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내가 맡은 일은 교육부장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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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597회 작성일 22-07-05 14:21본문
으랏차차 동지들, 모두들 건강하신가요!
연일 장마에 습도도 높습니다.
노동에 지치고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분노가 솟구쳐 오르지만 노동자의 투쟁없이는 세상은 눈꼽만치도 변하지 않기에 머리띠를 단단히 묶어야 하겠습니다.
태철이는 노조 대의원을 하다가 교육부장으로 추천되어 집행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쟁나도 밥 굶지 않을 만큼 변죽도 좋고, 낯도 가리지 않아 누가 보더라도 몇사람 몫을 거뜬히 할만한 동지였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장이라는 자리는 그리 쉽지 않은 자리였습니다.
조합원 설문을 해보니 저마다의 관심사도 다양했고, 심지어는 경제기사 보는 법에 대해 요구하는 조합원도 있었습니다. 1년에 한번 정도 4-5회로 구성된 정기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형식적인 것 같아서 교육소모임을 경제반, 역사반 등으로 나누어 해보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모임도 지속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들인 품에 비하면 그리 성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다른 노조에 비하면 상당히 의욕을 가지고 하는 편이어서 조합원들로부터 “태철이에게 뭘 맡겨 놓으면 역시 다르다”는 칭찬의 평가가 늘 따라 붙기는 했습니다.
교육부장 태철이의 가장 큰 어려움은 상근간부가 아니라서 저녁시간을 쪼개어 남들보다 먼저 공부도 하고 자료정리도 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조 소식지에는 태철이가 쓰는 <노동자가 바라 보는 세상이야기>이라는 고정란이 있었는데 번번히 마감 날자를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그 다음 어려움은 전문성의 부족이었는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강사를 초청해서 통일, 경제, 역사, 노동자 철학, 노동정책 등의 강좌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보았으나 장단점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태철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부장 역할이 벅차서 더 역량있는 동지가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우리의 태철이가 아니고, 여기서 주저 앉을 노동자 태철이가 아니었습니다.
태철이는 여러 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여러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고, 다른 노조의 교육부서 동지들에게 고민을 터놓고 의논해 보기로 했습니다. 태철이다운 용기있는 발상이었습니다.
여러 만남이 있고 나서 우리의 자랑! 태철이가 정리한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조합원 교육은 지식박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 동지적 의리와 정이 배어 있어야 한다.”
“교육은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 보다 실천과 맞물려야 한다.”
“교육은 현실을 헤쳐 나가며 새세상을 여는 가장 힘있는 무기이다.”
“실탄을 채우는 교육과 노동자의 사상을 신념화하는 교육을 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그래서 태철이가 새로 만든 것이 시사해설모임인 <내가 진행자!>, 사회연대집회 참석모임으로 <어디든지 달려 간다!> 그리고 독후감 공모전으로 <3달에 1권!>이었습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구구절절 소개하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흥미와 보람과 성과를 남기는 방법은 참가한 조합원들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철이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면서 깨달은 것은 “내 가슴이 먼저 열려야 하고, 내가 먼저 배워야 하는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조합원에게 무엇을 주거나,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 나니 모든 조합원이 모두 태철이의 스승이고 조언자가 되었습니다.
태철이는 어쩌다 도통한 사람이 될 뻔 했습니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는 말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태철이가 맡은 일은 교육부장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지혜와 열정은 대중의 가슴속에 있다는 말이 신통방통했습니다.
동지를 믿고 동지와 하나되는게 더 우선이었고, 사실상 그게 전부였습니다.
태철이는 더 이상 귀신 하품소리같은 교육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지들을 대하는 태철이의 표정이 이처럼 밝았던 때는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흔적』이라는 주제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으랏차차 동지들, 무더위에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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