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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용현의 쟁취할 권리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 ‘누가’ 주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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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707회 작성일 22-11-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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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3조 개정 운동, ‘누가주도할 것인가?

 

임용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201999.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아마 이날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두근대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며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향한 곳은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였다.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를 직접 만나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2019.8.29. 선고, 2017219072)에 대한 도로공사 입장을 듣기 위함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를 위탁받은 외주업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실질적 사용자는 도로공사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1, 2심에 이어 최종심까지 재판부가 일관되게 지적한 불법파견을 한사코 부정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11일이 지나서야 판결 승소자 304명만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렇듯 노동존중정권이 터준 자회사라는 이름의 우회로를 택한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 취지를 짐짓 모른 체 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투쟁 초반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이미 톨게이트 서울영업소 캐노피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농성이 진행 중이었지만,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이강래와 담판을 짓기 위해 김천 본사로 달려갔다. 이틀에 걸쳐 구사대와 경찰 병력이 새카맣게 몰려왔다. 정작 조합원들이 애타게 찾던 이강래는 그해 12월 퇴임할 때까지 김천 본사에서 종적을 감췄지만 말이다.

 

공공기관이 자행한 손배탄압

 

그렇게 시작된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은 무려 145일 동안 지속되었다. 본사 점거 대오를 고립시키기 위한 도로공사의 흠집내기와 갈라치기도 집요하게 계속되었다. 829일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도로공사의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지만, 도로공사는 온전한 문제해결에 나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이처럼 뻔뻔한 작태는 노조 간부와 조합원 134명에 대한 형사고소와 14천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무늬만 정규직에 지나지 않았던 자회사 전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500명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톨게이트 투쟁에 대한 도로공사의 후안무치한 보복성 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도로공사는 14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여전히 취하하지 않았고, 연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사장정부와 도로공사의 책임

 

본사 점거 농성을 이유로 한 도로공사의 무더기 형사기소와 벌금폭탄, 직위해제 및 해고 협박 등 일련의 탄압은 이 사태의 진정한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부터 자회사 출범을 서두르고 있었다. 용역업체를 통해 요금수납업무를 외주화했을 땐 불법파견 혐의를 지우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그나마 자회사를 만들어 놓으면 원청의 지배개입이 한결 손쉽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말하듯이 자회사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또 모를까. 자회사는 고용과 임금이 열악한 용역업체들을 하나로 끌어모아 세운 덩치 큰 용역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201971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설립되었고, 도로공사는 이 자회사에 요금수납업무를 통째로 이관했다. “그 자리에서 계속 일하려거든 자회사로 가든지, 아니면 짐 싸서 집으로 가든지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회사로 가는 것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오랜 세월 감내해야 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는 차별과 억압을 끝내는 길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와 도로공사는 자회사라는 막다른 길을 제시하면서 더 나은 길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 정책을 통해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자회사 흐름을 직접 끊어낼 결심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6,500명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가운데 1,500명의 노동자들은 쉽지 않은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공공이 수행하는 업무를 효율화’, ‘비용절감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용역업체에 내맡겼던 정부와 도로공사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공공부문 진짜사장문재인 대통령과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진짜사장이강래가 있는 본거지, 청와대와 김천 도로공사 본사를 찾아간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절실한 이유

 

정부와 도로공사는 1,500명 집단해고로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었다고 믿었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완강한 투쟁으로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었다. 3년 가까이 된 이 투쟁을 다시 상기하는 이유는 노조법 새로쓰기의 관점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싸움을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노조법이 문제투성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9년 여름부터 217일 동안 이어진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노조법 2, 3조 개정운동이 절실한 까닭을 되짚어보자.

 

첫째, 톨게이트 투쟁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을 온몸으로 강변했다. 투쟁에 나서기 전까지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전부 용역업체 소속이었다. 이 용역업체의 사장들은 주로 도로공사 정규직 퇴직자 출신이었고, 용역업체는 도로공사의 지휘명령 체계 속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업무수행을 감독해 왔다. 계약상으로는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업무수행 내용과 인원수를 구체적으로 결정했고, 심지어 교육과 포상, 징계 등을 직접 실시한 것이다. 원청 도로공사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외주 하청업체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했음을 알 수 있다. 고속도로 진출입 길목에 있는 요금소는 요금수납뿐만 아니라 체납 징수, 과적 단속, 고객민원 응대 등 도로통행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모든 도로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개별적,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은 국내 고속도로의 건설 및 유지관리 주체인 공공기관 도로공사에 있다.

도로공사처럼 노동관계법상 규제 회피와 비용절감 논리에만 사로잡힌 기업들이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톨게이트 투쟁은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할 필요성 역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 5명과 소속 노동조합 및 간부 등을 상대로 도합 14천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도로공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산정한 추정손해액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201999일 김천 본사 로비진입 투쟁 당시 파손된 건물 1층과 2층 로비 회전문 파손 및 고장, 건물 앞 보도블럭 파손, 잔디와 야생화 훼손, 화단 파손 등이다. 도로공사가 주장하는 물적 피해의 금전적 규모가 과연 합리적인 추계인지도 의문스럽지만, 무엇보다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김천 본사 항의행동에 나서게 된 경위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더구나 당시 김천 본사 투쟁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해 도로공사 소속임을 확정한 판결이 나온 뒤였다.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들이 사장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직접 본사까지 찾아 왔는데 무턱대고 정문을 틀어막는 도로공사 측의 태도는 과연 온당한가.

한편 도로공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191022일이었다. 아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손해배상 청구는 투쟁 대오를 위축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크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당시 문재인 정부와 도로공사에 요구한 것은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이행이 전부였다. 도로공사의 불법파견 범죄가 법원 판결에서도 낱낱이 입증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명분은 정부와 도로공사에 애당초 없었다. 자회사 설립 강행과 1,500명 대량해고의 칼을 휘두른 진짜사장문재인 정부와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결국 손배폭탄으로 앙갚음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쟁의행위에 이르게 된 과정이 사용자 측의 단체교섭 거부 등 불법한 행위에서 비롯할 때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은 일체 금지해야 한다. 또한 손해배상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하거나 소속 조합원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민주당에 의존해선 이길 수 없다

 

마지막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쟁취 투쟁이 보여준 중요한 교훈이 한 가지 더 있다. 당시 투쟁에서 소위 개혁진보를 자임하는 민주당 세력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든 중단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각종 노동쟁의 현장에 개입해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었다. 노동계 민원창구로서 을지로위원회의 위상은 집권여당 시절 더욱 강력해졌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때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안을 내밀며 투쟁 대오를 교란시켰던 행위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비단 을지로위원회뿐만이 아니다. “단 하나의 일자리도 지키겠다노동존중정권의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는 곧 사라질 직업이라며 사력을 다해 싸우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당시 정부여당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공공부문 자회사 정책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만한 위해요소라고 여겼다. 그래서 이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직접고용 투쟁의 불씨를 꺼트리려 했다.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였던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퇴임 전까지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극구 회피한 점, 공공기관으로서 노사 간 신뢰회복은 고사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점은 단지 개인적 소신이나 뚝심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1,500명 집단해고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자회사 전환 정책과 직접고용 의무를 줄곧 회피하려는 도로공사의 꼼수가 맞물려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217일간의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통해서 분명히 깨달았다. 차별과 억압을 깨트리는 힘은 결코 민주당 같은 지배자들의 선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노조법 2, 3조 개정 투쟁 역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의 온전한 실현이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돌이켜 보자. 민주당 자신이 집권세력이었을 때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원청의 사용자 책임 부정과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정작 그들은 참회와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자들이 노조법 2·3조의 제대로 된 개정을 책임 있게 이행하리라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운동이 지난 111일 개시되었다. 현재 추세라면 청원 성립요건인 5만 명을 조만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2, 3조 개정안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권리 요구를 속박하고 침해하는 굴레를 벗겨내는 데 있다. 그러자면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요구와 투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가짜 정규직화에 맞서 당당히 싸웠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처럼 절박하고 단호하게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