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소식
  • 특별기획

<특별기획> 임용현의 기후정의버스가 간다! : 기후·생태계 붕괴 가속화하는 정부의 신공항 건설계획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763회 작성일 21-12-08 09:43

본문

186840be79d11043c6f29c54ccc84e46_1638925082_3877.png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생태 이야기

 

1112일 기후 정의 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새만금 수라 갯벌에 다녀왔다. 수라 갯벌은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갯벌과 바다를 매립 중인 새만금 일대에 마지막 남은 갯벌이기도 하다. 답사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 온 장화를 신고 멸종위기 생물이 살고 있다는 이곳에 조심스레 발을 담갔다. 답사 안내를 맡은 지역 활동가로부터 도요새, 황새, 물떼새, 금개구리, 흰발농게 등 40여 종이 넘는 법적 보호종이 수라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생명체가 뭍과 바다의 경계 언저리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 개발 논리에 찌든 학교 교육을 받았던 나는, 갯벌에 깃든 온갖 생명의 숨결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없었다. 당시 교과서에서는 산업화를 이끈 역대 정부의 업적 가운데 하나로 국토개발종합계획을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바다와 호수를 둑으로 막아 흙을 가득 메우고,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오로지 인간에게만 유용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물떼새의 앙증맞은 발자국을, 갯벌 아래 깃들어 사는 흰발농게의 숨구멍을, 하늘 위 무리 지어 날아가며 비행 솜씨를 뽐내는 새들을 마주할 기회는 적어도 학교 교육을 통해서는 제공 받을 수 없었다.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태고의 천연습지인 갯벌은 맨땅과는 달리 물기로 축축하고 곳곳에 골이 깊어 애초 집이나 공장을 짓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반면 수심이 얕고 경사도 완만해 둑을 쌓기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토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와 토건 자본은 흘러드는 물을 차단한 뒤 그곳에 흙과 콘크리트를 쏟아붓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대규모 간척사업이 서해안을 따라 활발하게 벌어졌고, 김포갯벌(김포매립지), 시흥-화성 갯벌(시화호), 영종-용유도 갯벌(인천국제공항), 인천 송도 갯벌(송도신도시), 만경-동진강 갯벌(새만금) 등이 잇따라 개발-파괴되었다. 한때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였던 갯벌은 그렇게 하나둘씩 지도상에서 흔적 없이 지워졌다. 간척사업 이전에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약 5000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갯벌이 수많은 생명체에게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갯벌이 조개와 게 따위를 캐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어민들에게만 의미를 갖는 장소는 아니라는 의미다. 갯벌은 많은 양의 빗물이나 바닷물을 흡수, 저장해 마치 스펀지와도 같은 작용을 한다. 이토록 놀라운 갯벌의 수용력은 침식을 막아 홍수나 해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한다. 최근 국내 학술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이는 연간 11만 대의 승용차가 뿜어내는 수치와도 같다)를 흡수한다고 밝혀졌다. 갯벌이 천연 방파제이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새만금 수라 갯벌이 곧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새만금 신공항 건설계획 때문이다. 지난 916일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해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백령·서산·울릉 공항, 무안·광주 공항 통합 이전 등 추진계획을 담은 6차 공항개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15개나 되는 공항이 존재하는데도, 추가로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는 것이다. 공항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계획은 신공항 건설을 통해 이른바 SOC사업(사회간접자본 투자)과 그에 따른 부동산 경기부양 효과를 노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환경청(EEA, European Environmental Agency)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를 탄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5g으로, 104g인 자동차의 2, 14g인 기차보다는 20배 정도나 많았다. 게다가 공항 건설에 드는 막대한 양의 시멘트와 철근, 각종 기자재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어마어마하다.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 당장 기후 정의!

 

우리는 바야흐로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부 역시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듯이 틈날 때마다 탄소 중립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 정책은 탄소중립을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로 기업경제 살리기에 편파적이다. 갯벌과 습지가 사라지고 산림이 파괴되고, 그 위에 공단이 세워지고 공항이 들어서고 있다. 정부가 끊임없이 말하는 그린뉴딜’, ‘녹색성장’, ‘탄소 중립 2050’, ‘정의로운 전환이 실제로는 누구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인지 세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다.

여전히 경제성장, 곧 자본의 이윤을 위해 생태계를 망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과연 누구인지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이다.

모든 자원은 유한하며 지구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선심성 정책만 펴는 정부, 수익 추구에만 매몰된 기업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이 주도하는 기후 정의 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186840be79d11043c6f29c54ccc84e46_1638924951_0447.jpg

2021.11.12. <기후정의버스가 간다!> 새만금 수라갯벌 답사 현장의 모습. [출처: 임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