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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용현의 모두를 위한 노동권 이야기 : 최저임금 투쟁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투쟁으로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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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312회 작성일 24-06-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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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법정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노동자들이 학수고대하던 시급 1만 원선을 이번에는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며 강한 어조로 설파하고 있다. “법정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에 지불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그로 인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고용도 악화된다는 게 경영계가 업종별 차등적용을 밀어붙이는 주된 논거다. 그에 반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토록 상반된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공론장에서 격돌하고 있으니 불꽃이 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교섭은 일반적인 노사 간 교섭과는 놓여 있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 각계 이해를 대변하는 노‧사‧공 3자간 교섭이 이뤄지는 구조라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은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아래서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시각은 저임금 노동자의 앞날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최소한의 버팀목이 돼야 할 최저임금, 정부와 자본은 이마저도 차별을 체계화하고 고착화할 계기로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를 사용자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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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노동자의 삶보다 경영환경이 더 중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결정 시기마다 단골손님처럼 불려나오는 이슈다. 근래 거론되는 차등적용 대상은 크게 네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산업‧업종별, 사업체 규모별, 지역별, 연령별 차등적용이 그것이다.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각도로 차등적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종‧규모에 따라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상이할 수 있고, 지역에 따른 경제수준의 편차를 고려해야 하며,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경영 주체의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최저임금을 각기 다르게 적용해 경영환경 개선 및 일자리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요컨대 소득분배구조 및 임금불평등의 개선이 최저임금법의 시행 목적이다. 특히 노동조합 조직률이 13%를 간신히 웃도는 국내 상황을 생각할 때,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법정최저임금의 결정은 나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을 ‘국민임금’이라고 부르고,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을 ‘사회적 교섭’이라고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제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하여, 단일최저임금 이외 별도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실제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단 한 번뿐이었다. 당시에는 경공업 중심의 1그룹(시간당 462.5원)과 중공업 중심의 2그룹(시간당 487.5원)으로 나눠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했는데, 이듬해부터 매년 단일최저임금으로 정하면서 해당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그러다가 차등적용 이슈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게 최근 몇 년 동안의 흐름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정한 임금의 최저선’이다. 이 최저선을 특정 기준에 따라서는 더 낮출 수도 있다는 게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렇게 임금의 최저선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여러 조건을 나누어 달리 적용하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상승분이 얼마든지 간에) 결국 상쇄되고 말 것이다. 

최저임금에 관한 국제노동기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먼저 ILO는 부당한 임금차별을 지양하고 공평하게 보상할 것, 즉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의 목적이 “부당한 저임금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ILO는 밝혔다. 2022년 EU집행위원회는 모든 회원국이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들 원칙의 밑바탕에는 기업과 부자들의 이윤 추구 행위가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저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최저임금의 보편적 적용 말고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보다 경영 상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도는 본래 취지대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에 안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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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적용 vs 확대적용


한쪽에선 차등적용을, 다른 한쪽에선 확대적용(적용대상 확대)을 내걸고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힘겨루기가 계속돼 왔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을 근거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노동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도급제 노동자’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실적에 따른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급제 임금은 노동자가 수행한 작업의 결과물을 기준으로 임금(건당 수수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도급제 임금은 노동시간이 불규칙적이면서 작업 성과를 일(日)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일부 업종에 주로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화물차기사, 퀵서비스기사 같은 이동노동자, 가전관리나 케이블통신 설치‧수리를 하는 방문 노동자,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 등이 있다. 동시에 이들 업종은 작업 결과물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 수준이 비교적 높은데도 불구하고, 해당 업무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자성은 쉽게 부정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ILO는 도급제 노동자 또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시간당 평균생산량’에 기초해 공정한 도급 단가를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저보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배달라이더,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나 웹툰작가 같은 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른 도급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고 제기해 왔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최임위의 권한이 아니”라며 확대적용을 반대했다. 노사 간 공방 끝에 이 쟁점은 이번 심의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 특성, 실태 등에 관한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 달라는 공익위원 측 주문에 따라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이로써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위한 논의에 물꼬를 텄지만,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확대적용 방안을 적극 검토‧연구해야 할 최저임금위원회는 응당 자신이 떠안아야 할 과제를 노동계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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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보편성이 무너지지 않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결국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최저임금을 확대적용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매년 6월에만 집중하는 통상적인 최저임금 투쟁 방식을 넘어서는 운동이 더없이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과 질문이 요구된다. 도급제 임금은 고정급이 없는 ‘100% 성과급 체계’다. 이러한 성과 중심 임금체계는 업무 실적(생산고)이 임금수준과 직결돼 있어 과도한 경쟁에 스스로를 몰입하게 만든다. “개인이 노력한 만큼 공정한 대가가 지급된다”는 논리는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도 전부 개인 책임으로 귀속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급제 임금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의롭고 공평하게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이를 통해 도급제 임금이 내재한 불안정성과 상시적인 경쟁 압력은 완화될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정부와 자본은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성이 증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 나가고자 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제도 또한 유연성‧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용형태, 임금체계에 기반해 차별을 확대‧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차별 없는 노동권, 보편적인 최저임금 적용을 위해 민주노조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 투쟁은 바로 이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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