습니까! 민족분단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악착같이 통일을 방해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데 미국의 일방적이고 강도같은 패권주의를 무릎꿇리지 않고서는 통일은 천년만년이 가도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악질적인 반노동세력의 부활, 민족대결반통일세력의 재등장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 낸 이번 대선이 우리 노동자에게 주는 교훈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노동자의 권익을 되찾아 사람답게 살아 보자는 우리의 투쟁을 이제는 사회대전환, 시대의 변혁이라는 높이와 각도에서 벌여 내자는 것입니다.
피똥을 싸며 쟁취한 쥐꼬리만한 권리찾기도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고 또 그것을 되찾기 위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투쟁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먼길을 떠나는 사람은 신발도 준비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굳세게 먹고 가야 할 노정을 잘 새기고 있어야 합니다. “이 길이 아닌가벼”보다는 “우리 노동자가 가야할 길은 바로 이 길이야!”라는게 더 멋지고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는 힘들고 먼길을 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길동무가 필요합니다. ‘동지’말입니다.
그 누가 정권을 잡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동지’와 억세게 손을 잡고 다시는 피눈물 흘리는 거꾸로 된 세상을 보지 않기 위해 ‘노동자의 길’, ‘변혁의 길‘, 통일의 길’, ‘자주의 길’로 뚜벅뚜벅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경식이네 노조가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통일세상을 위해 멋진 노동계급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머지 않은 시점에 제2의 촛불항쟁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이번에는 국정농단과 민주주의 유린, 제왕적 독재의 청산을 뛰어 넘어 친미사대적폐와 평화와 통일을 가로 막는 미국패권을 몰아내고 새시대를 밝히는 촛불항쟁입니다.
이제는 인사말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가 아니라 “밤새 투쟁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로 합시다.
으랏차차 동지들,
환절기에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남의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진다>라는 주제로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