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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안명희 : 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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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64회 작성일 22-09-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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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다

 

안명희(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프리랜서로 불린다는 것

 

프리랜서란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을 가리켜 프리랜서라고 하는가? 프리랜서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전속되지 않은 자유계약에 의하여 일을 하는 사람이다. 프리랜서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내가 선택한 일을 하고,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고소득이 보장되어 고정된 급여가 없어도 먹고살 수 있고, 계약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프리랜서는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 이미지는 근로자와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러할까? 프리랜서로 불리는 이들이 사전에서 열거하는 대로, 사회적으로 그려지는 이미지처럼 그렇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다. 사실상 프리랜서는 강요된 선택이고 열악한 일자리라는 것이 확인된다.

 

국내 최초로 서울시 내 활동하고 있는 분야별 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한 <2018년 서울시 프리랜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정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21.3%), 고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5.7%) 프리랜서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전체 30%도 되지 않는다. 개인사정으로(22.3%), 원하는 일자리의 형태가 프리랜서라서(12.6%), 취업 전 임시로(12.2%), 안정된 직장에 소속되길 원했으나 일자리가 없어서(10.4%), 가사부담으로 인해(6.8%), 경력을 쌓기 위해(6.6%) 등 실은 10명 중 7명이 할 수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 프리랜서의 상당수는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업무시간에 휴게시간이 매우 부족하며, 근무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낮은 단가, 과도한 책임전가로 인해 업무강도도 보통 이상이 다수였다. 불공정한 계약 사례를 많이 경험했으며, 고소득자가 많지 않았고, 월 평균 수입은 2018년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프리랜서로 손꼽히는 방송미디어 노동자들만 봐도 그러하다. 드라마·영화 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은 한 편의 프로그램에 종속되어 일하는 경향이 짙다. 방송작가들도 방송사의 업무 지시를 받고, 고정된 장소에서 출퇴근하며 일하고 있다. 기획출판 작가들은 출판사가 정한 주제, 콘셉트, 본문구성 등에 따라 집필만 하는 경우도 많다. 웹툰·웹소설 작가들 역시 플랫폼의 요구에 따라 마감시간과 분량이 정해지고, 스토리의 방향부터 그림의 구도까지 통제받으며 일하고 있다.

 

결국, 프리랜서라고 불리지만 실제는 일정한 집단에 종속되어 자율성과 결정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늬만 프리랜서’, ‘위장된 프리랜서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은 노동자가 정의되는 개념과 그 실질이 다른데도 프리랜서로 호명되는 것인가? 그건 바로 프리랜서라 불리는 그 순간 노동자성이 박탈당하는 효과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위장된 프리랜서가 확산되고 있다

 

201911월 직장갑질119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용업계 등에서 입사할 때는 근로계약서를 썼다가 프리랜서 계약서로 바꾸거나, 애초부터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조는 미용실뿐 아니라 네일아트숍, 애견미용숍(동물병원) 등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사용자에게 있어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근거로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20204월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5명 중 4명이 코로나19로 방송 연기, 축소, 폐지 등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거나 정규방송이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방송이 연기된다는 것은 방송작가들에게는 실직, 해고를 의미한다. 그러나 정규직은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거나 연기되어도 일자리가 유지되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온다. 이에 반해 방송작가들은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언제든 생계를 위협받는다.

 

사업장의 규모를 이유로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 차별과 배제를 당한다. 사업장의 규모가 작다는 것은 곧 영세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70%를 차지하는 출판업의 경우, 출판사가 반드시 영세해서가 아니라 사용자가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프리랜서인 외주 노동자를 사용하여 책을 만드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출판사 내부에 고정된 인력을 두는 것보다 언제든 필요할 때 외주 노동자들을 가져다 쓰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출판업이 대표적인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꼽히는 것은 프리랜서인 외주 노동자가 그 구조를 받쳐주고 있어서이다. 이렇게 프리랜서는 여기저기 그 쓰임새가 참으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근로자를 대신해 프리랜서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해진다. 필요에 따라 쉽게 구조조정하고, 자유롭게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피해 노동자들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규제가 없으며,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사용하고, 노동법상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데 프리랜서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프리랜서는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위한 자본의 한 방편이라는 것인데, 문제는 프리랜서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사회적으로 프리랜서가 마치 하나의 고용형태인 양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프리랜서 채용에 대해 계속해 문제제기를 해나가야 한다. ‘프리랜서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해나가야 한다. 또한 위장된 프리랜서의 근로자성 판단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임을 부정하는 사용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운동을 만드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프리랜서도 노동자다. 노동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누구인지가 확인되었다. 바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였는데, 당사자들은 법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대책을 요구했고, 이에 정부는 이들에게 사회안전망 제공을 약속하며 여러 보호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거나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를 기어이 임금노동자와 분리해내면서 근로자는 아니나 특별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이들을 줄 세우고 선별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보호를 설계하였다.

 

권리를 제도적으로 박탈당한 이들을 진정 보호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경직된 노동법을 바꾸면 된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다시 짜면 된다. 예외적인 특별한 보호가 아닌, 일하는 형태를 이유로 노동자의 지위가 결정될 수 없다는,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라는 원칙을 확인해나가면 된다. 이 쉬운 걸 두고 정부는 애써 에둘러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들에 대한 여러 대책을 훑어보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노동조합으로 조직, 교섭 및 투쟁을 가능하게 할 법제도적 보장에 대한 부분은 삭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에 대한 책임과 처벌에 대한 부분은 명백히 빠져있다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함께 교섭과 투쟁이 가능하도록 법제도적 방안 역시도 마련되어야 한다. 프리랜서에 대한 진정한 보호는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 데 그 어떤 제약도 없을 때에야 가능하다. 특수고용이든 플랫폼이든 프리랜서이든 그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상관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이 마땅하다