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세창의 으랏차차 :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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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493회 작성일 22-08-01 11:04본문
으랏차차 동지들, 모두 건강하신가요?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투쟁으로 노동자들은 7월을 보냈습니다.
태평양과 한반도에서, 그리고 미국 본토에서 이른바 ‘참수작전’, ‘선박 나포훈련’, ‘미사일탐지훈련’, ‘진격훈련’ 등의 전쟁연습강행과 더불어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속속 한반도에 배치되고, 8월에는 북을 겨냥한 대규모 야외기동 전쟁연습이 벌어지게 됩니다.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첫 대규모군사훈련이며, 육군 항공사상 최대규모 훈련이자 야외기동훈련인 항공작전(7.25)이 벌어졌는데, 이것은 평양 진격의 임무를 가진 7기동군단의 진격로를 뚫는 훈련입니다.
불을 열심히 때면 언젠가는 솥뚜껑이 날아가 버린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한 ‘졸’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빠져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하면서 사드배치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나토(NATO)’라 부르는 반도체동맹(CHIP4) 참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업적 자살’이라고 윤석열정부에 강도높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 나는 모든 위험천만한 일들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고, 윤석열 정부가 정치경제군사주권과 국익을 내팽개치고 한미동맹이라는 사대주의 예속동맹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겨 버린 참담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언론들에서는 20%대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윤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무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한국 국민들이 윤대통령과 맞서게 되는 경우 미국은 미국국익에 필수적인 한반도의 평화유지 방안에 대해 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한다”며 “윤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미국 안본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7.29)는 보도를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7.28)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28%이고, 30-40대의 지지율은 17%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청와대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면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기가 막힌 말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노를 삭힐 수 없는 또 하나의 개판이 벌어졌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원상회복한다는 합의하에 노동자 임금을 30% 삭감했습니다. 긴 시간 인내 끝에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의 목숨 건 투쟁이 일어나자 고작 4.5%의 임금회복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악화는 전적으로 경영진과 산업은행의 잘못인데도, 노동자의 처절한 파업투쟁을 향해 8,1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는 황당한 말을 악의적으로 내뱉습니다. 결자해지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손실을 보더라도 노동자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자들이 정계와 재계와 언론을 주무르고 있기에 썩고 미쳐버린 한국사회를 정상화하는 것은 언제나 노동자의 몫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흔적’이란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말합니다.
원인없는 결과없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 생각합니다.
한시 한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왜적과 맞선 싸운 서산대사 휴정 스님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선 후기의 문신 이양연의 작품이라고도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평소에 이 시를 애송했다고 하는데, 1948년 4월 19일, 외국군철수와 자주독립통일정부수립을 위해 38선을 넘어 평양으로 갈 때 읊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때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어지러이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라.
기철이는 조직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처음 노조 간부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기철이는 노조 간부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조합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 동료들과 잘 지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집에 아픈 아들이 있어서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고, 맞벌이하는 상황에서 병원왕래를 기철이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기철이가 조합원 형님들의 끈질긴 권유에 응하게 된 것은 “그래, 딱 3년만 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분회사업이 생각보다 일이 많고, 마음써야 할 곳이 끝도 없었습니다.
분회 조합원들은 지회 조직부장이 오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었고, ‘오늘은 무슨 지침을 갖고 왔나?“하며 우스개소리도 했지만 언제나 힘을 주고 격려해 주는 기철 부장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는 조합원들이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철이가 큰 결심 끝에 시작한 일이 조직부 활동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수첩 표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우리 동지들은 이렇게 살고 있다!”
“조직부 활동은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이 하자!”
기철이는 거기에 조합원들의 가족상황과 경제, 건강문제, 학력, 사회생활 경력, 노조 활동이력,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지 등등 개인파악 뿐만 아니라 분회가 겪은 애환이나 굵직한 사건까지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노조 건의 사항 중 해결된 것과 해결되지 않은 것, 통일의식조사, 분회내에서 의사결정에 참고해야 할 사항과 조합원들의 갈등이나 마찰을 해결하는데 참고해야 하는 방법도 적어 넣었습니다.
기철 부장이 이것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들였는지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년이 지나고 후임 조직부장이 세워졌습니다.
당연히 그 후임 동지는 기철이가 작성한 조직부활동 매뉴얼을 인계 받았습니다.
기철이는 거의 한달 가량의 시간을 들여 그 노트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과연 그 후임 동지가 기철이의 노트를 어떤 심정으로 받았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간부의 활동이 남기는 흔적은 노동조합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투쟁의 나침반이 되기도 합니다.
후임 동지는 기철이와 같은 간부가 되겠노라고 마음을 먹으며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오늘 나의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라.”
으랏차차, 동지들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노동해방 자주통일의 새세상을 앞당기도록 멋지고 당당한 노동자의 흔적을 남기시자구요.
다음에는 『오해』라는 주제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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