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명숙의 인권산책 : 백신패스 같은 ‘차별의 일상’으로 회복하길 원치 않는다 - 아무도 남겨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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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1,211회 작성일 21-11-08 09:39본문
오랜만에 영화관을 갔다. 코로나에 대한 정부 방역지침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에 크게 쓰여 있다.
‘백신 패스관’
백신 패스관에서는 띄어 앉기와 같은 제한이 없으며, 취식이 전면 허용된다. 영화관에서 즐겨 먹는 팝콘도 먹을 수 있으며, 일행이더라도 한 칸씩 띄어 앉지 않아도 된다. 백신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사람, 코로나 19 음성 확인 증명서를 지참한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를 했던 방역지침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백신 패스는 영화관이 단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내용에 포함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백신 패스관을 보고 있노라니 백신 접종조차 못 받았던 장애인 활동가가 생각났다. 그가 이 광고를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그는 1차 접종 때 다리에 심각한 멍이 들고 체력이 급격히 약화하여 2차 접종은 안 받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 19 백신은 부작용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인과관계 인정은 되지 않았으나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1,000명이 넘고 부작용 신고 건수만 33만 건이 넘는 현실에서 두려움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부작용,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건은 겨우 7건이다. 급하게 만들어지고 펜데믹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보급하는 것이다 보니 식약처는 조건부 허가로 승인된 백신의 시판 후 모니터링을 제대로 해야 한다.
11월 1일 0시 기준 코로나 19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누적 인원은 전체인구의 75.6%가 넘는 총 3천8백만 명이 넘는다. 기저질환이나 이상 반응과 후유증이 두려워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약 500만 명이라고 한다. 백신의 이상 반응이 두려워 맞지 못하는 사람이 77%이다(한국리서치조사). 실제 지난 7월, 화이자 1차 접종 후 3일 뒤 심정지로 사망한 서른 살 수영선수의 부검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 부작용 일부로 심근염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음에도 질병청은 인과성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러니 인정도 못 받아서 휴가나 치료비도 개인이 다 부담하느니보다 안 받겠다고 마음먹게 된다고들 한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부작용 등을 조사해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부작용이 생겨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두려움이 있어도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더 문제는 화이자나 모더나 등 제약회사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조건으로 각국과 계약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조사와 인과관계 인정 등 수용성 높이기 위한 대책
그런데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이기적인 사람’ 취급하는 분위기가 많다. 개인의 건강상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을 무조건 ‘이기적인 사람’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건강권 일반논평에 있는 수용성(수용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어떤 의약품이나 의료조치 당사자나 당사국의 문화나 신체적 조건, 종교, 성별 등을 고려하여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백신 부작용에 대한 조사나 보상 등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지 않는 현실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없다.
고작 팝콘 먹으며 영화 보자고 차별을?
이렇게 개인의 건강상태나 이상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백신 접종을 못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백신 접종을 받을 권리마저 박탈된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접종률 통계에는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아예 빠져 있다. 바로 미등록이주노동자들과 홈리스(노숙인) 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집단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비자가 없고 홈리스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신분증 확인제도가 소수자집단의 접근을 막는 만큼 인권단체들은 바꿀 것을 요청했다.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 19 지침” 에서도 방역지침으로 제시되는 ‘집에 머물기’, ‘자가격리’, ‘물리적 거리두기’ 혹은 ‘손 씻기’ 등과 같은 조치들은 적정한 주거시설을 확보한 사람들만의 조치일 따름이며, 존재 그 자체로 “인권 침해”의 상태일 수밖에 없는 노숙인 등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접근조차 쉽지 않은 지침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s 는 홈리스들에게 정보통신 수단을 제공하거나 직접 찾아가 백신접종을 하는 등의 홈리스들을 위한 별도 지침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그조차도 없다.
그 후 몇몇 지자체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나 홈리스에게 임시번호를 발급해서 백신 접종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작은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사실 백신을 맞는다고 휴가를 낼 수 없는 조건이어서 백신 접종을 포기한다고 한다. 이주노동자가 휴가를 내면 업무에 차질을 주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실이 밝혀질까 봐 사업주가 꺼리기 때문이다. 휴가정책이나 노동강도 등은 백신 접종에 영향을 미친다. 열악한 일자리에 있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백신 휴가 정책 등을 기업에 요구하여야 하지만 그것은 이미 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손을 놓아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여기에 백신 패스까지 하겠다는 것은 백신을 둘러싼 차별을 더 높이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일상은 남겨두고 가겠다는 것이다. 고작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기 위해 차별을 용인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인가. 소비를 진작한다는 명분으로, 경제회복이 마치 일상회복의 전부인 양 다루는 일상회복정책은 우리의 가치를 더 뒤로 몰아갈 것이다. 마스크를 쓰는 기본방역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면, 굳이 백신을 맞았다고 더 방역을 안 해도 되는 수혜를 주는 것,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차별이다. 더구나 백신 패스 정책은 ‘백신 접종을 안 한 거나 못한 사람들을 낙인찍는’ 일을 더 쉽게 만들 것이다. 코로나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있는 독감에도 패스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입증되지 않은 백신의 안전성만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개개인의 자기결정권과 평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유엔 최고 대표실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인권가이드라인 중 하나는 ‘아무도 남기지 않고(Leaving no one behind)’인 것은 공중보건위기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평등과 존엄이기 때문이다. 영화 오징어게임처럼 살아남은 사람만 대우를 받는 잔인한 세상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충분히 무너져버린 우리 인권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일상회복, 위드코로나여야 함을 정부는 생각해야 한다. 일상회복은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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