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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김혜진의 세상 속 노동조합, 노동조합 속 세상 : 위로와 힘이 되는 노동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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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522회 작성일 22-06-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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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머리말에서 인상깊은 문장을 보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문장이다. 조선 정도 때의 문장가인 유한준이 남긴 명언을 조금 고친 것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며, 느낀 만큼 보기때문에 문화재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그 앎에 바탕하여 더 많이 보자는 의미를 담은 글이라고 한다. 여행 가서 문화재를 보게 될 때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재의 아름다움이나 역사를 알게 되니 그 때부터 문화재가 새롭게 보이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문장을 기억해두고, 지나치는 많은 사건이나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고 생각해보려 애쓰곤 했다.

 

집회에서 우리에게 힘을 주는 노동자의 노래

 

오늘 이 문장을 다시 꺼낸 것은 조합원 여러분이, 사랑하고 알았으면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민중가수들이 부르는 노동자의 노래들이다. 조합원들 중에서 음악을 많이 듣는 분들은 좋아하는 가수도 있고 좋아하는 노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트로트가 대세이니, 트로트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 것이고, 고막남친들의 달달한 목소리도 거리에 많이 울리니, 이 가수 중 누군가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집회 때 자주 만나는 민중가수들의 노래를 우리는 잘 알고 있을까? 물론 민중가수들의 노래를 평소에도 자주 듣는 분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조합원은 집회 때 말고는 노동자의 노래를 찾아듣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주로 듣는 노동자의 노래는 집회에서 투쟁에 힘을 주고 기운이 불끈 나도록 하는 노래들이다. 그런데 그 노래들은 단지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왜 집회를 하는지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투쟁에 대해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투쟁에서 승리하여 힘을 내는 집회에서도 우리의 싸움이 끝이라고 누가 얘기하는가, 노동자의 눈으로 이제야 세상을 보는데(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노래하며 남은 과제를 이야기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투쟁에 지칠 때 우리 앞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걸어온 거야(길 그 끝에 서서)”라고 우리를 다독여주기도 한다. 농성장에서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잠들 땐 너무 춥더라. 인생도 춥더라.(내가 왜?)”는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울컥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노래로 전달하는 동지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 기울이면 좋겠다.

 

노동자의 삶과 역사가 담긴 노동자의 노래

 

이 많은 노동자의 노래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노래들에는 노동자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다. 지금도 힘차게 부르는 <파업가>876월 항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사회의 주체로 등장한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준 노래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즐겨 부르는 <비정규직철폐연대가>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비정규직들이 스스로 노조를 만들고 투쟁했던 역사를 담고 있다. 민중가수들이 함께 모여 노래를 만들었고, 비정규직 노조들이 모여서 기획한 2003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이 노래를 함께 배우던 시간에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이용석열사가 분신했고, 그 투쟁이 확산되었다.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날을 기억하며 해마다 1026일에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를 열어왔다. 그 이후로 이 노래는 투쟁하는 비정규직의 노래가 되었다.

투쟁시기에 불리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의 노래는 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을 담고 있다. 노동자로 살아왔던 삶의 회한이 담긴 노래 <늙은 노동자의 노래>부터, 동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전화카드 한 장>, 해고통지를 받은 노동자의 답답하고 암울한 마음을 담은 <노란봉투>, 자기 마음대로 노동자를 부려먹는 사장에게 날리는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할 줄 아나>라는 노래도 있다. 바다로 나가는 배를 보며 그 배를 만들다 죽어간 조선소 노동자 윤식이를 기억하는 노래 <윤식이 나간다>, 삶에 지쳐도 작은 희망을 갖고 싶은 마음을 담은 <소금꽃나무>까지, 우리의 삶이 하나하나 담겨있다. 누군가는 또다른 노동자의 노래에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지리라.

 

일상에서 더 많이 듣고 사랑하자

 

우리 조합원들이 이런 노래들을 평소에도 많이 들으면 좋겠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듣게 되는 노래들도 매우 좋고 우리를 자주 위로해주지만, 우리와 함께하는 노동하고 투쟁하는 이들 곁에 서 있는 이들이 만드는, 그 아름답고 따뜻하고 슬프고 힘찬 노래들을 일상에서 들으면 좋겠다. 노동자의 노래는 각종 음원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들을 자주 듣고, 그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있으면 주변 동료들에게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고, 민중가수들의 콘서트에도 기꺼이 돈을 내고 가고. 그렇게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많이 들을 때, 그 노래들이 라디오에도 나오고 텔레비전에도 나오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앞에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우리 조합원들이 노동자의 노래를 사랑하면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노동자의 노래를 찾아듣게 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그 노래를 하는 이들, 그 노래를 쓴 이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들도 역시 노동자이며 우리 곁에 함께 있는 동지들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하는 민중가수들의 마음, 그 노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 많은 노동자의 노래가 우리 귀에 들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때 우리에게 들리는 그 노래는 예전같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더 많은 평안과 의지, 그리고 더 많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러니 이 기쁨을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누릴 수 있게, 노동자의 노래가 더 널리 퍼질 수 있게, 열심히 듣고 사랑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