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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명숙의 인권산책 : 거대한 반동의 흐름을 멈추는 것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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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505회 작성일 24-05-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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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의 인권산책] 거대한 반동의 흐름을 멈추는 것은 연대

-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를 보며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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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투표 결과 



“저는 서울시에 사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만으로 너무 든든했습니다. 성소수자라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문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제 삶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소수자들은,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4월 25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규탄 발언을 하던 청년활동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다 주저앉았다. 성수수자인 그는 강원도에 살지만 고등학생 시절,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만으로 자신의 삶을 존중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인권조례가 차별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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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 시민사회 기자회견 



총 51조로 구성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등이 명시되어 있다. 성소수자라고, 장애인이라고, 가족 형태가 다르다고, 성적이 낮다고, 병이 있다는 것 등으로 차별 받거나 사생활이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학생의 권리로서 명시한 것이다. 차별금지의 명문화는 차별받는 당사자들에게는 차별과 배제에 맞설 힘을 준다.  


특히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동성애자이거나 트랜스젠더라고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차별하지 말라’는 당연한 명제를 일부 극우기독교 세력들은 성경에 대한 편협한 해석으로 반대한다. “청소년 시기에 조기에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폐지 조례안을 청구했다. 성소수자혐오다. 당일에도 그들은 “동성애, 성전환, 낙태 등을 옹호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라”며 집회를 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전 세계적인 반동(백래시)으로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 사회가 극우화되며 성소수자혐오는 확산되고 그들은 당당하게 차별의 논리를 외친다. 폴란드의 두다 정부는 성소수자 청정 구역 정책을 펼치기까지 했다. 극우정당은 혐오세력의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정책을 수립하고 옹호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해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 마치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인 양 보수정치인과 극우세력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리를 폈다. ‘교육 현장에서 교권 추락의 주된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인권조례 폐지 흐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되기 전인 4월 24일에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으며, 현재 광주와 경기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인권조례를 소수의 의원들 마음대로 폐지해도 되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던 날 필자도 현장에 있었다. 2011년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던 날에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있었는데... 그때가 떠올라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청소년들이 일일이 서울시주민들에게 서명을 받던 모습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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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 시민사회 기자회견 



특히 당시 서울시의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많았음에도 청소년인권이나 성소수자인권에 대해 잘 모르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그들을 견인하려고 농성까지 했다. 당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도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하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어 2011년 12월 14일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1층 로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쌍용차해고자, 기륭전자 등 노동자들의 지지 방문도 잇따랐다. 그 결과 2011년 12월 1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성적 지향이나 임신, 출산 등에 차별금지가 포함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의결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인권조례를 어떻게 서울시 의원 60명이 없앴다. 소수의 의원들이 서울시주민 970만 명의 인권을 10여 년 전으로 후퇴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들에게 인권을 뒤로 돌릴 권한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아 반인권적인 조례 폐지가 가결되었음에도 반대표는 0명으로 기록된다. 서울시민들이 뽑은 시의원 중에 단 한 명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반대하지 않다니! 혐오세력의 표를 의식하고 반대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권조례가 가결되던 겨울보다 햇볕은 뜨거웠으나, 나는 폐지돼던 4월 25일이 춥게 느껴졌다. 


학생인권만이 아니라 공적 돌봄에 대한 권리도 폐지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 조례만 폐지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에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가 되면서 반인권적인 조례와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공적 돌봄을 위해 만들어진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서사원 폐지)도 가결시켰다. 이제 많은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민간 돌봄 시설에 의존해서 돌봄을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 주민들의 돌봄에 대한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서사원에 있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도 위험에 처했다. 폐지 이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한 후 줄곧 서사원 돌봄노동자에 예산과 임금 삭감 시도 등을 했다. 돌봄노동자들을 민간돌봄시장의 불안정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리고 공적 돌봄기관인 서사원이 폐지되면 그 몫은 고스란히 가족, 그것도 여성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여성 인권의 후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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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조례안 투표결과 



학생인권조례와 서사원조례가 같은 날 폐지되었다는 것은 서로 연결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학생과 노인, 장애인, 돌봄노동자 등 서로의 위치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권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같은 위치에 있다. 사회에서 비주류이자 소수자들이 서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연대한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또한 학생인권이 후퇴되는 것을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다른 인권의 후퇴도 막을 수 없다. 누군가의 인권이 후퇴되어도 좋다는 신호이므로. 한번 무너진 인권의 보편성은 또다른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빼앗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그가 누구이건 동등하게 인권을 보장하라며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면 기득권 보수정치인들이 마음대로 반동적인 법안이나 조례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한 반동의 흐름을 멈추는 것은 연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